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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의 카타르시스

김승일 객원논설위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또 일(?)을 냈다. 엊그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뇌물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공천 장사를 한)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썼다.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대놓고 '그년'이란 막말을 해 댄 것이다.

 

이게 뭔가. 시정 잡배들도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국정을 논하는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함부로 내뱉다니….

 

논란이 일자 그는 곧바로 '그년'을 '그녀는'으로 정정하긴 했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찍으면서 띄어쓰기가 잘못됐다는 변명과 함께 듣기에 불편했던 분들께는 유감을 표한다는 사과성 문구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유감' 표명에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후 방송 인터뷰나 당내 공개회의 석상에서의 발언내용을 보면 실언을 인정하기 보다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전의(戰意)를 더욱 다지는듯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과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까지 나서 망언이라고 규탄하고 있지만 그는 '그 표현이 약하다. 더 세게 하지' '이종걸이 너무 무르다'는 사람도 많다면서 앞으로도 박후보의 가면을 벗기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저돌적 태도는 4·11총선때 김용민의 막말 파문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혐오감만 키운듯 하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그의 우군처럼 보였던 노회찬 진보당 의원이나 좌파 진영의 진중권 교수까지 비판의 날을 세우자 뒤늦게 손을 들었다. '앞으로 언행을 신중히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사실 이의원의 막말 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 내내 그는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막말을 퍼부었고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모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었다. 간접화법으로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듣는 이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에 같은 당 의원들까지 고개를 돌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참다 못해 한나라당이 그에 대해 두차례나 징계안을 발의할 정도였으니 미상불 정도를 벗어났던 것만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이의원의 막말 파문은 민주당엔 악재일지언정 새누리당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공천뇌물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후보에게 결과적으로 그는 훌륭하게도(?) 역공격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의원의 실언(失言)이 그렇게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요즘 새누리당 돌아가는 행태나 박후보의 5·16 쿠데타와 유신에 대한 인식, 공천 뇌물사건을 대하는 시각등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의원 말대로 좀 더 세게 나갔어야 지난 세월 응어리진 한(恨)을 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팍팍한 살림살이에 은근히 막말의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이의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번 막말파동을 계기로 더욱 진중하게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그리고 아무리 어리석어도 남을 꾸짖는데는 밝고 아무리 총명해도 자기 잘못을 깨닫는데는 어둡다(人雖至愚責人卽明 雖有聰明恕己卽昏)는 북송(北宋)의 재상 범충선(范忠宣)공의 말을 되새겨라. '총칼로 입은 상처는 치료할 약이 있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치유가 어렵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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