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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43) 3장 백제의 혼(魂) ②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아침, 3백기의 기마군이 칠봉산성을 내려가고 있다. 예비마와 식량을 실은 말까지 4백여 필의 말이 속보로 내려가는 터라 산이 울렸다. 앞장선 척후는 10여기. 그러나 깃발도 들지 않았고 백제군(軍)을 나타내는 띠도 매지 않았다. 사냥을 갈 때의 차림이다. 아침 일찍 산에 나왔던 나무꾼 서너명이 내려오는 기마군을 보고는 길가에 비켜섰다가 계백이 다가오자 꿇어앉았다. 근처 마을 농부들이어서 계백의 얼굴을 안다.

 

“성주, 잘 다녀옵시오!”

 

나이든 사내가 소리치자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추수 잘 하게!”

 

계백의 목소리는 곧 말굽 소리에 묻혔고 기마군에 둘러싸인 뒷모습도 곧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남방 방령 윤충도 말에 오르고 있다.

 

“선봉이 떠났습니다!”

 

부장(副將)인 덕솔 목기진이 소리쳐 말하면서 옆으로 다가왔다. 목기진이 탄 군마(軍馬)가 흥분해서 목을 휘두르며 제자리에서 두 번이나 맴돌았다. 싸움에 익숙한 군마들은 전장 분위기를 느끼면 날뛰는 것이다.

 

“서둘러라!”

 

말고삐를 쥔 윤충이 소리치자 목기진의 손짓을 받은 중군(中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솔 협반이 지휘하는 선봉군 3천이 조금 전에 방성(方城) 아래쪽 산기슭에 주둔하고 있다가 출발한 것이다. 윤충이 이끄는 중군은 기마군 7천5백, 후군은 3천5백, 선봉군까지 1만4천이다. 기마군이 움직이자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자, 이제 시작이다.”

 

윤충이 말에 박차를 넣어 속보로 걸리면서 주위에 모인 무장들에게 말했다.

 

“이번 싸움은 나솔 계백에게 달려있다.”

 

“방령, 대왕께 전령이 떠났소이다!”

 

중군의 제1대장을 맡은 나솔 정찬이 다가와 보고했다.

 

“대왕과는 이틀 간격이 되겠소.”

 

“일정이 정확해야 산다.”

 

윤충이 소리쳐 말했다.

 

“낙오자는 남겨두고 행군을 멈추지 말라!”

 

이미 각 무장들에게 지시를 해놓은 터라 전령을 시켜 전달할 필요는 없다. 후군(後軍) 뒤로 병참과 예비마까지 3천여 필의 말떼가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성 안은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을 했다. 성 안 주민들이 길가에 나와 서서 구경을 한다. 이 중에 신라 첩자가 있을 것이지만 기마군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한다. 출동 전까지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었던 터라 첩자들은 영문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성문을 나서자 아침 햇살이 기마군 위로 펼쳐졌다. 창끝이 빛을 받아 반짝였고 말들은 기운차게 걸음을 내딛는다. 윤충이 번쩍 상체를 세우고 소리쳤다.

 

“보라! 창끝에 비친 햇살이 이렇게 밝은 적은 처음이다! 이번 싸움은 이긴다!”

 

“와앗!”

 

근처의 무장들이 소리쳤고 전령들이 앞뒤로 말을 달려 나가면서 기마군들에게 전한다.

 

“창끝의 햇살이 이렇게 밝기는 처음이라고 방령께서 전하셨다! 이번 싸움은 이긴다!”

 

“와앗!”

 

앞쪽과 뒤쪽에서 전령의 말을 들은 기마군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병사에게 사기를 일으켜주는 것이 장수의 역할이다. 수백 번 전투를 치른 윤충은 비오는 어느 날에 전장으로 달려가면서 빗속의 귀신이 너희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 그날 윤충은 5백 기마군으로 3천이 넘는 신라군을 패주시켰는데 귀신의 도움이 컸다. 군사들은 귀신들이 옆에서 돕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것이 사기고 전장(戰場)의 단순함이다. 그것을 잘 응용하는 장수가 이긴다. 제갈공명의 계략은 다 헛소리다. 윤충의 머릿속에 계백의 모습이 떠올랐다. 계백. 지금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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