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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젖은 눈망울에 대하여 - 복효근

그냥 통을 받치고 젖을 짜려 하면

별 소득이 없으므로

낙타 주인은 새끼 낙타에게 먼저 젖을 빨게 하다가

새끼 낙타를 떼어내고 마저 젖을 짠다

 

젖이 돌지 않다가도

새끼가 다가서면 유선에 젖이 돌기 때문이다

젖을 짜는 동안

새끼 낙타를 곁에 세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를 올려다보는

여린 초식동물의 눈망울은 왜 그리 흥그렁 젖어있는지

 

그저 풀이 자라서 이 사막에 낙타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안쓰러이 울음 우는 어미 낙타가 있어

새끼 낙타의 젖은 눈망울이 있어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젖이 돌고 그나마 풀이 자라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울부짖는 자식을 뒤로하고 출근할 때마다 겪었던 워킹맘의 아픔이 뼈에 사무친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낙타의 젖은 눈망울처럼 온종일 보내지 않았던가. 먼발치에서 ‘어미를 올려다보는’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는 새끼 낙타의 눈물이 지구를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젖을 먹여 키운 자식들이 더 보고 싶어진다.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초록빛 생명은 내 마른 몸에서 젖을 돌게 한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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