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 주필
선거 때만 되면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불나비 마냥 설친다. 예전과 달라 선출직 할려면 상당한 식견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돈 좀 벌었다 싶으면 명예를 얻고 싶어서인지 곧장 자기최면에 빠져 선출직에 나간다. 선거꾼들이 돈 냄새 맡고서 부추키는 것도 한 원인이다. 아직도 우리 정치판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서 돈이 많이 들어 간다. 물먹는 하마처럼 움직이면 돈이 들어 가기 때문에 자칫 한강 투석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들은 동냥벼슬이다. 인품이 훌륭해도 표을 구걸할 수 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표를 그냥 쉽게 주지 않는다. 요즘 민주당 후보들이 국회의원 후보경선을 앞두고 당원 모집에 혈안이 돼있지만 당원 모집이 쉽지 않다. 월 1천원의 당비지만 그냥 대충 입당 원서를 써주지 않는다. 모집하는 쪽에서 보면 야속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표밭인심이 사나워졌고 인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마하면 그 집안의 3대 내력이 까벌려 지기 때문에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선거판에 쉽게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국회의원 만큼 좋은 직업도 없다. 권한은 많고 책임질일이 별로 없다. 세비가 연간 1억8천만원이요 후원금까지 모금해서 쓸 수 있어 그 만큼 호사를 누릴 자리도 드물다. 면책특권이 주어져 특별한 일이 아니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보통 정치인 하면 국회의원을 지칭하는데 그 자리에 가려고 평생을 노력해도 못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번 하면 낙선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부분 다선의원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잔뜩 목에 힘이 들어 간다. 목에 힘 들어 간 것을 정작 자신만 모르지 유권자들은 그냥 안다. 그렇다고 충고하기도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목에 힘 들어 간 순간부터 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되기도 어렵지만 여론이 그런식으로 돌아가면 안된다.
요즘 현역들의 지역구 방문이 잦아졌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거의 지역구에서 산다. 한표라도 더 얻으려고 절치부심한다. 평소 목에 힘이 들어가 잘 숙여지지 않는 허리를 숙이고 친한척 하느라 애쓴다. 마치 밀린 방학숙제를 한꺼번에 해 치우는 것처럼 보인다. 유권자들도 다시 기회를 줘야 할지를 훤히 꿰뚫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민심이 까다롭고 냉정해진다. 앞에서는 지지하겠다고 끄덕이면서도 돌아서면 얼음짝처럼 굳어진다. 조석으로 변하는 게 민심이어서 진정성 없이는 그 맘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유권자들은 자신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를 주기 때문에 평소에 잘 해야 한다. 선거판에선 열렬한 지지자도 중요하지만 고추가루 한사람의 목소리가 더 거슬린다. 인간은 감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서운했거나 소홀한 점을 표 찍을 때 나타낸다. 현역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냥 지나치지만 서운한 사람들은 꿍하면서 벼룬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 것처럼 국회의원 하려면 겸양지덕이 먼저다. 누운 풀처럼 자신을 한없이 낮춰야 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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