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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위한 3D 졸업앨범 만든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 “볼 수 없는 사진, 학생들에게 상처”

3년전 미국 연수 때 조지아맹학교 알게 돼
3D앨범 만든 조지아맹학교 보고 제작 결심
“촉각 앨범·교재로 학생 경험 폭 넓혔으면”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3D 졸업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전북맹아학교 정문수 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3D 졸업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전북맹아학교가 최근 시각장애 재학생들을 위해 3D 촉각 졸업앨범을 만들어 따뜻함을 안겼다. 그 뒤에는 전북맹아학교의 정문수(49) 교장이 있었다.

“4년 전쯤에 학교 뒤뜰에 어딘가에 부딪혀 죽어 있는 새가 바닥에 있는 거예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뭔 줄 아세요? 아, 이걸 빨리 애들한테 보여줘야겠다. 얼른 학생들에게 새를 데려가니 아이들이 깜짝 놀라는 겁니다. 새 발가락이 3개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대요.”

당시를 생각하던 정 교장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정 교장은 “이때부터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3D 모형 등 촉각 자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전북맹아학교에서 3D 프린터를 구입해 학생들을 위한 촉각 교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보탑 하나를 가르치려 해도 학생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르잖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시각을 제외한 감각 기관, 특히 촉각을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학습자료에는 촉각 모형이 없어서 저희가 직접 만들게 됐죠.”

그러나 곧이어 난관에 봉착했다. 3D 프린터를 구입한다고 모형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기계가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도를 제작해야 하는데 전문 기술력이 없는 교사들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정 교장이 3년여 전 방학을 맞아 떠난 미국 연수에서 조지아맹학교를 소개 받았다. 정 교장과의 인연으로 전북맹아학교와 조지아 맹학교는 지난 2014년 교류협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공유해 왔다.

조지아 맹학교가 2년 전부터 미국 머서대 학교기술팀과 함께 3D 촉각 졸업앨범을 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정 교장도 미국 머서대 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졸업앨범이 우리 학교에선 사라진지 꽤 오래였다. 정작 주인공이 볼 수 없는 밋밋한 사진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상처였기 때문이다”며 3D 앨범 제작의 이유를 밝혔다.

내한해 지난 6월 학교를 방문한 미국 머서대 기술팀 팀은 전북맹아학교 고3학생 7명의 촉각 졸업앨범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 3D 교재 제작 기술도 연구를 공유했다.

정 교장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했던 당연한 행복들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전국의 다른 시각장애인 학교에서도 ‘3D 촉각모형 제작’이 지속,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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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3D졸업앨범 #전북맹아학교 #정문수교장
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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