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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 유명석
우리는 태어나면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직을 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나도 남들이 하는 일상대로 따라서 살다가 퇴직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다음 날부터 내가 할 일들이 사라졌다. 따라서 아침에 시간을 맞춰 일어난다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매일같이 출근을 하다가 갑자기 갈 곳이 없고 규칙적인 생활이 되지 않으니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몇 시까지 오라는 곳도, 나가 있을 자리도 없다. 나대로 살아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조언 받을 곳도, 따라 할 사람도 없었다. 그 흔한 검색 사이트에도 그런 걸 알려 주는 곳이 없다. 눈 뜨면 일어나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몇 날들을 허둥댔다.

 

무언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의 조건 중 하나라고 한다. 그 일이 무얼까? 이 고민은 퇴직 몇 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다 못한 숙제였다.

 

선배들은 퇴직 후엔 우선 건강부터 챙기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50년 전에 일찍 작고하신 아버님도 나에게 “일왈강신(一曰强身)”이라고 하셨다. 건강 챙기는 것이 제일이라는 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건강생활의 전문가들이다. 그 걸 다 따라 하려면 몇 백 년을 살아도 못할 것 같았다. 아마 삼천갑자 동방삭이도 그렇게 살았으리라.

 

그래서 나도 남은 세월 건강하게 살려면 남의 말을 쫓을게 아니라 나름의 건강법을 정립하기로 했다. 건강이란 유전 반, 환경 반이란다. 부모님에게 받은 육신은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이니 땀 흘리며 살아야 하겠고 섭생에서는 저염식, 저지방식이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유전적 생체리듬을 살리며 먹는 것만 잘 맞추며 살면 남들 사는 만큼은 살 것 같다.

 

부모님의 생활방식은 하루 종일 움직이고 땀 흘리며 농사짓고 사셨다. 이것이 나에게도 물려받은 생체리듬이 되었다. 따라서 땀 흘리고 푸성귀 먹고 부모님 같이 사는 게 딱 맞는 처방이다. 아파트 살며 헬스장이나 등산하며 땀 빼면서 살든지, 부모님처럼 시골서 일하면서 먹을 것 길러 먹고살든지 선택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후자가 익숙하다. 그래 시골에 살기로 했다.

 

일어나자마자 하루 종일 일하는 논밭 한 바퀴 돌아보고 꼬리치는 강아지 한번 쓰다듬어 주고 푸성귀 뜯어 밥상 앞에 앉으면 상큼하다. 땅 세 마지기만 가지면 쌀만 빼고 잡곡과 애들 다섯 가족 푸성귀는 건강식하고도 가까운 친구들까지도 가끔 인심 쓸 수 있다. 먹어서 맛이 아니라 나눔이란 봉사에 버금가게 마음이 흐뭇하다. 각박하게만 살아온 내 인생 말년에 하찮은 것이나마 나눌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손자들도 내가 보내주는 택배를 받을 때는 할아비를 마음 가운데 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면서 혼자 히죽이 미소를 짓는다. 자식 식구들이 방학을 할 때는 먹을 것이 많은 우리 집으로 몰려온다. 빠듯한 봉급쟁이 살림살이를 하는 며느리 사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기농 먹거리로 먹고 노는 걸 다 해결해 주니 그런 횡재의 시골행을 마다할 리가 없겠지. 우리 내외가 건강해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일하며 땀 흘리며 나누며 살고 싶다. 움직이며 건강하고 나눔의 행복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

 

△유명석 씨는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김제중앙초에서 교직자로 정년을 했다. 현재는 영농을 하고 있으며 취미로 산행과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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