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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미투 망령'

김영곤 논설위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잠시 잊혀졌던‘미투(# ME TOO)운동’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작년 초 들불처럼 번졌던 성관련 피해자들의 애끊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 친지 불과 1년 만에 가해자들이 현장에 복귀하면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먹고살기 위해 문화현장 한켠에서 인고(忍苦)의 세월을 버텨온 피해자들은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화권력으로 인식된 그들은‘수퍼파워’명성 그대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어느 누구도 현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정도다.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만큼 피해자들은 수치를 겪고도‘벙어리 냉가슴 앓듯’참고 견뎌야 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와‘껄끄러운 동거’를 시작한 셈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가해자로 알려진 대부분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며 활동을 중단하거나 칩거중이다. 일부는 법정다툼이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길지 않은 숙려기간 이들의 복귀에 놀라울 따름이다. 주위 사람들이 침묵으로 방관하면 그 곳에 다시는‘제2의 미투’는 피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8일 전북연극협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미투’로 영구 제명된 인물과 접촉한 회원을 대상으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징계를 통해 제명자들이 도내 어떠한 기관과도 협업할 수 없도록 조치할 뿐 아니라 운신의 폭을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에서도 지난해 종합대책을 통해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개인과 단체는 3년간 보조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었다.

제명과 자격박탈 그리고 행정기관의 보조금 중단에도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면 그들이야 말로 가슴에‘주홍글씨’낙인을 찍고 2차 가해자라는 오명에 두려워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무료 법률서비스를 통해 마음 놓고‘미투’를 폭로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절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노출을 무릅쓰고‘미투’에 나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고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동료한테도 괜히 부끄럽다고 따돌림 당하고 어떤 순간에는“이러다 사회에서 매장당하지 않을까”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오롯이 피해자가 그동안 감내해야만 했던 몫이었다. 세상은 이제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이렇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은 가해자의 몫으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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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kyg@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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