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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순 ‘마이산케이블카 저지위원회’ 집행위원장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폐해, 반면교사 삼아야”

이은순 집행위원장
이은순 집행위원장

“법원 기각판결은 사필귀정입니다. 5년 가까운 시간은 긴 터널과 같았습니다. 이제 막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마이산 삭도(朔道, 케이블카·곤돌라 등) 설치반대 운동을 펼쳐온 ‘마이산케이블카 저지 위원회’ 이은순(58·여·백운면) 집행위원장은 진안군(원고)이 전북지방환경청(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마이산케이블카 설치 관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협의의견 취소 청구의 소(이하 케이블카 행정소송)’에서 지난 4일 ‘기각’ 판결이 나오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의 기각 판결은 지역 사회에 큰 교훈을 주었다. 위임받은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다간 정책결정 책임자 본인에게는 물론 지역 공동체 전체에 불행한 결말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이은순 위원장은 “우리는 처음부터 한결같이 ‘케이블카 설치가능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군청은 우리 의견을 무시했다. 결국 법도 경시한 셈이었다. 우리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창피스러운 상황을 맞진 않았을 것이다. 케이블카 실패는 선출직 지도자들이 향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이산케이블카사업은 애초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타 지역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사업의 성공요건인 접근성, 연계성, 조망성 등이 모두 떨어졌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타당성 보고서에 실린 관광객 추이 분석은 꼼수였고, 한마디로 잘못된 타당성 조사였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새만금환경청의 ‘부동의’ 판정이 나올 때까지 수십 개월 동안 우리 저지위원들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월요일마다 피켓을 들었다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어느 날 점심 무렵 이항로 전 군수가 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발을 쿵쿵 구르며 목청껏 화를 냈다.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주권자인 군민의 충정어린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감정적 공격을 퍼붓다니……. ‘그 분’의 정치적 품격이 잘 드러난 대목으로 본다.”

당시엔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외견상 절대다수로 보였지만 저간의 사정은 외견과는 달랐다는 게 이 집행위원장의 회고다.

“피켓 시위를 하면서 우리는 군청 출입 주민들로부터 ‘엄지 척’ 격려를 많이 받았다. 은밀하게 밥을 챙겨주거나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를 ‘격려금’으로 내놓는 주민도 있었다. 심지어 공무원 중에도 우리 응원군이 있었다.”

그는 밀어붙이기 행정의 전형인 마이산케이블카사업은 ‘군민 분열, 행정력 낭비, 재정 낭비’ 세 가지 폐해를 낳았다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명한 시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관련 공직자들에게 울림 있는 충고 하나를 내놨다.

“주민들은 ‘가슴팍에 수십 개의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줄 모르는 제웅(김선우/목포항)’이 결코 아니라고. 살아 있다고.”(제웅: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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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승호 shcoo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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