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수북하게 내린 흰 눈을 보며 신천지를 만난 기쁨이 가득하고 내 애마를 뒤덮은 흰 눈을 쓸 때는 내 몸 안의 타락되어 부패된 찌꺼기들도 함께 쓸어내고 싶었다. 겨울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조심조심 출근하는 발길이 보람으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이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했었다.
매일의 생활이 하루같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여 삶의 밭을 일구었는가를 자성해 보며 흐트러진 시선들을 한데 모아 참으로 소중한 내일의 물레방아를 돌리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짐을 한다. 가면 가고 돌아오지 않는 세월 속에 분명한 나의 자아를 정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느냐는 물음에도 나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한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모를 며칠 앞두고 생각하니 삶은 늘 느린 목선을 타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항해하는 여정이라는 생각을 짙게 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늘의 귀착지가 결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삶의 여정이었는지 자성해 보며 안타까운 인연들이 있었음을 아쉬워하는 오늘이다. 이 여행길에서 눈빛 초롱초롱한 도반들이 내 인생의 동반자로 늘 생사의 고락을 함께 하려는 마음이 간절했던 때가 소중한 날들로 기억되리라는 생각을 안방의 시렁에다 달아두고픈 오늘이다. 버리지 못하는 미련들은 알곡으로 다져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인할 것이며 소중한 기억들이며 행복했던 순간들은 내 백년의 수첩에 빼곡하게 정리해 두고 보석처럼 빛나게 닦아둘 심사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한 겨울밤의 문풍지를 때리는 저 바람의 흔들림도 시린 추위의 은하의 떨림으로 추억을 부르지만 나는 이루지 못한 작은 소망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추억의 곡간에 빼곡하게 쌓아두려는 수심이 가득한 밤이다. 한 해 동안 이루지 못한 소망들에게도 빗질을 하여 떠나가는 세월의 미풍에 돋을 달아 함께 강물처럼 흘러가려는 또 다른 소망을 가슴 깊숙이 간직한다.
그 누가 말했던가?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요, 오직 내가 떠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새롭게 인식하며 내 삶의 분수령을 이루어 아름다운 서사시를 쓰려는 각오만 무성하다.
오늘이 있어 어제가 소중하고 내일의 보랏빛 새날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의지를 세모의 등불아래 오래토록 달아두고픈 마음이다.
2017년 정유년이여!
추억속의 신비로운 그림으로 영원히 빛나기를 염원하며 사랑했다고 그리고 최선을 다한 1년이 하루 같은 날들이었다고 고백한다. 네가 떠나가도 진정 나는 너를 떠나보내지 않았음을 명심하기를 바라며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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