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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학교운동회를 생각하며

▲ 최 송 림

 

상아유치원 원장

며칠전 신문에서 본 내용이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8.3%가 운동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북은 8.8%가, 서울은 무려 37.9%가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운동회를 했더라도 이벤트업체에 맡긴 경우가 전체의 8.8%였다고 한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소리치고, 부모님과 손을 잡고 달리던 추억의 학교 운동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교는 참으로 변하지 않는다. 옛날 있던 그곳에 교실 운동장 선생님 학생이 모두 그대로 있다. 눈에 선하다. 그곳에서 지금도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뛰어놀며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변하지 않는 학교가 안으로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 그 예 중의 하나가 운동회일 것이다.

 

이처럼 운동회가 사라지고, 이벤트업체에 위탁하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비를 마련하기가 어렵다거나 선생님의 업무가 많다거나 혹은 입시에 도움이 되는 학과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등에서 일 것이다. 필자도 이런 이유들에 동의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를 서비스 기관으로 보고 학생을 고객으로 보는 시각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는 수업료를 냈기 때문에 학교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고, 학생은 고객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경향은 농촌보다 도시 지역이 더 강해 보인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보면 다칠 수가 있다. 물론 아이들은 집에서도 다친다. 그러나 학교에서 다치면 그 책임이 오롯이 학교에 있다. 그래서 학교는 이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아이가 다치면 웬만해선 대개 학생의 책임이었다. 물론 크게 다치면 학교가 살피고, 친구들이 위로금을 갹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상컨대 지금은 옛날처럼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학생이 경미하게 다쳐도 보험으로 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보험회사의 보상은 보험사의 일이고 학교는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하므로 별도의 보상을 학부모에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구태여 학교에서 운동회를 열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를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다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교사 또는 학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서비스 기관으로 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를 고객으로만 본다는 것은 더 생각해 볼 문제다. 그것은 학교운동회를 이벤트회사에 맡기는 것이 어딘가 부족한 감이 있다는 느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생과 학부모를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 교사 모두는 서로 학교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 학교운영에 대해서, 학교 체육대회에 대해서 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 학부모가 초·중등학교에서 서비스를 구매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사는 방법·훌륭한 시민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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