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권 최대규모 자랑…대형마트 영향 큰 타격 / 야시장·청년몰로 점점 활기…전국 지자체 잇단 견학 / 맛시장 영화제 등 이색 행사,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전주 남부시장은 전주시 전동 일대 약 1만9505㎡에 위치한 상인 1200명의 생업의 터전이다. 전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조선 3대 시장 중 하나며, 백제 고대가요 정읍사(井邑詞)의 ‘시장’이 ‘전주 시장’일 경우 이에 해당하는 유서 깊은 공간이다. 현재도 호남과 충청권 최고(最古)·최대(最大) 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주 남부시장은 주말이면 하루 1만2000여명의 인파로 북적이는 전주의 소중한 문화 자산 중 하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생겨난 대형 마트와 백화점, 전자 상거래 등으로 전주 남부시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싸전과 어물전, 주단 등은 평일이면 더욱 한산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모습도 예전처럼 많지가 않다.
이에 따라 전북일보는 새해를 맞아 ‘전통시장 새길 찾기’라는 주제로 전주 남부시장을 조명해 본다. 전주 남부시장은 야시장과 청년몰 등을 도입해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려 꿈틀대고 있어 최근 전국에서 주목 받고 있다.
△야시장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은 2014년 10월 셋째 주와 넷째 주 금·토요일 4일간의 시범 개장을 거쳐 그달 31일 정식 개장했다. 전주 남부시장은 지난 2013년 9월 안전행정부 주관 전통시장 야시장 시범지역으로 부산 부평 깡통시장과 함께 선정돼 경관조명과 전광판 설치 등 개장 준비 작업을 거쳤다. 전북도와 전주시, 남부시장상인회가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에게 밤 시간대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추진한 결과물이 야시장인 것이다.
야시장은 연간 5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시장 중앙통로에서 청년몰 입구까지의 110m 구간에 열십(十)자 모양 배치로 이동 판매대와 기존 상설점포가 각각 35개씩(총 70개) 들어서 있고, 경관 조명·전광판·입간판·프로젝터 등으로 화려함도 가미했다.
야시장에서는 콩나물국밥·막걸리·순대국밥 등 향토 음식과 수제소품·잡화·공예품·짚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또 다문화 가정 주민이 만드는 베트남·필리핀·태국·중국음식도 맛 볼 수 있고, 소규모 전시회와 음악회, 공연 등 문화행사도 열린다. 매주 금·토요일에 운영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후 6시~10시, 4월부터 10월까지는 자정까지 문을 연다. 2014년 12월 기준 금요일 4000~5000명, 토요일 5000~7000명이 찾았다. 35개의 이동 판매대는 1일 200~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 판매대에서 비빔빵을 판매하는 강선자 씨(70·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기분 좋다. 매대 생긴 이후 매출이 3배 많아졌다”며 “무엇보다 우리 같은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겨 더욱 좋다”고 말했다.
또 곱창을 파는 최준영 씨(53)는 “음식이 떨어져야 줄이 끝날 정도다.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팔지, 시간만 많으면 계속 팔 수 있을 거 같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관광객 주대현 씨(22·서울)와 박윤예 씨(20·서울) 커플은 “연말에 한옥마을을 보고 싶어서 전주에 왔는데 근방에 이런 시장이 있을 거라곤 상상치 못했다”며 “처음 보는 광경이라 참 신기하다. 음식이 이색적이고 거리에 음악이 흘러나와서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린다”고 말했다.
하현수 남부시장상인회장은 “주말 야시장에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남부시장 상인들의 매출액도 10~20% 상승한 걸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시장은 상인과 관광객, 지역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발돋움 했다. 또 전국 지자체로부터 전통시장 활로 개척 모범사례로 주목받아 일주일이면 4~5개 시·군 공무원들의 견학 대상지가 되고 있다.
△청년몰
지난 2012년 5월 9개의 조그마한 상점으로 시작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2014년 12월 30개의 가게에 40여명의 상인이 입점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청년들의 톡톡 튀는 콘텐츠가 전통시장에 입점한 성격 상 청년몰은 언론으로부터 꾸준한 주목을 받아 왔고, 2012년 대통령 선거와 2014년 6·4 지방선거 때는 청년 실업문제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기도 했다.
청년몰에서는 서울 옛 홍대거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시끌벅적한 야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 2층에 위치한 청년몰은 같은 전통 시장 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담소 중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는 아가씨들의 목소리만 나긋하게 들릴 뿐이다.
김현상(31) 청년몰 반장은 “청년몰이 계속 유니크(unique)한 특성을 이어가려면 1층 야시장과는 다른 차별성이 필요하다”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닌 혼자 혹은 두 명이 와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마음의 안식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몰에서 수제 쿠키점을 운영하는 이혜미(29) 사장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하고 싶은 사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청년몰을 사랑한다”며 “야시장이 들어서면서 청년몰을 보러 오는 사람 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청년몰은 게임·화분꾸미기체험·재활용 디자인·통기타 연주·뜨개질 공방·먹을거리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문화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또 기존 시장 상인들과의 공존으로 새로운 시장문화를 창출해가고 있는 전통시장 혁신의 모범사례다.
△맛시장 영화제
전주 남부시장에서는 ‘꼬불꼬불 맛시장 영화제’가 열린다.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전통시장을 주제로 한 이 영화제는 전주시의 문화행사 지원 사업의 일환이며 시장 2층 청년몰에서 열린다.
2014년의 경우 11월 29일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맛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음식 관련 영화 ‘토스트’가 무료로 상영됐다.
또 영화 상영 후에는 우쿨렐레 공연과 함께 갖가지 레시피의 토스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음식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음식체험 행사는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50명을 선정해서 진행했다. 따뜻한 음료와 함께 영화소감을 나누는 자리도 당연히 수반됐다.
전통시장이 영화제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한 발짝 나아간 셈이다.
● 하현수 남부시장상인회장 "상인들 생각 바꾸고 혁신적 콘텐츠 개발"
“살아남으려면 상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전통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혁신적인 콘텐츠로 손님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전주 남부시장은 2015년 정부의 ‘글로벌 명품 시장’ 선정을 통해 더욱 날아 오를 것입니다.”
하현수(54)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26일 취임 이래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하 회장 취임 후 청년몰과 야시장이 들어섰고 시장 영화제가 시작됐다. 21세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이 작게나마 활로 찾기에 성공한 것이다.
하 회장은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국 5곳에 조성될 글로벌 명품시장에 선정되면 3년간 50억원을 지원받는다. 호남·충청권 최대 시장인 전주 남부시장은 분명 유력한 후보며, 남부시장의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은 전북에 있어서도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위법이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논리에 모순이 있고 상생이라는 대명제를 고려하지 않았어요. 법을 개정해서라도 전통시장을 지켜낼 것입니다.”
하 회장은 대부분이 영세 상인인 전통시장을 한 번이라도 주의 깊게 들여봐 달라고 부탁했다. 무허가 건물에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에게는 금융 거래 및 재산권 행사 제한마저 서스름이 없다.
“글로벌 명품시장 선정, 야시장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을 생동하는 걸작품으로 일구고 싶습니다. 한옥마을과 연계해 모든 세대의 벽을 뛰어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전주 남부시장을 도민이 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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