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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라도, 명예로운 이름 곧추세우자

“전라도는 마치 혹 같기도 하고 부스럼같기도 하며 곪은 종창같기도 하다. 전라도 개땅쇠는 간휼과 배신의 표상이며, 송충이나 그 이하의 해충이다.”

 

강원도 출신의 조영암이 1959년 <야화(夜話)> 지에 기고한 ‘소위 하와이 근성 시비’라는 글의 일부다. 전라도 사람들을 악의적으로 비난한 이 글이 당시 전북일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분기탱천하며 이를 규탄하는 궐기대회까지 이뤄졌다.

 

이렇게 직설적이지는 않지만, 지역감정이 잠잠해지는가 싶으면 전라도를 걸고 넘어지려는 관성이 우리 사회에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의 한 기업이 채용공고를 내면서 지원자격에 전라도 출신들을 채용하지 않도록 지침을 줘 물의를 빚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과연 전라도가 그리 만만한 곳인가.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인 농경사회에서 전라도는 국부를 창출한 중심지였다. 기본적으로 넓은 평야를 가진 자연적 조건이 좋았던 때문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백제시대 만들어진 김제 벽골제는 안정적인 물을 확보하고자 했던 개척정신이 숨어 있다.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의 하나인 ‘개땅쇠’의 본래 의미도 땅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김제 광활면과 부안 개화도 간척이 이뤄졌고,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사업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전라도는 또 역사의 격변기마다 그 중심에서 목소리를 냈다. 이순신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했다. 부패한 권력과 외세침탈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 독재권력에 맞선 광주민주화운동 등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온몸을 던진 곳이 바로 전라도며 전라도 사람들이었다.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며 가장 한국적인 문화들을 간직한 곳이 전라도다. 이렇게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밑거름 역할을 한 전라도가 국토의 변두리로 처진 것은 산업화 이후 반세기 남짓이다.

 

마침 내년이 ‘전라도’라는 이름이 탄생한 지 1000년이 되는 해다. 전라도가 갖는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바꿈시킬 절호의 기회다. 전북도의회와 전북발전연구원이 8일 갖는 ’전라도 개도 천년을 준비하자’는 주제의 세미나가 그 첫 출발이 됐으면 한다. 추상적인 구호나 1회성 이벤트로 끝낼 일이 아니다. 명실공히 전라도의 진면목을 전국에 알리고 전라도가 ‘멍에’가 아닌 ‘명예’가 될 수 있게 그 해법을 찾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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