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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 춘포로의 시간 여행

익산 춘포면 일원서 ‘다시 만난 대장촌, 춘포마을’ 포럼 개최
일제 강점기 수탈 역사의 산증인들과 춘포의 과거·현재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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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춘포 출신 김준태 수필가가 23일 춘포 도정 공장 앞에서 해방 전후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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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 출신 재한 일본인 기무라 유미 씨가 23일 카페 춘포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익산 춘포의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역사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광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살아 있는 근대역사마을 춘포를 알리기 위한 지역 청년들의 희망찬 도전으로, 해방 전후 춘포에서 나고 자란 산증인들이 함께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눈앞에 그려졌다.

23일 오후 3시 춘포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뜻을 모아 운영 중인 카페 춘포.

춘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1934년생 김준태 수필가와 춘포 출신이자 ‘봉인된 역사(대장촌의 일본인 지주와 조선 농민)’의 저자 윤춘호 SBS 논설위원, 일본 구마모토 출신 재한 일본인 기무라 유미 씨를 비롯해 춘포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한데 모였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춘포 마을 투어에서 김 수필가는 놀라운 기억력으로 해방 전후 춘포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1914년에 지어진 대장촌역(춘포역)은 이리역보다도 먼저 생겼지요. 일대에서 나는 쌀을 실어가려고요. 익산역 앞 옛 대한통운 자리에 마루보시(물류 창고)와 직원 관사가 있었고 해방되면서 유도장이 들어섰지요. 초등학교 다닐 때 거기로 유도를 배우러 다녔어요.”

“만경강은 자연천인데 당시에는 지금 같은 둑이 없었어요. 조그만 나무다리가 있었고 건너가면 조그만 일본 상점이 있었고, 일대는 전부 뽕밭이었어요. 대지주였던 이마무라는 여기 대장촌 일대, 덕실리 같이 조금 떨어진 곳은 호소가와 농장 관할이었지요.”

카페 춘포(춘포청년회관)에서 시작해 김성철 가옥, 도정 공장, 에토 가옥 등을 둘러보면서 그는 당시 누가 어디에 살았는지, 일본인 지주들과 대장촌 농민들의 생활은 어땠는지 마치 호적 계장이었던 것처럼 기억을 되새겼다.

“도정 공장에서 나오는 왕겨가 명물이었어요. 중요한 땔감이자 돼지 사료였기에 서로 사려고 줄을 서곤 했지요. 차로 쌀을 나르기도 했고 우마차로 나르기도 했는데 우마차 뒤를 쫓아 대나무로 쑤셔 쌀을 빼먹기도 했지요.”

일제 강점기 당시 대장촌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윤 논설위원도 때때로 옆에서 설명을 보탰다.

“110년 전에 정미기 14대가 돌아갔다는데 상상해 보면 당시에는 굉장한 규모이지요. 익산의 중심지나 다름없었을 겁니다. 도정된 쌀을 역전까지 실어 나르기 위한 찻길이 그때부터 있었지요.”

“어제가 단옷날이었는데 과거 춘포 만경강 일대는 단오가 되면 전국에서 모래찜을 위해 모여든 인파가 대단했다고 해요. 전국에 특별 기차표가 있었다니까요. 지금 만경강 제방을 15년에 걸쳐 쌓았는데 동원된 연인원이 300만 명에 달합니다. 일본 기술자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엄청 동원됐지요. 당시에는 대장촌에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생생한 당시 이야기를 들으며 수탈의 슬픈 역사를 가슴에 담은 이후에는 카페 춘포에서 마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활용해 관광 마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포럼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윤 논설위원이 ‘나에게 대장촌이란’, 기무라 유미 씨가 ‘구마모토와 춘포의 소소한 이야기’, 지역생태연구가 유칠선 박사가 ‘만경강의 생태환경’, 김세만 익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익산 여행의 백미 춘포를 일본관광객에게 홍보하기’, 최인경 한국관광공사 전문위원이 ‘요즘관광, 익산여행 어때’를 주제로 각각 이야기를 나누고 춘포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공유됐다.

윤 논설위원은 “대장촌(춘포)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면서 “이를 하나하나 찾아내고 현실화해 의미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이번 마을 투어와 포럼은 마을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익산문화도시 ‘문화마을 29’ 사업을 통해 감성춘포 팀(대표 최희서)이 기획하고 실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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