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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 해, 인생도 저문다

▲ 신영규 한국신문학협회 사무국장
최순실이라는 여자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풍파를 일으킨 병신년(丙申年)한 해가 서서히 저문다. 참으로 세월은 덧없다.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는 마음이 착잡하다 못해 우울하기까지 하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어찌 착잡하지 않으랴. 잡을 수도, 멈추게 할 수도 없는 야속한 세월….

 

쉼 없이 가는 게 세월인가 무상인가. 세월은 계곡을 흐르는 물 같다.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 하지만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 세월이 쏜살같다느니, 흐르는 물 같다느니, 하는 말은 세월의 흐름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월이 빠르다고 느껴짐은 무엇 때문인가. 세월은 나이에 비례하여 흐른다는 말이 있다. 1살짜리에겐 시속 1km로 가고, 30살이면 30km, 60살이 되면 60km, 80세가 느끼는 인생속도는 시속 80km다. 세월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중국의 장자(莊子) 지북유편(知北遊篇)에 백구지과극(白駒之過隙)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는 것은, ‘흰 말이 달려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간일 뿐’이다. 한 해를 뜻있게 계획도 세워보고 제대로 뭐 좀 하려니까 어느덧 끝자락이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가면 모레가 오고, 모레가 가면 글피가 오고, 그러다 한 달 두 달이 가고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결국 반백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이렇게 되면 누구든 태어나기 이전(죽음)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시간 속에 살다가 시간 속에 죽는다. 이 무시무시한 세월을 이길 장사 없다. 정말이지 모든 인생은 이 지구라는 행성에 잠깐 왔다가 머물면서 삶의 온갖 애환 속에서 웃고 울며 쫓기다가 결국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간다. 따라서 세월은 모든 사람의 청춘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저승사자다.

 

많은 성현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시간은 인생을 구성한 재료니까. 똑같이 출발하였는데 세월이 지난 뒤에 보면 어떤 사람은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낙오자가 되어 있다.

 

이 두 사람의 거리는 좀처럼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잘 이용하였느냐, 이용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느냐에 달려있다. 맞는 말이다. 이 한정된 시간과 세월을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그렇지 못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우리는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톨스토이는 인생은 이 세상을 잠시 거쳐 가야 할 정거장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세월이 사람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는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또한 부질없다. 다만 우리는 매년 연말이면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뿐이다.

 

저무는 한 해, 그 속에서 우리 인생도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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