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자산이 아니다. 전북 제조업의 뿌리이자,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지탱해 온 전략적 거점이다. 그럼에도 군산조선소 전면 재가동은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기업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의 태도가 아니다. 정치는 어려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분명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미국이 조선산업 부흥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미 조선협력, 이른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때문이다. 미국은 대규모 전함과 특수선을 신속하게 건조할 수 있는 동맹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춘 나라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군산은 특별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대형 조선소 인프라가 그대로 남아 있고, 항만과 물류 여건도 뛰어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기반까지 갖춘 곳은, 군산이 거의 유일하다. 마스가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속도·안정성·공급망 연계’라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전략적 생산기지로 군산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군산조선소는 해운 경기의 오르내림에 따라 가동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본적인 가동 물량을 확보하고, 특수선과 친환경 선박, 공공선박 발주를 연계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군산조선소를 ‘경기 의존형 조선소’가 아니라, 국가 조선산업을 떠받치는 전략적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지원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조선산업 전체의 안전판을 하나 더 확보하는 국가 전략의 문제다.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현재 군산조선소의 정상적인 재가동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매각 역시 하나의 정책적 선택지로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돌리느냐’다. 정부와 지자체가 중재자로 나서 인수 조건을 설계하고, 공공 물량과 정책 금융을 묶은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면 재가동 시점은 충분히 앞당길 수 있다.
이미 한·미 통상·투자 협력 패키지에는 1500억불(209조원) 규모의 조선산업 전용 펀드가 마련돼 있다. 이 자금은 우리 기업의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쓰이도록 설계돼 있다.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산업 전환에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군산조선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수주를 조정하고 공공 발주를 활용하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과 안보, 산업 전략을 결합한 해법 제시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답해야 할 때다.
필자는 ‘군산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가스가(GASGA)’ 프로젝트를 제안해 왔다. 가스가는 해운·조선산업의 재도약과 재생에너지 신산업을 함께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군산조선소다. 더 이상 기대만 부풀리는 정치가 아니라 방치된 현실을 끝내기 위해, 끝까지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을 요구해 나갈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 마스가 프로젝트, 친환경선 확산이라는 시대 흐름과 함께하며, 군산조선소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에 집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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