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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의 독립영웅

김은정 선임기자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장.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그의 연설을 듣지 않고 독서에만 열중해 있던 여성이 있었다. 다니엘라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유엔 대표부 소속 외교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책 한권에만 집중해있던 그의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고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그가 읽던 책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듯 그는 연설이 끝나자 트위터에 “트럼프대통령이 외국인 혐오와 제국주의로 가득찬 연설로 유엔을 모독하는 동안 내가 읽고 있던 책”이라며 인물 사진이 실린 책 표지를 올렸다. ‘볼리바르, 영웅, 천재 그리고 보편적 사고’라는 책 표지의 주인공은 남미의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1783~1830)였다.

새삼스럽게 다시 주목 받게 된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유력한 가문 출신들이 가는 길을 따라 그도 열여섯 살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3년 후 베네수엘라로 돌아왔다. 조국의 독립을 위한 운동에 나선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른바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 셈이었다. 혁명의 길을 열어준 사람은 가정교사였던 시몬 로드리게스. 진보 성향의 스승은 자신이 꿈꾸는 독립과 제국주의를 향한 저항의식을 제자 볼리바르에게 물려주었다.

베네수엘라의 독립 영웅으로 추앙받는 볼리바르는 자신의 길지 않은 생애를 온전히 남아메리카 독립에 바쳤다. 덕분에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가 줄줄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대를 살던 정치가와 민중들은 볼리바르가 이루고자 했던 남아메리카의 완전한 독립을 향한 행로를 끝까지 지켜주진 못했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는 혁명의 아이콘이었던 볼리바르가 민중들의 참여보다는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선호했던 까닭에 독재자로 불리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애를 통틀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던 그를 ‘독재자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한다.

어떻든 그 덕분에 독립을 얻은 볼리비아는 그의 이름을 따 국가이름을 만들었고,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의 많은 도시들은 중심부에 볼리바르 광장을 만들었다. 그 뿐인가. 공항과 도로, 건축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그의 이름은 건재하다. 국가와 민중을 위해 헌신했던 혁명가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방식일터인데, 우리에게는 이 또한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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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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