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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 폐기물공장 사태의 교훈

전희식 장수군 농민

 

두 달 넘게 지역 갈등을 빚어 오던 장수군의 '주식회사 더클' 설립문제가 일단락되었다. 농사 밖에 모르던 주민들이 주민대책위를 만들어 평생 처음으로 시위다, 공청회다, 천막농성이다, 농번기를 쪼개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강원도 홍천과 정읍에까지 몇 번씩 가서 '더클'과 같은 폐플라스틱 재처리 공장을 둘러보고 군수 면담은 물론 군 의원 간담회를 한다고 흙 묻은 작업복 그대로 애 쓴 보람이 있어 설립이 불허된 것이다. 앞으로 법정다툼이 예상되긴 하지만 어쨌든 일단락은 된 셈이다.

 

장수군청이 사업을 허가 하기에는 장수군민의 1/5에 달하는 반대서명과 지역의 여러 품목별 단체와 사회단체의 대책위 동참이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군청 홈페이지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주민들의 반대의견과 출향민들의 관심은 물론 군의원 전원의 설립 반대 표명이 사업 불허를 이끈 원동력일 것이다.

 

폐기물공장 설립은 불허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과제가 드러났다고 본다. 농촌의 환경문제는 폐기물 공장의 유입 못지않게 농민이 대다수인 지역주민들의 생활폐기물과 농업폐기물 문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영농폐비닐과 폐 농약용기의 수거율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봄과 가을에 시골의 논밭 구석에서 합성수지 농약병을 폐비닐 더미와 농사부산물을 뒤섞어 태워버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주민들이 해결하지 않는 한 폐기물 공장 설립 반대는 지역이기주의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하겠다.

 

합법적으로 설립 된 폐기물공장은 행정기관과 환경단체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농촌에서 벌어지는 폐기물 소각은 이웃 간의 친분 때문에 신고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점이 장수군 주민대책위가 이번 사태에서 얻을 첫 번째 교훈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장과 생활이 일치하면 더 큰 공감을 얻을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농촌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환경 분쟁을 해결하고 주민의 출혈을 막기 위해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장수군 주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15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 길거리에 뿌리고 농번기에 마을마다 돌아가며 촛불 하나 켜 놓고 농성장을 지킨 결과가 공장 설립 불허라면 주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하겠다.

 

최근에 고리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서 '김수근 법'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김수근 법'은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이 고리 핵발전소 사고를 폭로하면서 핵발전소에 대한 민간 감시기능을 대폭 높이는 제안을 한데 따른 법안이다.

 

마찬가지 이치다. 석산개발이다, 유해공장 입주다, 혐오시설이다 하며 농촌지역에서 반복되는 환경 분쟁 때 마다 농민들이 출혈을 하면서 저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조례를 통해 지나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없다.

 

주민들의 환경권과 행복권 요구가 왜곡되거나 완충되지 않도록 분쟁조정기구의 구성과 운영을 조례에 잘 담으면 지자체장의 부담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서 정하는 환경분쟁 조정기구의 활동과 권한이 사업체와 주민은 물론 주민들 간의 격렬한 충돌과 갈등을 막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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