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렬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푸름의 상징인 5월이 가고 여름의 시작인 6월이 왔다. 매년 6월이면 생각나는 게 있다. 6·25전쟁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우리 한반도는 역사상 침략을 너무 많이 받은 지역으로 배워왔다. 특히 한국전쟁이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화로 기억하는 세대들에겐 6월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잊히거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나 않는지 심히 우려된다.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 초청으로 미국에 있을 때에 미국인들은 국가를 위하여 산화한 군인들에게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에 크게 감명 받았다.
미국에서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다. 기원은 남북전쟁 후 북군의 로선장군이 1868년 5월 30일 전사한 병사들의 무덤에 꽃을 장식하도록 포고령을 내린 것에서 유래됐으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들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고 1971년부터는 5월 마지막 월요일로 지정되었다.
우리의 현충일은 정부수립이후 3년 만에 일어난 6·25전쟁이 1953년 휴전으로 마무리되고 3년이 지난 1956년 4월에 대통령령으로 매년 6월 6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현충기념일이 되었다. 금년은 57번째 맞는 현충일이다. 그런데 미국에는 미국 곳곳에서 미국인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재향군인의 공로를 기리는 행사가 있는데, 매년 11월 11일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다. 원래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일인 '휴전 기념일' 이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부터는 모든 참전병사들을 추모하고 기리자는 뜻으로 '퇴역군인의 날'로 그 명칭을 바꾸어 크게 기념일 행사를 치러 오고 있다. 물론 공휴일이다.
미국에서 기리는 두 날은 우리의 현충일과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차원의 형식적인 기념식과 현충원 참배 정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하여 국가를 위하여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추모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 메모리얼 파크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들이 많다. 이들 공원에는 그 지역출신으로 전쟁터에서 산화한 사람들을 위한 동상이나 기념비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기념비를 찾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들, 친구들 이외에 이들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람들도 스스로 작은 꽃다발을 기념비 앞에 놓아두고 가곤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덕분에 평화와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표시하는 작은 감사의 마음이리라.
지난 5월 25일 북한지역에서 발굴된 국군 유해 12구가 한국전쟁 발발 62년 만에 돌아왔다. 6·25때 국군전사. 실종자는 16만 2300여 명, 현충원 안장자는 2만9200여 명, 미수습 전사자가 13만여 명이나 된다. 이번 봉환을 계기로 휴전 후 47년 만에 시작된 유해발굴사업의 유해발굴감식단과 발굴팀이 확장되길 바라고 세계에 흩어진 미군유해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미군들을 벤치마킹해가며 지속적으로 박차를 가하길 기대한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을 기리기 위한 미국지도 모양의 상징물이 있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의 잔교 옆에 있는 서부알링턴 전쟁추모비에 세워져있는 4486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음미해보면, 미군이 되어 이라크전쟁참전의 생생한 공포감을 전해주고 쿠웨이트에 가 있는 조카가 생각이 난다. 이에 우리나라와 우리를 위해 죽어가고 산화했던 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지난날을 잊지 않아야 앞으로 실수와 부끄러움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분들을 영웅으로 인정하고 존경하며 떠받들 줄 아는 우리의 한국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런 자세가 진정한 의미의 호국과 애국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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