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전북지회장
오래전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시작됐을때 강연을 위해 경남 통영에 갔다. 그 후 몇 차례 같은 이유로 통영을 갔는데, 한 번은 남원에서 구례를 거쳐 진주로 갔다. 길이 아름다워 식구들과 함께 갔는데, 거제도도 들렀다. 거제도에 처음 갔을 때 그 곳의 '포로수용소'는 흔적만 남아있는 이름뿐인 포로수용소였다. 그 후 몇 차례 더 갔는데, 전시관이 들어서고, 비행기 같은 전시물이 늘어나는 등 역사를 기억하고 보여주는 장소로 가꿔졌다.
거제도를 다녀온 후 대학의 학생들에게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포로수용소를 골육상쟁의 6·25와 연결짓지 못했다. 현대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신문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 신문을 챙기고, 텔레비전 뉴스를 본 것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부터다.
필자가 유치원 원장이기 때문여선지 만나는 학부모들은 모두 자녀 양육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부모들의 생각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과거에 비해서 요즘의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상당한 정성을 쏟는다. 과거에는 유아의 특성과 발달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에 어머니만 참석했다. 그러나 요즘엔 아버지도 열심히 참석한다. 어머니 대신 참석하는 아버지들도 있는데,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부모들이 자녀가 성장해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바라는 마음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돈 버는 의사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는 의사로 자녀를 키우려는 마음이 얼마나 될까? 권세가 높은 법관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법관으로 키우려는 마음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가 정치인을 비판하는 근거는 그들이 공공에 봉사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정치인을 비판하기 힘들 것이다. 나를 비롯해 우리를 생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정치와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 대통령을 맞이하며 여성이 정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지평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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