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1 18:33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쌀주권'과 '물주권'

김현석 전북녹색미래실천연합 회장

 

흔히 한 나라의 경제구조는 한 가정의 경제구조와 비유될 수 있다. 가장을 비롯해 가족 구성원이 어느 산업에 종사하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는 것이 한 나라의 경제구조와 같다. 이론(異論)은 있지만 한 국가내 경제주체들의 합이 곧 그 나라의 경제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농수산업 점유율이 급속도로 하락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단어 중에 '쌀주권'이라는 말이 있다. IMF 주도로 우리 경제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이 없었던 농업에 대한 급진적 개방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쌀을 포기한 대가로 우리가 잃게 될 먹거리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당시 칠레, 미국,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대국은 규모화, 고도화, 전문화된 농업 경영기술로 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었고 값싼 가격에 밀려 내놓은 농업 주권으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 곡물시장의 영향력 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비록 농업을 포기하면서 경제구조 고도화의 혜택을 입고 있지만, 국제 곡물시장의 선물가격이 상승한다는 소식이 있을 때마다 수입 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과연 다른 길은 없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IMF 이전에 농업생산 시설 현대화, 대규모 농업 경영자 육성, 유통구조 개선 등 경쟁력 회복에 매진하고 정부 수매에 의한 국고보조가 아닌 농업 자생력 회복을 위해 농산물 가격 현실화 등을 추진하는 농업구조 개혁이 최선의 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그 이전 우리의 선택이 현재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 '쌀주권'에 버금가는 '물주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은 쌀과 같이 국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자원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한 다국적 물기업이 양질의 운영관리 기술로 국내에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특히 먹는샘물 시장이 수돗물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해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이 농업주권을 내놓아야 했던 참담한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된다.

 

물산업의 중요성은 2010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산업 연장표를 근거로 산업연관 분석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물산업은 물 1원의 생산이 약 2.99배의 생산 유발효과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물값이 1조 원가량인데 이는 타 산업으로 하여금 약 2조원의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웬만한 산업들 보다 큰 수치이다. 또한 취업 유발효과는 10억 원 당 4.44명, 즉 1조 원 기준으로 매년 약 44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원당 0.27원, 물공급이 원활하지 못했을 때 산업 전체가 입는 손해가 1원당 2.43원으로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우리가 이처럼 중요한 물산업을 지키고 과거 '쌀주권'을 포기해야했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수돗물 값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를 재원으로 수도시설 현대화, 노후시설 개량, 고도 수처리 기술 개발 등 물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물기업을 전문화, 대형화시켜야 한다. 이로써 장래 물산업에 빗장이 풀리더라도 거뜬히 우리의 '물주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푼돈을 아까워 하다가 큰돈을 날리는 어리석음을 개탄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것이다.

 

외국의 다국적 기업에 '물주권'을 내주고 그들이 휘두르는 물값 횡포에 안절부절 못하는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