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지엠 이사회서 폐쇄 묵인 의혹
청와대 앞 시위 이어 범도민 운동으로 퍼질 듯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군산공장 구조조정 및 폐쇄 관련 안건을 의결하는 이사회에서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군산을 버렸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광역·기초의원들의 청와대 방문 1인 시위를 넘어 대규모 범도민 운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 한국지엠 노조와 민주평화당 등에 따르면 군산공장 폐쇄 발표(13일)가 이뤄지기 사흘 전인 지난 9일 부평 한국지엠 본사에서 이사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군산공장 폐쇄와 근로자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희망퇴직 안건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사회에는 이사 10명 가운데 한국지엠 2대 주주(17.02%)인 산업은행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3명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들 모두 군산공장 폐쇄 및 희망퇴직 등 안건에 대해 별다른 의견표명 없이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평당 김경진·정동영 의원 등은 “노조측에 따르면 구조조정과 같은 특별결의사항은 이사회에서 80% 이상 찬성해야 통과돼 산업은행측 이사 3명이 반대했으면 부결됐을 것”이라며 “이는 직무유기이자 배임으로 진상조사와 고발 등을 통해 산업은행과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GM에 10억불을 지원하는 것은 군산을 포기하고 부평과 창원을 살리겠다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가 군산공장 폐쇄를 전제로 추경 예산을 세우려 하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한국지엠 대란에 대해 산업은행이 침묵을 지킨 것으로 이들 3명의 이사가 왜 기권표를 던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3명의 이사가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한 이사회에 참여했음에도 정부가 GM의 군산공장 폐쇄 사실을 발표 직전까지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산공장 폐쇄 발표) 전날 저녁에 알았다”며 “한국지엠 이사회 안건도 사전에 이사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이사회 내용도 사후적으로 공개하면 안 된다는 비밀서약 의무를 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가 경제를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산업은행이 정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이를 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본보는 산업은행 추천 이사들이 왜 기권표를 던졌고, 왜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산업은행 투자관리실 담당자는 “죄송하다”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산업은행 공보팀 관계자는 “이사회 내용 등은 여기서 알 수 없으며 한국지엠에게 물어보라”고 회피했다.
군산공장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묵과할 수 없는 일로 국회가 산업은행에 대한 전방위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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