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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입니다

▲ 김민정 군산드림성형외과 원장
그동안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생각이 깨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나보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분들과 조우하게 될 때이다.

 

지난 7월에는 우리 나이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왕성하게 심장수술전문의로 활동하시는 Dr. Nguyen이 미국 휴스턴에서, 눈성형수술을 배우러 찾아왔다.

 

물론 백인 코카시안들의 해부학적 구조가 우리 동양인들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동양인들 수술을 많이 보기 위해, 미용성형수술 수준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한국을 찾아오신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그가 존경스럽고, 또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레지던트 때만 해도, 선배 의사 대부분은 미국으로 유학해서 얻은 지식과, 미국 의사선생님들이 써 낸 교과서로 우리들을 가르쳤다.

 

이처럼 의학 분야 배움의 성지로 느껴졌던 미국에서, 거꾸로 한국으로 배우러 오시는 전문의가 있으니 놀랄 일 아닌가.

 

이렇게 한국의 의료 수준을 높이기까지, 그동안 피땀어린 노고와 정성을 쏟아주신 선배 의사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넘어 경외심마저 느낀다.

 

이번 9월에는 호주 시드니, 대만, 태국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오셨다. 요즘 북핵문제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오시는 분들인데, 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내가 고생해서 얻은 노하우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르쳐주면서, 부끄럽게도 간혹 속좁은 생각이 고개를 쳐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선배 의사들의 노하우를 거저 배웠다. 의학 텍스트북에 써 있는 한줄한줄은 그냥 대충 쓰여진 것이 아니다.

 

그 한줄한줄에는 수십년 이상의 노하우와, 수많은 환자들과 의사들이 부대끼면서 얻어진 결과가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의학의 근본은 인류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에, 나도 선배 의사들처럼 후배 의사들에게 하나라도 더 열심히 가르치리라 다짐해 본다. 환자들이 조금이라고 덜 힘들고, 더 행복해지는 결과를 위하여….

 

부친께서는 항상, 외국에서 배우러 오시는 선생님들을 극진하게 대접하라고 조언해 주신다. 당신이 젊으셨을 때 힘들었던 유학 시절을 떠올리시며, 그때 외국 교수님들의 따뜻했던 배려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며, 외국 선생님들께 잘하는 것이 결국은 애국하는 길이라고 충고해 주신다.

 

한국을 다녀간 경험이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그들의 모국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인연이 되었던 의사 선생님들이 그들의 모국에서 훌륭한 의사이자 리더가 된다면 지금이든 먼 훗날이든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것이 애국 아닐까. 어찌 보면 터무니 없고 황당한 바람일지언정, 하루 하루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려본다. 내 자리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나의 행복이고 이웃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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