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논설위원
요즘 완주군 전 지역에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살아 나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하는 요란한 깃발들이 군내 곳곳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도심 상가나 주택가에도 통합 결사 반대를 외치는 플래카드들이 넘쳐 난다.
마치 사생결단하듯 거칠게 쏟아내는 구호들은 10여 년 전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부안군 사태와 판박이다.
완주군사랑 지킴이운동본부가 주도하는 이 운동은 2009년 당시에도 소용돌이가 컸다. 전주쪽 민간단체가 숙원이었던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 발단이었다. 군민들의 감성에 호소한 반대 논리가 워낙 거세 수차례의 간담회·공청회 등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통합 논의는 그 해 11월 중단되고 말았었다. 전주쪽 접근 방식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대화와 소통의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잠복했던 통합 논의가 올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김완주 지사가 적극 중재에 나서고 송하진 전주시장과 임정엽 완주군수도 합의를 이뤄 정부 행정구역 개편추진위에 정식으로 통합 건의서도 제출했다. 현재 전북도와 전주시·완주군 실무진들로 구성된 행정전담팀이 합의 내용을 중심으로 22개 상생발전사업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주쪽 민간기구도 각종 사회단체의 참여로 통합 열기를 고취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쯤 됐으면 20년도 더 된 전주-완주 통합은 명분이나 당위성을 웬만큼 쌓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마침 전북일보가 완주 군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한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대상자 1515명) 통합 찬성이 40.9%, 반대가 53.1%로 집계됐다. 3년 전에 비해 찬성은 5.1%p 증가한 반면 반대는 11.1%p가 줄어든 수치다. 이번 조사는 그 시점이 중요하다. 지난 25~27일은 완주군사랑 지킴이운동본주 측이 온갖 깃발과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 전단까지 배포하면서 반대 논리를 확산시킨던 즈음이다. 여전히 찬성보다는 반대가 11%p정도 우세하지만 3년 전에 비하면 확실히 군민들의 마음이 찬성 쪽에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도 반대쪽 군민들의 저항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아직도 통합의 진정성이나 상생발전 전략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잠재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통합이 되면 기피·혐오시설의 이전 등 불이익이 더 많을 것으로 우려하는고산면을 비롯해 북부 5개면 주민들의 셈법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어찌 됐건 불씨를 되살린 완주-전주 통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내년 6월 주민투표로 최종 결판이 난다.
그때까지 두 지역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반대는 반대대로, 찬성은 찬성대로 진정성 있는 대화와 타협으로 성사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그게 정답이 아닌가 싶다. 새삼스럽게 다시 강조하지만 완주와 전주는 정서적으로 한 뿌리이고 생활환경이나 경제활동 면에서도 엄연히 공동체이다.
사는 곳 따라 완주사람 전주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조차 거추장스럽다.
정부가 지원하고 전북도와 전주시·완주군이 행정적인 로드맵까지 마련한 이번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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