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종 만 K-water 전북관리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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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물관련 전문학회인 '국제물협회(IWA)' 글렌 다이거(Glen Daigger) 회장은 작년 3월 "한국의 물 소비량이 많은 이유는 물값이 싸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환경부의 2010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일일 평균 물소비량은 333ℓ에 달하는데, 이는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영국(139ℓ), 독일(151ℓ) 보다 2배 이상 많고 심지어 덴마크(114ℓ)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이 물을 많이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저렴한 물값으로 인해 물을 물쓰듯 펑펑 쓰는 정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국평균 수도요금은 1.8ℓ들이 PET병으로 556개에 해당하는 1㎥(통상 '1톤'이라 함)당 610원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물값이 비싼 덴마크 4612원의 13%, 독일 3555원, 프랑스 3459원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물값이 비교적 싸다고 알려진 미국 1377원, 일본 1580원과 비교해도 절반 밖에 되지 않으니 물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에 비해 그 사용량이 많아지고 나아가 물의 낭비 또한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물값은 물의 과소비 외에도 노후된 수도시설의 개량이나 선진시설의 도입을 어렵게 한다. 낮은 물값은 K-water나 시·군 등의 수도사업자로 하여금 시설개량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더디게 하고 이에 따라 수도시설 노후화는 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작년 말 현재 전국의 상수도관 16만5000km중 20년 이상 사용해 노후된 수도관이 약21%인 3만5000km에 이른다. 때문에 한 해 동안 땅속에 버려지는 수돗물 누수량이 6.5억㎥로 대아저수지 13개 분량에 이르고, 최근 10년간 누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4조 6000억 원에 육박한다.
노후관 때문에 수도사고 또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K-water가 관리하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고 하는 광역상수도의 경우 2005년 51건이던 사고가 2010년에는 104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고, 노후관의 길이 또한 같은 기간 656km에서 1074km로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시설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 왜냐하면 투자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2011년 말 현재 광역상수도의 투입원가 대비 요금회수 비율인 '요금현실화율'은 81%로서, 수돗물 1만원 어치를 팔 경우 도리어 2천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인데 어떻게 투자여력이 생기겠는가? 이는 우편, 가스, 철도, 전기 등 주요 공공재 요금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철도요금은 3차례, 전기요금은 6차례, 가스요금은 9차례나 인상된 적이 있다.
'물이 없는 곳에 미래도 없다(No Water No Future)'는 말이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물문제를 해결하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아껴 쓰려는 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물의 가치 인식과 이를 통한 적정수준의 물값 반영, 소비 변화가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눈앞의 저렴한 수도요금만 고집하기 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로 물값 현실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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