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어머니, 참깨를 보내오셨다
보따리에 묻어온 가을 한 됫박
둥그런 저녁 밥상에 통깨 뿌린 겉절이
입안 가득 환한 깨꽃이 핀다
참 깨소금 맛이다
꾸러미 꾸러미 꾸려놓고
흐뭇해하셨을 깨꽃처럼 하얀 어머니
뙤약볕에 얼마나 볶였을까
들들 볶일수록 톡 톡
튀어 오르라고 보내셨나?
달달 들볶인 하루가 톡톡 튀어 오르며
고순내 진동한다
△참깨처럼 고소한 맛이 나는 시다. 가을 햇볕 쨍쨍한 앞마당에서 도리깨질하던 정겨운 풍경이 눈물겹도록 떠오른다. 긴 막대기로 탁탁쳐서 참깨를 얻어내시던 그 사람들이 모두 하늘나라에 있으니 키로 까불고 체로 치는 일은 별들이 하겠구나. 도리깨질 소리에 가을이 여물어 가는데 통깨 뿌린 겉절이가 입맛 돋운다. 둥그런 밥상에 누구를 초대할까 마음 설렌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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