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얘기보따리' 거리극 '녹두장군…'
지난 18일 오후 4시 전주부채문화관에서 만난 문화기획집단'얘기보따리'가 올리는 거리극'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次)'(이하 '녹두장군').
녹두장군 전봉준은 잊어서 부끄러워지는 이름이다. 연출한 정진권씨는 "미래를 바꿔줄 영웅을 기다리면서 정작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영웅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극 '녹두장군'은 이처럼 망각으로부터 기억을 향해 달려갔다.
총 7개 장면. 선무사(宣撫使·조선시대 큰 난리가 났을 때 민심을 다독이는 임시 벼슬)로 위장한 손화중 장군(백호영 역)이 대동사상을 주창해 한양으로 압송되는 전봉준(이부열 역)과 '애기접주'인 김 구(김종진 역)의 구출 작전이 골자다. 엿장수(이병옥 역)·뻥튀기 장수(정민영 역)와 주모(이용선 역)가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을 상징하는 비빔밥을 녹두장군에게 대접하는 설정으로 재미를 더했다.
올해는 "녹두장군 전봉준, 손화중 장군, 김개남 장군 이하 그 귀한 목숨들이 억울허고도 원통허게 일본노무시키 칼자루에 돌아가신 지 100년 허고도 18주년." 우리가 아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 관한 지식은 지극히 얕지만, 거리극은 동학농민혁명의 사상과 의미·진행과정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우리는 왜 다른 나라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혁명(프랑스대혁명)에는 '대'자를 붙이면서, 우리 민족이 들고 일어선 혁명은 민란이라고 했을까요? "라고 잘못된 역사인식을 환기시키고 "강제로 세금을 거둔 뒤 수탈과 착복을 일삼고, 백성들을 강제로 부역시켰다"고 고부 군수를 고발하면서 "너희는 비전투원인 동학의 신자들마저 모조리 학살했다. 일본 정부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공분하는 대목은 가슴으로 우리 역사를 배우도록 만들었다.
비빔밥을 비비기 위해 관람객들을 무대로 불러들여 대동세상을 체감케 하고, 일본군을 처단하기 위해 객석에 요구하는 돌팔매질은 공연의 즐거운 쉼표. 다만 공연의 분위기가 진중함과 유쾌함이 갑작스레 전환되다 보니 때론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고, 더블 캐스팅이다 보니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공연이 재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녹두장군'의 '한 수'는 탁월했다. 공연은 9월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전주부채문화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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