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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구제역 살처분 현장 가보니…돼지 비명 '온 동네 삼키다'

굴착기 작업 소리 등 뒤엉켜 아수라장 / 주민들, 농장주 생계·수질오염 걱정도

▲ 15일 오전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고창군의 한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안봉주 기자

“좋은 일이면 전화라도 할 텐데, 안 좋은 일이라…”

 

마을 주민들은 땅을 파는 굴착기,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 거리를 배회하는 경찰차의 풍경이 생경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마을에 벌어졌다. 구제역은 한적했던 마을의 모습을 하루 만에 바꿔 놨다.

 

이달 15일 오전 10시께 일부 돼지 축사는 텅 비어있었다. 돼지가 우리를 빠져나오고, 이윽고 돼지의 앙칼진 울음소리와 굴착기의 작업 소리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돼지의 비명, 방역 관계자들의 다급한 외침은 마을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고창군 무장면의 돼지 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돼지 9880마리에 달한다. 14일부터 시작한 긴급 살처분은 17일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9880마리 가운데 8100마리(82%)에 대한 매몰 작업이 이뤄졌다.

 

이 고창군 돼지 농가는 13일 오후 7시께 돼지 80마리의 발굽에 물집이 형성돼 있다는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다음 날인 1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일 김제시 돼지 농가에 이어 두 번째 구제역 양성 판정이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 강모 씨(69)는 “고창군은 축산 농가가 많았어도 근 70년간 전염병 한 번 안 걸린 청정 지역이었다”며 “고창군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설마 우리 마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마을 주민 이모 씨(72·여)도 “30년 전, 돼지 6마리를 가지고 시작한 A씨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인의 생존권이 달린 일인데 전부 살처분하니, 종사자들의 생활 보장과 마을의 수질 오염 문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16일 0시부터 23일 0시까지 7일간 전북지역 모든 돼지에 대해 다른 지역으로의 반출을 금지했다. 가축의 반출 금지는 지난해 12월 23일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이다.

이는 도축, 다른 농장 분양을 위해 출하하는 새끼 돼지와 비육 돼지에 해당한다. 발동 기간은 1주일이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기간을 연장하거나 충남도, 전남도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반출 제한을 검토할 계획이다. 반출 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중앙역학조사반이 지난 11일 구제역이 발생한 김제시 돼지 농가의 돼지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충북 진천군의 구제역 바이러스와 99.06%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잔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김제시와 고창군 돼지 농장의 돼지는 모두 충분한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구제역과 관련한 도축장 출입 차량과 이 차량이 방문한 축산 농가를 분석한 결과, 전북 익산·정읍·김제, 전남 나주, 충남 공주·논산 순으로 차량 출입이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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