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위탁업체 선정에 최저가 입찰제가 적용되면서 교육내용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한다. 사교육 영역의 상당 부분을 공교육 체계로 끌어들이며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이 가격경쟁 때문에 흔들린다면 교각살우와 다름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위탁업체 선정방식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북교육청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활용한 2단계 입찰방식을 올해 전면 도입하면서다. 1단계에서 각 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해 복수의 적격업체를 선정한 뒤 2단계에서는 이들 업체 중 최저가로 응찰한 업체를 낙찰하는 방식이다. 1단계 평가에서 질 좋은 수업계획을 만들어 최고 점수를 받아도 2단계 가격입찰에서 최저가가 아니면 선정될 수 없는 구조다.
강사 인건비에 대부분 의존하는 위탁업체에서 적정가격 이하로 방과후학교를 맡을 경우 강사비 삭감과 교육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들어온 업체가 방과후학교를 맡게 되면 교육내용을 보장하기 어렵고 다른 여러 부작용 등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교육청의 희망대로 1차 제안서 평가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격입찰에서 어느 업체가 선정되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하고, 1단계에서 적격 업체를 한 곳만 선정해 개찰한다면 그런 우려를 불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 업체의 제안서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적정가격 이하로 낙찰될 경우 운영과정에서의 부실은 피하기 힘들다. 또 1단계에서 적격 업체 1곳만 선정할 경우 탈락업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 이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과후학교는 그간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던 과외활동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사회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학교마다 수요 조사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진행했다. 돌봄교실 역시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을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맞춤식 과제 지도와 특기적성시간 운영으로 신뢰를 쌓았다. 그 신뢰의 바탕은 가격이 아닌, 교육의 질이었다. 가격 경쟁 도입으로 이렇게 쌓아올린 신뢰를 하루아침에 허물어뜨려서는 안 된다. 교육이나 보육 프로그램의 질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최저가 입찰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