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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헌의 다짐

▲ 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전 세계에 250개가 넘는 호텔을 세운 콘라드 힐튼(Conrad Nicholson Hilton, 1887~1979)이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5달러짜리 평범한 쇠막대를 불에 달군 다음 망치로 두드려 말발굽을 만들면 10달러 50센트를 벌고, 더 세밀하게 가공해 정교한 바늘을 만들면 3250달러를, 명품시계에 들어갈 밸런스 스프링을 만들면 250만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설명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또 다른 일화로 학문을 위해 상의산(象宜山)에 들어갔다 공부에 싫증이 나 산에서 내려와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 노파가 바위에 열심히 도끼를 갈고 있는 모습에서 마부작침의 깨달음을 얻고 글 공부에 매진한 이백(李白)은 동서고금을 통해 대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계속 노력하면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두 일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늘이다. 한 일화에서는 부가가치 창출을, 또 한 일화에서는 끈기를 말하고 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일화를 통해 융복합이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나아가야 할 길을 투영해 볼 수 있다. 고부가가치의 고도화된 산업으로 끊임없이 길을 찾고 정진해 나가야 함이 그것이다. 절실하게 묻고 살펴 현장에서 답을 찾아 실질을 추구한다는 절문근사(切問近思)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관 명칭을 바꾼 자동차융합기술원은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등에 가일층 매진하자는 뜻을 담아 마부작침의 의미를 가진 磨針軒(마침헌)의 이름으로 현판을 새겼다. 또한 정유년 새해를 맞아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을 반영해 비전을 새롭게 하고, ‘미래형 자동차 융복합 R&D 및 기술사업화를 구현할 글로벌 통합 플랫폼’으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협업과 융합을 선도해 나갈 기틀을 준비하고 인증 확대와 사업화 초실(初實)을 맺은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는 기술원의 비전 2020 원년으로 자동차와 연관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미래형 자동차를 지향한 자율주행 등 상용차 핵심기술 확보, 탄소·PPS를 활용한 경량화, 친환경 PHEV 청소차량 실증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상용차 주행시험장 완공에 맞춰 국제인증평가센터 구축과 KOLAS 인증 확대, 중국·미얀마 등 글로벌시장 진출 본격화, 특장차자기인증지원센터 활성화, 미국 자동차부품 A/S 시장 진출을 위한 틈새시장 개척 등을 추진한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R&D 개발과 기업 지원활동에 역점을 두어 자동차·뿌리산업분야 핵심기업도 육성해 나간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질 19대 대통령 선거가 올해 치러진다. 전북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상용차 분야 고도화를 통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전라북도와 기술원은 자율(군집)주행 기반의 미래형 상용차 플랫폼 구축과 글로벌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국가 주도의 대형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이 지혜를 모아 국가사업화의 타당성과 논리를 찾아내고 요구해야 한다. 그 어느 때 보다 마침(磨針)의 다짐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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