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6 20:28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김승일 칼럼
일반기사

지방선거·휴대폰·격(格)

▲ 객원논설위원
요즈음 휴대폰 울리는 빈도가 너무 잦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가 짜증스러울 정도다. 공짜로 휴대폰을 준다거나 금리가 낮은 대출정보 제공, 목좋은 부동산 소개가 대분분이다. 행여 보이스 피싱이나 스미싱 사기에 걸릴까 세심하게 자판 들여다 보며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에 뒤통수 맞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전화뿐이 아니다. 열 명 중 일곱 여덟 명은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의 홍보 전화다. 과연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치긴 한 모양이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 전화 공세

 

도지사·교육감 후보를 비롯해서 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 후보들이 무작위로 쏘아대는 휴대폰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줄잡아 하루 평균 30통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문자 메시지 내용을 제대로 읽고 확인하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휴대전화 울리는 횟수로 그 사람의 사회적 격(格)을 미루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그래서 전혀 빈말은 아닌 듯 싶다. (지금 이 칼럼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옆에 놓아둔 휴대폰은 계속 울어대고 있다.)

 

엊그제는 컴퓨터 강습 받으러 다니는 복지관에서 내 과목의 수강생 반장에 임명되는 영광(?)을 안았다. 관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점심 대접까지 받게 됐는데 그 자리에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인사를 왔다. 참석자들이 수군수군 했다. “아니 누가 와서 밥사는거야? 잘 못 먹었다가 벌금 내는 것 아니야?” 명함을 내밀며 인사말을 하려던 후보자들이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정도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피해의식 탓인지 몰라도 선거판 인심이 각박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뿐이랴. 길거리마다 어깨띠 두르고 행인들에게 명함 돌리는 후보자들은 또 어떤가. 한 사람이라도 더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올리지만 받아든 명함은 돌아서면서 길거리에 흩날리기 일쑤다. 주는 사람 체면을 봐서라도 그냥 호주머니에 넣어둬도 될 법한데 너무나 야박한 태도에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할 정도다.

 

사람의 유전자는 원래 이기적이라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해지는 여러 행동이나 타산적 거래는 본래 유전자의 성질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도 이기적 유전자의 선택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당이나 후보자의 달콤한 말이나 속임수에 넘어 가기도 하고 제 흥에 겨워 제 발등을 찍기도 한다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 척 하거나 겉멋으로 내 한 표의 위력을 뽐내며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대선이나 총선 때보다 지방선거 때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지역의 유지나 토착세력과의 유착 또는 연대 여부가 중요 변수가 되기 때문 아닌가 싶다.

 

유권자, 후보 선택에 눈 부릅떠야

 

도지사나 시장·군수, 지방의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자치 시대에 그 역할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단체장이 주민생활을 편안하게 하고 지역발전에도 큰 성과를 낸다. 생각이 트이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도의원이나 시·군의원이 많아야 하다못해 조례(條例) 하나라도 번듯하게 만들고 기업체 하나라도 끌어들일 수 있다.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도덕적으로 청렴성을 갖춘 인물이 지방의 일꾼으로 뽑히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래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틀이 더욱 굳건해진다.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올곧은 후보를 골라 내는 일이야 말로 교과서적 지방자치 아닌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