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국민 갈등을 가장 쉽게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인재를 등용하는 ‘인사(人事)’가 아닐까 한다.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구성원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져 조직의 힘을 약화시킨다. 국가적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정부인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학연이나 혈연, 지역에 편중한 불공정한 인사는 내부에서 반드시 정치적 소외와 분열을 양산하게 되고 지역대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 역사에서 인사를 통한 통합정책으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자면 단연 영정조시대의 ‘탕평책(蕩平策)’일 것이다. 탕탕평평의 줄임말인 탕평은 싸움, 시비, 논쟁 따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함을 뜻한다. 정조는 한층 진일보한 정책을 펼쳤다. 정조는 침전에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는 편액을 달고, ‘정구팔황(庭衢八荒) 호월일가(胡越一家)’라는 여덟 글자를 크게 써 창문 근처에 걸어두고 조석으로 보며 교훈으로 삼았다. ‘정구팔황’은 먼 변방도 뜰처럼 가까이한다는 의미이고, ‘호월일가’는 서로 관계가 소원하거나 거리가 먼 곳도 한 집안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영·정조 시대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다. 그러나 인사탕평의 시계는 오히려 역행 중이다. 특히 정부의 전북인재 발탁은 처참한 수준이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 장관 1143명 중 전북 출신은 62명으로 5.4%에 불과하고, 차관 출신은 1370명 중 81명으로 5.9%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 수립 이후 임명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1/3을 영남이 차지한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같은 호남권으로 묶여 온 광주 전남도 장·차관을 각각 107명과 146명을 배출해 전북 출신보다 훨씬 많다. 전북 출신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11명을 배출한 것이 최고 기록이고, 차관직은 노무현 정부에서 19명이 임명된 일이 최고였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전북출신으로 8명의 장관과 7명의 차관이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명의 장관과 9명의 차관이 배출됐고, 현 정부에서는 장관 2명과 차관 4명이 임명됐을 뿐이다.
최근 우리 도에서는 대선을 계기로 전북 몫을 찾고, 해묵은 차별과 소외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전북의 독자 권역화와 정부 예산 균형 배분, 불공평한 국가사업의 정상 추진, 행정특별기관의 전북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북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고 소외감을 불러일으킨 인재 균형 발탁을 주장했다. 전북을 찾은 대선 후보들도 전북의 소외감에 공감하며 균형인사를 약속해 앞으로 기대가 크다.
예로부터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갈등을 봉합하는 길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인재를 균형 있게 발탁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꽉 막혀 있던 갈등과 대립을 타파하고 탕평의 정신을 실현하는 공정한 정부가 출범하고, 전북인재들도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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