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절실한 이들이 내민 손 잡아줬을 뿐”
“그저 도와주고 싶단 마음뿐이었어요. 의지할 데 없어 어렵게 찾아오신 분들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십 년 동안 여신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 사건’의 피해자 9명을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선 김기태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피해자들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회상했다.
지난 13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말문을 열기 전부터 연거푸 손사래를 쳤다.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응했을 뿐인데’, ‘언론의 조명까지 받을 일이 아닌데’ 하는 마음에서다.
아예 알지 못하는 일이라면 모를까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 그의 타고난 성품이다.
이번 목사 사건 무료 변론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고통, 분노, 두려움, 의지할 데 없는 막막함 등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어렵게 내민 손을 잡은 이상 ‘적당히’는 없었다. 9차례에 걸친 공판은 물론이고 경찰·검찰 조사과정에서도 줄곧 피해자들과 함께 했다. 같이 자리해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소통하며 다독였다.
혼자서는 못 가겠다거나 목사 얼굴을 보면 말문이 막힐 것 같다거나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피해자들의 호소에 눈높이를 맞춰 응답했다. 무엇보다 성범죄 사안인 만큼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1심에서 목사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되자 피해자들은 형량이 너무 약하다며 분노했다. 그는 2심 재판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료 변론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는 “무료로 남을 돕는 좋은 변호사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무작정 무료로 수임하는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시간, 노력, 난이도, 관계, 합리적·양심적 판단.’
그의 사무실 한편에 적혀 있는 문구다. 변호사로서 사안을 대하는 기준을 적어놓은 것일 테다. 주위를 살필 줄 아는 본래의 성품에, 대표변호사로서의 책임감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일전에도 무료 변호를 맡은 적이 있어요. 사기를 당해 평생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몽땅 날린 사건이었는데, 3년여 매달려 되돌려 받았지요.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지만, 당시는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했지요.”
지난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0여년 넘게 전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무실을 연 지는 5년째다. 무료든 아니든 그의 사무실은 항상 억울한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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