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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의 행방

김은정 선임기자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세종은 왼손에 책을 들고 있는데 그 책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 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원리, 이를테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그 용법을 한자로 설명한 글이다. 세종은 자신이 직접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의례’ 말고도 이를 더 상세하게 설명한 글 ‘해례’를 집현전 학사들에게 집필하게 했다. <훈민정음 정본> 은 당초 의례와 해례본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셈인데, 아쉽게도 <세종실록> 이나 <월인석보> 등으로 전해온 ‘의례’와는 달리 ‘해례’는 따로 전해진 것이 없어 그 실체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었다.

‘해례’가 알려진 것은 1940년 훈민정음 정본이 발견되면서다. 덕분에 해방 후에는 해례본 내용이 대중들에게도 공개되었지만 그 실체는 자취를 감추어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천신만고 끝에 소장하게 된 ‘간송본’과 2008년 경북 상주의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된 ‘상주본’ 등 두 권이 전부다.

상주에서 발견됐다하여 이름 또한 상주본이라 이름 붙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다시 논란이다. 상주본은 운명이 지난하다. 국가와 원 소유자였던 골동품상, 그리고 현 소유자인 배익기씨가 10년 넘게 소송권 분쟁을 이어 온데다 지난 2005년에는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던 배씨의 집에 불이나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됐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결했다. 소유권 분쟁이 일단락 된 셈이지만 분란은 좀체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씨가 1000억 원 배상을 요구하며 상주본 반환은 물론 실체를 공개하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상주본이 화재로 상당부분 훼손되어 전체 33장 가운데 13장 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주본에 안겼던 1조원 가치도 퇴색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주 개봉한 훈민정음을 만든 과정을 담은 영화 <나랏말싸미> 의 극중 한 장면이 생각났다. 집현전 학사들이 집필해 완성한 해례본을 세종은 신하들에게 널리 알려달라며 나눠주지만 한명을 제외하고는 훈민정음 창제 자체를 반대했던 신하 모두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나가버린다. 그 빈자리에 남아 있던 책들이 훈민정음 해례본이었을 터. 그 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달랑 두 권, 그것도 한권은 훼손된 채 남아 있는 오늘날의 해례본 실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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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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