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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과 국가

▲ 송태규 원광고등학교 교장
길을 걷다 울고 있는 소녀를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될 것이다. 하물며 국가가 지켜 주지 못해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를 전전하며 온 몸을 유린당한 소녀들이라면 어떨까? 정부는 그런 소녀들을 단 돈 10억 엔에 다시 팔아버렸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국가의 기능과 역할을 떠올려보자. ‘국가의 기능 중 1차적 기능은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된 기능으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며, 2차적 기능은 국민의 생활과 관련된 기능으로 경제·사회·문화의 각 분야에서 공공의 복지를 향상시켜주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청소년이 어려움을 겪거나 위험에 처해있을 때 이들을 보호해주는 곳이 가정이듯, 국민들이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곳이 바로 국가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부가 주권을 가지고 국민의 안녕을 지켜주는 국가인지 회의감이 든다. 지난해 12월28일 우리 대한민국의 땅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세운 평화소녀상이 우리 행정기관의 손에 의해서 강제로 철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행되었다.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소녀상을 세웠지만 부산 동구청과 경찰에 의해서 강제로 철거되었다.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고 기념비를 세우는데 힘을 보태기는커녕 행정기관과 경찰이 막아서고 강제철거를 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이들은 어느 나라의 기관인가?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 타결하여 최종적으로 종결을 약속하였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이전하는 듯한 내용을 넣어 일본의 강경 조처에 빌미를 제공하였고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다. 합의 직후 일본 측에서는 소녀상 이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발언이 거듭됐다. 기시다 외무상은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합의에 따라, 한국 측에서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일본 정부는 주한 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과 고위급 경제 협의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럼으로써 일본정부는 한국 때리기로 지난 연말 추락했던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보았고 한국의 차기정부에서 12·28 합의 재협상의 여지를 없애고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반성과 사죄라는 상식을 뒤집는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몇몇의 국정농단으로 온통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기위하여 백성들이 나섰다. 우리들이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촛불을 쥔 채 광장에 나서는 이유를 그들은 모르는가.

 

아직도 헛된 망상에 휩싸여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회초리라도 들고 싶은 마음이다. 일본에 비위맞추고 충성하려는 자들은 어서 빨리 일본으로 가라. 늦게 나마 내 고장 익산에도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니 참으로 반갑고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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