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산하기관들 중 일부가 상시근무가 필요한 곳에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이른바 ‘기간 쪼개기’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무기계약직 채용을 피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공기관마저 앞장서 법률을 악용한다면 법의 권위와 신뢰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가 전북도 산하기관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여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할 수 있으며, 2년이 넘으면 계약내용과 상관없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된다.
그런데 최근 전북도 산하 기관들이 공고한 내용에 따르면 채용기간이 적게는 4개월부터 많게는 10개월까지로 대부분 1년을 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2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무기계약직이 아닌 기간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공고의 내용을 보면 기존 직원의 출산 및 육아 등 한시적인 업무도 있지만, 청사관리 유지 등 지속적으로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니 이는 명백한 편법운용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1년 내내 필요한 업무를 10개월 등으로 줄이면 취약한 근로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차별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된다. 민간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일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법률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북도 산하기관들이 이처럼 기간쪼개기 고용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07년 제정된 ‘전북도 기간제 근로자 관리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더욱 한심하다. 관리규정에는 1년을 초과해 근로계약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상위법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지도 않는 10년 전의 규정을 내세워 법을 어기고 편법을 쓰는 것은 부조리한 일이다. 전북도는 하루라도 빨리 규정을 고쳐서 산하 기관들이 기간제 근로자를 정상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없어서 힘든 세상에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늘리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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