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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개운찮은 조배숙의 퇴장

▲ 김성중 편집국 부국장
지난 2013년 9월 3일. 조배숙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국회 출입 전북기자들과 만나 이듬해 실시될 6·4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출마 의지를 내비친다. 그는 “도민 상당수는 민주당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경쟁구도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전략과 노하우를 갖추게 된 것 같다”고 강조한다.

 

올 1월 27일. 조배숙은 “전북은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이고, 도민들이 소망하는 정치는 민생정치이자 생활정치다. 낡은 질서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담아낼 수 없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안철수 진영의 도지사 후보 출마를 공식화 한다.

 

2월 4일. 조배숙은 전북도선관위에 도지사 예비후보 1호로 등록하고 선거전을 시작한다.

 

그랬던 그가 4월 2일 도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한다. 도내에서 공식적으로 맨 먼저 출마 의지를 밝히며 선거판에 뛰어 든 후보가 가장 일찍 뜻을 접은 것이다. 이 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역단체장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자 자신이 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지 딱 7개월만의 일이다.

 

사실 그동안 지역정가에서는 조배숙이 도지사에 출마해도 완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내놨다. 또 조배숙이 새 정치를 선점하며 신당을 추진하는 안철수 진영의 도지사 후보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배숙 스스로 밝혔듯 ‘도민 상당수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민주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탈당해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을 갑자기 새 정치와 연결 짓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조배숙을 바라보는 안철수 진영의 시선 또한 정가의 전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안철수 진영에서는 조배숙의 자가발전식 신당 후보론에 곤혹스런 입장이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실제 신당을 준비하던 도내 안철수 진영에서는 기자에게 ‘안철수’와 ‘새 정치’ 그리고 ‘조배숙’이라는 세 단어를 조합시키지 말아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조배숙의 이미지가 새 정치와 일치하지도 않거니와 신당의 도지사 후보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조배숙은 도지사 후보와 관련해 안철수와 단 한 번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사실 이런 정황들은 ‘조배숙 정치행보의 최종 목적지는 도지사가 아니라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 있다’는 정치권의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예컨대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의 새 정치 효과를 최대한 선점,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높인 뒤 중도에 도지사 후보를 접으면서 차기 총선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했다는 게 관측의 골자다.

 

이 같은 관측은 조배숙의 사퇴 선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님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자기 분수를 뒤늦게 깨달았거나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했다는 말이다. 도지사 포부를 내비치며 호기롭게 내건 ‘10년 정치로 갖춘 전략과 노하우’의 종착역 치고는 너무 허무하다. ‘새 정치’를 한껏 활용해 치고 빠지기식 정치 행보를 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했다”고 했다. 이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7개월간의 대장정’과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세상사 갑작스런 일에는 사연이 있는 법인데 고개를 끄덕일만한 해명도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공동위원장 조배숙 추천설’과 낡은 정치로 상징되는 담합 의혹이 그래서 불거진다.

 

중견 정치인로서 일관성을 거스른 ‘때가 아니다’는 사퇴의 변과, 새 정치와는 동떨어진 ‘갑작스러운 퇴장’의 뒷맛이 개운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들이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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