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8:4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불멸의 백제
일반기사

[불멸의 백제] (67) 4장 풍운의 3국(三國) ⑤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대야성에서 투항한 가야 출신 항장을 앞세워 백제군은 대야주의 성을 공략했다. 주성(州城)이 함락되고 군주 김품석이 살해된 상황인 것이다. 투항한 신라군만 1만여명이 되었으니 대야주의 41개 성은 대부분이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함락되었다. 대야성이 함락된지 엿새만에 대야주 42개 성이 백제군(軍)의 수중에 들어온 것이다. 대야주에는 가야인 1백여만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거의 백제군에 저항하지 않았다.

“대승이다.”

대야성의 청에 앉은 의자왕이 도열한 신하들에게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있다.

“부왕(父王)이 이루시지 못했던 대업(大業)을 이루었다. 기쁘다.”

오전 사시(10시) 무렵이다. 청에는 항장(降將)들도 둘러서 있었는데 삼현성에서 진궁과 함께 벼슬을 살았던 신라 급벌찬 전택과 대야성 수문장 여준의 모습도 보였다. 이제 전택은 백제의 7품 장덕이 되었고 여준은 9품 고덕이다. 신라에서보다 두계단이나 승진을 한 것이다. 백제 장수들도 논공행상에 의해 승진을 했는데 계백은 6품 나솔에서 5품 한솔이 되었고 선봉장 협반은 한솔에서 4품 덕솔에 올랐다. 그러나 계백의 수하 무장 해준은 전사했고 고덕 효성도 죽었다. 의자는 죽은 무장들도 일일히 승급시켜 그 녹봉을 가족에게 넘기도록 했다. 사후 처리를 잘해야 장병이 죽기를 무릅쓰고 싸우는 것이다. 여러번 전장을 겪은 의자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의자가 남방방령 윤충에게 말했다.

“고구려 사신이 왔다니 이제 들라고 하게.”

“예. 대왕.”

기다리고 있었던 윤충이 소리쳐 지시하자 곧 의례를 담당하는 사도부(司徒部) 부장(副長)이 청 밖에서 한무리의 관리들을 안내해 왔다. 고구려 사신들이다. 사신들은 사비도성을 거쳐 이곳 대야성까지 내려왔는데 모두 말을 달렸기 때문에 평양성에서 엿새가 걸렸다고 했다.

“백제 대왕을 뵙습니다.”

고구려 관복을 입었으나 급히 바꿔입은 흔적이 났다. 얼굴은 먼지가 끼어서 씻을 겨를도 없었던것처럼 보이는 사신이 소리쳐 말하고는 청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구려 막리지, 태대형인 소준관이 인사드리오.”

“오, 막리지이신가?”

의자왕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신을 보았다. 막리지면 고구려의 5부(部) 대인(大人)격이며 태대형은 2품급으로 백제의 달솔급, 즉 장관급이다. 고위직 사신이다. 의자왕이 물었다.

“그래, 고구려 대왕께서 보내셨는가?”

“아니올시다. 대왕.”

어깨를 편 소준관이 의자왕을 보았다.

“고구려의 대막리지이시며 대대로이시며 5부(部) 전(全)대인을 겸하고 계시는 연개소문 전하께서 보내셨습니다.”

“아아.”

신음 같은 탄성을 뱉은 의자왕이 머리를 끄덕였다.

“대막리지께서는 건녕하신가?”

“예, 대왕께 고구려와 백제의 동맹이 더욱 강고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소준관이 들고 있던 밀서를 두손으로 바치자 옆에 서 있던 사도부 부장이 받아 의자왕 아래쪽에 선 윤충에게 건네주었다. 의자왕이 소준관을 보았다.

“당(唐)이 지금도 북변을 건드리는가?”

“전무가 처형된 후로 놀랐는지 잠잠합니다.”

이때는 의자왕이 입을 다물었고 청안의 대신들이 술렁거렸다. 영류왕 건무를 처단하고 대신들을 모조리 살육한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정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연개소문은 영류왕의 동생 대양왕(大陽王)의 아들 보장(寶臧)을 왕으로 세웠지만 허수아비다. 소준관이 영류왕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현재의 왕을 언급하지도 않는 것이 그 증거다. 그때 소준관이 정색하고 의자왕을 보았다.

“대왕, 대야주 정복을 경축드립니다.”

“고맙네. 사비도성에서 기다릴 것이지 이곳까지 급하게 내려온 이유가 있는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