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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영화 발전 가늠자 '로컬 시네마, 전주'

9분짜리 〈장〉부터 30분 짜리〈복날〉까지독창적 영상의 미학 호평

▲ 이지송 감독의 〈1/75'〉.
▲ 송영화 감독의 〈장〉.

 

▲ 이은상 감독의 〈복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은 '로컬 시네마, 전주'다. 전주영화제가 2006년부터 전주 지역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국내·외에 소개하기 위해 신설했던 코너로 최근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맹수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전주에서 만들어지는 장·단편이 그저 전주에서 만들어진 지역 영화이기 때문에 보호받는 차원을 넘어서 작품의 수준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5편의 상영작은 송영화 감독의 9분짜리 단편 〈장〉부터 이은상 감독의 30분짜리 장편〈복날〉까지 제각각 독창적인 영상 미학을 보여줬다.

 

이수유 감독의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은 김제 화동마을의 들판과 바람·햇살이 영화가 되는, 한 편의 시(詩)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중년의 아들과 사는 노모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 죽음이 다가왔음을 안 어머니는 꽃단장을 한 뒤 어디론가 떠나며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삶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 차분한 호흡으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반면 〈복날〉은 마초들의 원초적 본능에 관한 오마주(?)다. 해병대 전우회 출신 주인공은 선배들의 부르심으로 복날에 잡을 개를 데려오다가 사고가 난다. 여기서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옛 친구를 만나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다니다 옥신각신한다. '진짜 남성'의 강박관념이 무엇인지 재치 있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릴 법한 작품. 지난해 전북영화제작 인큐베이션 지원작이다.

 

〈장〉과 〈1/75'〉은 10분 안팎의 단편에 전혀 다른 미학을 응축시켰다. 어둡고 비좁은 철조망 안에 갇힌 이들이 이유 없이 불안해한다. 순간 누군가 사라지고, 뒤이어 칼로 손질을 당하는 생닭이 나온다.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작품. 이지송 감독의 〈1/75'〉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에서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한 눈부신 설경을 쫓는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장면 장면이 끊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흠이나, 곧 영원이 되는 순간이 기록됐다.

 

임경희 감독의 〈구토〉는 바이러스에 감염 돼 아들이 게이가 됐다고 여기는 어머니의 공포를 집중력 있게 보여준 작품. 공포와 공포를 야기시키는 요인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배우 권남희의 열연이 돋보였다. 전북독립영화제작스쿨 2기 선정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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