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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상승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것은?

● 제시문

 

〈제시문 가〉

 

하이네는 철도를 화약과 인쇄술 이래로 “인류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삶의 색채와 형태를 바꾸어 놓은 숙명적인 사건”이라고 불렀다. 나아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제 우리의 직관 방식과 우리의 표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도 흔들리게 되었다. 철도를 통해서 공간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다.…이제 사람들은 세 시간 반 내에 오를레앙까지, 그리고 같은 시간 내에 루앙까지 여행한다. 이 노선들이 벨기에와 독일까지 연결되고 또 그곳의 철도들과 연결된다면 어떤 일이 초래될 것인가! 내게는 모든 나라에 있는 산과 숲이 파리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미 독일 보리수의 향내를 맡고 있다. 내 문 앞에는 북해의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동일한 하나의 변화가 지니는 두 가지 모순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철도는 한편으로 이제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열어 놓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사이의 공간을 없앴다는 점이다. (…) 슈테른베르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럽의 창을 통해 보이는 전망은 그것이 지닌 심층적인 차원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것은 빙 둘러 서 있으며, 어디나 채색된 평면뿐인 하나의 동일한 파노라마 세계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 산업화 이전 시대에 시각적 인식에 존재하던 초점심도(焦點深度)는 속도로 인해 가까이 놓여 있는 대상들이 사라져가면서 완전히 상실되어버렸다. 이는 전경(前景)의 종말, 즉 산업화 이전 시기에 여행의 본질적인 경험을 이루던 공간 차원의 종말을 의미한다.

 

전경을 통해서 여행자는 스스로를 자신이 지나치고 있는 풍광과 연관지었고, 자신을 이 전경의 일부분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의식은 그를 그 지역의 풍광과 일치시켰고, 여행자는 이 풍경이 펼쳐질 수 있는 경계 내에 존재했다. 속도로 인해 전경이 해체되면서, 여행자는 이러한 공간 차원을 잃게 되었다. - 볼프강 슈벨부쉬(박진희 역), 〈철도여행의 역사〉

 

〈제시문 나〉

 

폭설 속으로 눈부신 속도가 사라진다. 호랑이를 상징하는, 도로 앞에 멈춰 선 고라니의 눈망울이 난폭한 저편을 바라본다. 도로의 끝으로 사라지는 속도의 뒤편이 호랑이의 포효처럼 먹먹하게 번진다. 고라니는 눈을 맞으며, 건너야 할 도로의 너머를 보고 있다. 눈부신 질주, 호랑이의 아득한 표효가 되어 도로 위를 배회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검고 긴 천적이 하얗게 질린다. 하얗게 질린 도로는 붉게 흐르는 죽음으로 가득찬다. 질주하는 속도의 궤적을 따라 호랑이의 식욕이 날카롭게 빛난다.

 

고라니의 발굽이, 가늘게 떨린다.

 

속도가 죽음을 만드는,

 

텅 빈 도사림 앞에서.

 

〈제시문 다〉

 

시민단체는 민주주의 발달과 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이 성장함에 따라 자발적으로 생겨난 집단이다. 그 역할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들과 기업활동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사가 정치 과정에 반영되도록 하는데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한국의 시민운동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시민운동의 방식은 대자보, 팸플릿, 플랭카드를 이용한 정보 전달에 기초했고, 옥외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사전 신고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의견수렴 및 의사결정 과정도 조직체계나 대표자 회의, 그리고 소규모 분과회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되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시민운동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시위를 하기보다는 전자우편 보내기, 여러 사람이 계속 ‘새로 고침’ 단추를 눌러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가상 연좌시위, 홈페이지에 막대 광고 달기 등의 시위 방법을 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힘도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정부나 언론, 기업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2000년 4월에는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산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불매 운동을 펼쳐 자동차회사의 항복을 받아낸 일도 있었다. 예전에는 자동차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에 소비자의 의견이 무시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한 소비자의 불만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또 빠르게 전문 지식을 서로 나누면서 ‘힘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논술문을 6단 논법으로 재구성하기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가)에서 ‘속도’가 우리에게 준 것을 말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다)의 ‘속도의 상승’에 대해 논하시오. (1,000자)

 

* 논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메일을 보내주세요(daum.net)

 

2. 면접 논제

 

운송 수단의 발달이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주위 학생과 같이 토론하시오.

 

● 쟁점 기출문제

 

2007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

 

〈논제〉 지식정보화 사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 쟁점 관련 도서

 

수영,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레이 브래드머리의 화씨 451

 

● 쟁점 관련 도서

 

박광현 감독, 웰컴투 동막골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포레스트 검프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글

〈제시문 가〉에서 속도는 우리에게 두 가지 변화를 선물했다. 우선, 속도는 공간과 공간사이의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속도는 과거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했던, 국가와 국가사이, 도시와 도시사이의 이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즉, 속도는 인류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공간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주어 공간 사이의 거리를 무력화 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속도는 각각의 공간의 근본적인 특성을 상실하게 했다. 속도는 공간과 공간 사이의 이동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자연 그 자체를 하나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단면적인 풍경으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본질적 자연과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속도의 상승을 인간과 자연의 단절된 상태로 보았다. 〈제시문 나〉에서 고라니는 질주하는 호랑이 즉, 달리는 자동차에 로드킬을 당한다. 즉, 인간들이 속도를 상승 시킴에 따라 자연은 죽음의 길로 인도된다는 것이다. 이는 〈제시문 가〉의 속도로 인한 자연과의 단절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질주하는 호랑이는 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속도의 상승의 한 가지 예로써 자연의 예시인 고라니를 죽인다. 즉, 속도의 상승은 인간이 자연을 죽임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본질적으로 단절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류사회는 속도의 상승으로 인하여 현대의 기술이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자연의 우위에 위치하는 것을 경험했다. 다시 말해서, 인류는 인류사회가 발전한 기반인 본질적인 원천인 자연을 인류와 단절함으로써 인류발전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반면, 〈제시문 다〉에서는 속도의 상승을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제시문 다〉에서처럼 속도의 상승은 사회 구성원들의 결집이 더 이상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거리에 무관하게 하나의 공동체로써 결합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시문 가〉의 속도로 인한 공간 개념의 무력화와 연결시켜 볼 수 있다. 인류사회는 속도의 상승으로 인해 힘의 역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즉, 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번복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면에서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다시 말해서, 인류사회는 속도의 상승으로 인하여 인류 공동체가 공간에 무관하게 합일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이진(전북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2. 교사 총평

 

‘속도가 우리 인간에게 준 것’이라는 논제는 이제는 흔한 논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주제를 글로 형상화시키려면 상당한 글 솜씨가 필요하다. 김이진 학생은 논증의 힘을 토대로 정확하게 써 내고 있다.

 

-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논술에서 제시문에 대한 이해는 ‘속도의 상승’이다. 이것은 정리와 해석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김이진 학생은 위 제시문을 토대로 ‘속도의 상승’이 주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 창의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분석력에서 온다. (나)에서 속도의 상승이 ‘인간(자연)을 소외시키고 있고, (다)에서 속도의 상승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문제 해결력

 

현재 논술문을 보면 (가)의 ‘속도의 상승이 주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바탕으로 하여 (나)와 (다)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논술에게 가장 기본이 되면서 핵심이 되는 요소이다. 논제에 따라 글을 잘 논증하고 있다.

 

- 문장력 및 표현력

 

논술의 논증 구조는 두괄식이다. 김이진 학생의 글을 보면 주지 + 구체화 + 정리의 형태로 잘 정리되어 있다. 글쓰기의 기초가 탄탄하게 잘 잡혀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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