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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에서 가치관의 힘

▲ 河雲 김형중
만약에 신(神)이 나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마법의 램프를 선물하였다면 나는 과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돈’이 가져다주는 요행을 가끔씩은 바랄 때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생각들이 잠재하는 것은 ‘물질의 풍요’를 중요시하는 삶의 가치관에서 시작된다. 가치관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관점이다. 때로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을 때, 바로 그때 가치관은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철학자 안병욱 교수는 인간의 3대 선택이란 명제를 들면서 “나는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했다. 누구는 배우자의 선택이고, 무엇은 직업의 선택이다. 끝으로 가치관의 선택은 삶의 질적인 방향을 가늠하는 갈림길이다.

 

부자들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가난한 상대보다 훨씬 다양할 수 있다. 즉 ‘돈’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기름지면서도 유리한 기회를 맞이하는 촉매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한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방적인 길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상하와 우열은 이웃이나 상대와의 비교에서 유발된다. 한국 사람들의 소득은 독립이후 60여 년 사이에 수백 배로 늘어나 부자나라로 살아가면서도 삶의 만족도는 우리보다 가난한 터키나 중국보다도 더 낮다고 하니, 왜 그럴까? 어찌했든 이 문제는 풀기 어려운 퍼즐(숙제)이다.

 

청춘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먼 훗날 백발이 인생을 가로막을 때에야 느끼듯, 불만과 과욕과 허영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미래는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다. 100세시대를 바라보는 요즘과 비교할 때 1945년 광복 이전의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다고 한다. 가난했기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때우고 질병에 걸려도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야했다. 먹을 것이 없어 배는 불룩 튀어나오고 검게 탄 야윈 체형이 말해주듯 국민 대다수가 영양실조에 걸렸었다. 6.25를 지난 때에는 미군(美軍)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을 모아 파는 상인들 덕분에 일명 ‘꿀꿀이죽’으로 연명한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어른들은 떠올리기 싫은 추억에 눈시울을 적신다.

 

부모들에게 가난은 이리도 야박하고 천덕스러웠던 것이다. 억척스럽게 살다간 질박한 선조들은 가난이라는 아프고도 고독한 긴 터널을 겪으면서도 올곧은 생각과 정직한 품성으로 고난을 견디어낸 것이다. 우리들 후손들은 과연 얼마나 고맙게 여기면서 현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나라는 먹을 것들이 지천(至賤)이다. 해마다 음식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몇 조(兆)의 경비가 쓰여 진다고 한다. 물질이 풍족해질수록 그 풍요로움의 어두운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질 것이다. 지금의 우리들은 배고프지 않는 삶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루에 미화 1달러(한화 1,150원 정도)로 살아가는 지구상의 인구는 15%, 2달러로 사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약 33% 즉 25억여 명이 넘는다는 유엔의 통계다.

 

상식과 이성에 바탕을 둔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지혜로운 언행과 판단이 행복의 가늠자다. 후회의 의미는 주어진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든 상황들을 겪은 뒤에야 그 가치를 비교하면서 후회와 한탄에 젖어든다.

 

△수필가 김형중씨는 ‘수필시대’로 등단. 칼럼집 〈도전하는 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당신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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