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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963 전국체전’ 전북의 품격 보여줄 기회

이인철 전북도체육회 상임고문
이인철 전북도체육회 상임고문

1963년 전북에서 열린 첫 전국체전은 산술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 초등학생 1원, 중·고등학생 3원, 직장인 50원 등으로 시작된 모금 운동이 발판이 됐다. 짜장면 한 그릇이 3원이던 시절이었다. 도민들이 푼푼이 모은 돈 3100만원으로 전체 행사비(8100만원)의 37%를 충당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35억원이 민간에서 모인 셈이다. 전북도민이 일치단결하면 무엇이든지 이룩할 수 있다는 철칙을 보여준 대회였다. 당시 국가 지도자로 등장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는 ‘티끌 모아 태산’을 강조했다. 1963년 전주종합경기장 준공식을 보고 놀란 뒤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큰 대회를 치러낸 전북도민들에게 배운 교훈이다.

가정의 역할은 더욱 경이로웠다. 당시 전북에는 체전에 참가한 선수·임원 1만5000여 명이 지낼 만한 숙박시설이 없었다. 전북도는 선수들이 민박할 가정집을 구했다. 1차 모집 결과 1000곳이 지원했고, 거기서 엄선된 가정집 400곳에서 선수단 6000여 명이 묵었다.

전북도에선 자기 집 방을 내준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전주삼남극장에 불러 ‘선수 수용 원칙’을 교육했다. 선수들에 대한 마음가짐이 교육 내용이었다. 어린 선수에게는 할머니 또는 어머니같이, 젊은 선수에게는 장차 내 사위나 며느리같이, 장년들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사돈같이 대하는 게 주요 뼈대다.

그 결과 44회 전국체전은 정이 넘치는 ‘인정(人情)체전’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아울러 전국에서 온 체육인들은 전주백반에 반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전주한식의 우월성을 입증한 최초의 관광 이벤트였다. 이때 만들어진 ‘맛의 고장’이라는 인식은 오늘날 우리가 자랑으로 여기는 전주 한옥마을의 뿌리가 됐다. 첫 전국체전에서 보여준 전북도민의 역량은 1974년 서울에서 열린 55회 체전에서 전북이 종합성적 2위를 거두는 성과로 결집됐다.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보름 남았다. 다음 달 12일부터 8일간 선수와 임원 3만여 명이 전북을 찾는다. 선수단 가족까지 포함하면 30만 명 이상이 우리 고장에 온다. 전국 17개 시·도를 대표하는 체육인들이 개최지인 익산시 등 도내 14개 시·군에서 기량을 겨룬다. 전북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것은 15년 만이다. 첫 체전인 1963년(44회) 대회를 시작으로 1980년(61회), 1991년(72회), 2003년(84회) 등에 이어 5회째다.

우리 도민들은 ‘인류애에 대한 봉사는 인생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해 왔다. 때마침 올해는 전라도 정도(定都) 1000년이자 미래 전북 1000년을 준비하는 해이다. 이번 전국체전을 전북이 힘차게 비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도민들이 역대 체전에서 보여준 숭고한 정신이 모든 손님들의 가슴속에 깃들도록 힘을 모으자. 전북도민 185만 명이 가꿔 온 ‘품격 높은 전북’ ‘강한 전북’ ‘따뜻한 전북’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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