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모아 해바라기하고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을 위해 해는 달과 구름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선 안 된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의 빛을 받아 그 반사 빛을 이용하여 어두운 세상을 농간한다.
밝은 대낮엔 숨어 지내다가 어둠이 내리면 나타나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달의 파행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해의 경계가 꼭 필요한 것이다. 해가 달에게 빛을 주지 않으면 달의 존재는 미미해 질 수밖에 없다.
해에겐 달도 위험한 존재지만 구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구름을 가까이 하다보면 해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려질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해가 구름에 가려지면 개기일식이 일어나 암울하고 우울한 세상이 되고 만다.
하늘의 해는 그냥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다.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고 온화하게 만들어 달라고 받들어 모시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해는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혀야 하는 숙명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 하늘엔 위선으로 가득한 해가 떠있었다. 온 국민이 떠받들어 모신 해가 정작 세상을 외면하고 자기의 외면적 치장과 존재적 가치를 높이는데 만 급급하며 국민을 농락해왔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달에게 빛을 몰아주고 자신은 옅은 구름 속에 숨어 거짓 빛을 발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다.
그 틈을 타 이 나라 하늘에 낮달이 떴다. 해의 빛을 전폭적으로 받은 낮달은 마치 자기가 해인 양 행세했다.
해가 가려진 하늘에 뜬 낮달이 더 선명해 보이는 하늘. 그 하늘은 온 누리를 흐리게 하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결과 해는 스스로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야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먹구름 속으로 떨어진 해야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는 성정이니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 누리를 밝혀달라고 믿고 맡겼던 세상 만물은 무슨 죄란 말인가? 하루아침에 해가 사라져버린 하늘을 보며 어찌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해를 미리 알아채지 못하고 떠받들어 하늘에 띄운 충정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해에게 절대적 힘을 실어주는 제도에 있다. 지금이라도 제왕적 해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제도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제도적 장치를 바꾸지 않으면 똑 같은 과오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법제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이 하늘에 개기일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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