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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도시는 시민의식에서 탄생

약소국,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 우리의 희망은 선진국 국민이 되는 것이었다. 국민소득이 삼만 불이 넘으면 선진국이라고, 좀 더 열심히 일하자고, 자신을 스스로 채근하기도 했다. 수백 년 가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빠져나온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을까? 이제 웬만하면 집집이 차도 있고 가끔은 양식집에서 외식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국민소득은 아직 삼만 불 문턱에서 오락가락하지만 우리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자신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오래된 선진국의 시민들, 문명과 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한 나라들의 중산층 기준에 경제적 잣대는 없다.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 구사 능력, 즐기는 스포츠와 악기, 남다른 요리 실력,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과 약자를 돕는 꾸준한 봉사활동 등이다. 미국도 비슷하지만,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의 존재가 더해진다. 종일 종편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 참 의미심장하다.

 

아마 시민 몇 명당 도서관의 숫자 같은 것도 선진국과 중산층다운 삶의 기준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라면 우리 전주도 남부럽지 않다.

 

최근 개관한 효자도서관까지 합하면 전주의 공립도서관은 11개에 이른다. 장서는 이미 100만 권이 넘었고 그 분야도 비교적 다양하다. 자세히 분석할 필요는 있겠지만, 문화도시, 선진국이 되기에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수치이다. 그런데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은 아직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서연체율이 지나치게 높고 장기연체자가 책을 반납하지 않고 연락을 끊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은 빌려 간 책에 낙서하거나 책을 찢기도 한다. 일부의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그 비율과 빈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이다. 전체 도서관에서 두루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공공의 것에 대한 존중과 책임의식이 빠져 있는 탓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존재라는 당연한 진리,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곧 선진시민, 진정한 중산층의 조건이다. 높은 도서연체율, 훼손율은 그대로 이기적 천민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도서 관리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적 기풍을 건전하게 쇄신하는 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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