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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1)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⑪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이끈 기마군 5백기가 칠봉성에 닿은 것은 이틀 후다. 칠봉성 아랫쪽의 마을을 거쳐왔기 때문에 소문은 금세 퍼졌다. 주민들은 기마군을 반겼다. 요즘들어 자주 출몰하는 신라 기습군을 퇴거하려고 기동대를 끌어왔다고 계백이 말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오늘도 조밥에 나물로 아침을 먹던 계백이 물그릇을 들고온 고화에게 물었다.

 

“너, 삼현성 근처에서 잡혔다고 했지?”고화가 주춤거렸을 때 덕조가 대신 대답했다.

 

“맞습니다. 노예상이 그랬습니다.”

 

“삼현성에서 살았느냐?”

 

계백이 다시 고화에게 물었다.

 

“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고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부친이 미곡상을 합니다.”

 

덕조가 토방 마루로 다가와 앉았고 부엌에 있던 우덕도 문에 붙어서서 이야기를 듣는다. 계백이 다시 물었다.

 

“성주가 누구냐?”

 

“대아찬 진성님입니다.”

 

“군사는 얼마나 있어?”

 

“그건 잘 모릅니다. 나리”

 

“알아도 모른다고 하겠지.”

 

덕조가 거들었지만 계백은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

 

“성 안에 우물은 몇개냐?”

 

“세어보지 않았어요.”

 

“가구수는?”

 

“1천호쯤 됩니다.”

 

“주민은?”

 

“그것도 모르겠어요.”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조밥을 삼키고 나서 마루에 앉아있는 덕조에게 말했다.

 

“어제 나하고 같이 온 장덕의 숙소에 가서 종을 데려오너라. 장덕이 내가 종을 데려오라고 했다면 보내줄 게다.”

 

“네, 나리”

 

영문을 모르지만 덕조가 일어나 문 밖으로 사라졌다. 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고화와 우덕을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 포로로 잡혀서 종이 되었다가 아이를 낳고 사는 여자가 많아.”

 

고화는 외면했지만 우덕은 눈을 치켜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그때는 종을 벗어나 백제인의 부인이 되는 것이지, 자식들도 백제인이 되고.”

 

“그렇게 못합니다!”

 

바락 소리를 지른 것이 우덕이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우덕이 발까지 굴렀다.

 

“차라리 죽겠습니다!”

 

그때 계백이 똑바로 우덕을 보았다. 그순간 고화가 숨을 들이켰다. 계백의 두눈이 번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술은 조금 비틀려져 있는 것이 쓴웃음을 짓는 것 같다. 계백이 낮게 말했다.

 

“죽음을 가볍게 말하지 말라.”

 

그때 열린 문으로 덕조가 들어섰고 그 뒤를 사내 하나가 따른다.

 

“나리, 데려왔습니다.”

 

다가온 사내가 마룻방 위에 앉은 계백을 향해 굽신 절을 하더니 고화와 우덕을 차례로 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부풀리면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계백은 미동도 하지 않고 사내를 주시하고 있다.

 

그때 사내가 소리쳤다.

 

“나리, 이 여자가 삼현성주 진궁의 무남독녀 고화입니다. 저년은 고화의 시녀이구만요!”

 

“뭐?”

 

놀란 덕조가 되받아 소리쳤지만 계백은 잠자코 물그릇을 들었다. 그때 고화가 사내를 유심히 보았다.

 

“너, 마굿간 종 상기 아니냐?”

 

“맞아요.”

 

우덕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이 역적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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