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훈 익산시 여성청소년과 사회복지전담
이처럼 복지예산이 증액된 반면에 사회복지서비스로 전환해 직접 지원하는 최일선 행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지난 1월 31일 용인, 2월 26일 성남에 이어 3월 19일에 울산에서 잇달아 자살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 유서 내용들이 한결같이 "업무가 힘들다", "근무하기 힘들고 어렵다",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점으로 볼때 자살 원인이 과중한 업무량 때문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공공사회복지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기가 3월 새 학기를 전후로 복지업무가 폭증해 밤샘과 휴일근무가 매년 악순환 되다 보니 복지공무원들에게는 육체적·심리적 고통이 가장 최고조로 달하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0~6세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와 교육부에서 이관된 유아학비·교육급여 조사업무 등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중앙부처 13개 296개의 복지업무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복지 공무원들에게 집중돼 있다. 복지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읍면동 3474곳 중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1명만 배치된 곳이 1448곳으로 전체의 41.7%를 차지했다. 이러다보니 "아파서 병가나 휴직을 하고 싶어도 업무를 대행해줄 직원이 없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5년간 복지정책 재정은 45%, 복지수혜자는 157.6%가 늘었다. 하지만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느는데 그쳤다"고 한다. 문제의 핵심은 너무 많이 늘어나버린 사회복지 업무이고, 이에 비해 인력의 증가 속도는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복지체감 온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복지업무가 이미 오래전부터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즉 3D 또는 기피업무로 자리 잡아왔다. 업무과중에 따른 격무와 수시 야근 등으로 정작 자신의 복지는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가정 복지를 포기해야 사회복지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불문율이 내려오고 있다. 우리사회의 사회적 약자인 최저계층과 국민의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전담 지원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무원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이유는 사회복지직의 경우 일반직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업무가 과다한데다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100조원과 국민소득 2만불시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복지업무가 최일선 행정기관에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갈수록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과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혁신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복지사랑방인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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