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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문화&공감 2022 시민기자가 뛴다] 구도심 기린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를 보다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제품을 재탄생시키는 것을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현은 ‘새활용’이다.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인 업사이클링으로 자개문형글자를 하는 작가가 있다. 구도심에 위치한 기린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폐가구 문자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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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미술관 전시장 전경.

전주 기린미술관(관장 이현옥)에서는 4월 1일부터 5월 29일까지 자개 문형글자 심홍재 작가를 초대하여 개관 5주년 기념 초대전을 갖는다.

심 작가는 자개로 글자를 문형화하여 캔버스위에서 행위예술을 펼치는데 작가의 획과 자개가 만나 그 기원의 상이 구성된다고 한다.

기린미술관 3층 전시장을 가득 메운 심 작가의 글씨들이 영험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작업은 기도로 시작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빌고 마음을 다잡아 한지에 획 작업을 통하여 본 작업이 진행된다. 예전 한자 추상의 획 작업에서 요즘은 한글 추상과 인체 추상의 획 작업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전시의 메시지는 평화와 안민이다. 평화는 세이브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통해 끊임없이 외쳐왔던 메시지며 안민은 그러한 평화를 통해 사람들의 안녕함을 기원하는 메시지다.” (심홍재 작가 작업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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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재 작가 작품.

작가가 글자를 작업한 원 재료는 바다의 조개 속껍질을 여러 차례 얇게 벗겨 자개를 만드는 장인의 손으로부터 새겨지는 과정 그리고 누군가의 쓰임이 다할 때까지 주름질, 모조법, 끊음질, 타발법 등을 통해 나전칠기로 만든 장롱과 화장대 등이었다.

자개는 장식을 위한 무늬를 새겨 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이가 이를 쓸 대상의 행복과 번영, 평화와 안민을 기원하는 마음을 새겨 넣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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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재 작가 작품.

근대란 결국 옛것을 밀어내고 새것이 주류로 부상하는 현상을 이른다. 심홍재 작가는 이 현상을 주목한다. 버려진 자개장롱에서 자개 부분을 도려내 글자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펼쳐나간다. 

심 작가는 강렬한 빨강색 바탕위에 낡아서 버린 자개장롱의 무늬부분을 오려낸 후 이를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작가의 특유의 야생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인데 바탕색과 자개가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글자 부분의 색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자개를 사용한 작가들의 작업은 더러 눈에 띄지만 기성 오브제를 사용한 심홍재의 작업은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친숙함으로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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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왼쪽)과 성모송.

심 작가는 ‘예전 한자 추상의 획 작업에서 요즘은 한글 추상과 인체 추상의 획 작업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전시의 메시지는 평화와 안민에 있다’고 이번 전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획작업은 폐 자개농이라는 물성의 직접적인 재해석을 하여 오려 따내는 작업을 통하여 고정 관념적 틀을 뛰어넘는 온고이지신적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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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시간.

지금도 친정에 가면 안방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엄마의 까만 자개농이 보인다.

어릴 때는 안방을 어둡게 차지하고 있는 자개농이 좋아 보이지 않았고, 안방 문 열 때 마다 나는 특유의 냄새도 익숙지 않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옛것의 소중함을 알고 겉만 화려하고 깔끔한 것 보다 손으로 진중하게 작업한 우리의 자개농이야말로 예술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특유의 옻 냄새와 어두컴컴한 자개농은 현대인들의 취향에 부합하지 못하고 폐기처분되기 일쑤인데 이런 자개농이 심 작가를 통해 기도문으로 형성되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처럼 발랄하게 다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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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ior

낡아빠지고 허름한 도마 위에 작가는 글을 올려놓았다.

누군가가 사용했을 도마엔 칼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 곰팡이도 보인다. 작가는 그 곰팡이까지도 예술로 간주했는지 곰팡이 핀 도마와 본인의 작업을 배치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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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재 작가 작품.

작가는 화선지 위에 획을 긋고 길상적 문양이 가득한 자개농 위에 붙인 후 전동 톱으로 도려내고 수작업으로 필 맛이 손실되지 않게 마무리해 글자를 떼어낸다. 떼어낸 글자는 캔버스에 놓고 레진을 여러 번 붓고 말리며 굳히는 작업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다고 느껴 버린 자개농에서 작가는 예술적 신앙고백을 하며 글자를 만들어 그 글자와 춤을 추며 새로운 작업에 몰두한다.

심홍재 작가는

심 작가는 1987년 작가의 길에 들어서서 36년여를 작품을 통한 수행을 하고 있다. 이번이 22회 개인전이고 그동안 여러 번 아트페어와 행위예술제에도 참가하였다. 심 작가는 한국행위미술협회 회장과 전주 국제행위예술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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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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