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사 중인 용인 클러스터 이전은 비현실적…추가 팹·후공정 입지 재설계 필요 전력·용수 여건 고려한 비수도권 분산, 정부 ‘지방 주도 성장’ 기조와도 맞물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을 둘러싼 찬반 정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산업계 안팎에서는 논쟁의 초점을 ‘이전 여부’가 아닌 반도체 산업의 확장 전략으로 전환해 복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클러스터를 옮기는 것은 현실성이 낮은 만큼, 아직 착공되지 않은 추가 팹(fab; 반도체 생산시설)과 후공정·연관 시설, 나아가 차기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공모 국면에서의 입지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전력 다소비 산업인 반도체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송전망 부담과 비용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력·용수 여건을 갖춘 비수도권으로 확장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논리에 대한 정책적 설득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6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 논쟁은 전북과 경기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북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력 여건과 지역 균형발전을 근거로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력 대책 없이 수도권에 산업을 몰아준 결과가 송전 갈등”이라며 “아직 착공되지 않은 반도체 시설은 전력 여건이 갖춰진 지역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도와 용인 지역 정치권은 이전 논의 자체가 산업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4일 SNS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전 없이 정상 추진돼야 한다”며 “확정된 국가 전략사업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경기도당도 같은 날 “이미 정부가 지정한 국가 핵심 사업을 정치적으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 공방과 달리 산업계에서는 ‘이전 가능성’보다 ‘확장 여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내 반도체 현장 출신 한 전문가는 “이미 가동 중이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팹을 옮기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아직 착공되지 않은 추가 시설은 입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며 “후공정과 소재·부품·장비, 전력 집약도가 높은 연관 시설부터 비수도권에 분산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 에너지 수요 전망’ 등 산업계 보고서를 종합하면, 반도체와 같은 전력 다소비 산업이 수도권에 계속 집중될 경우 전력 계통 부담과 송전 비용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생산은 전북·전남 등 비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산업 수요는 수도권에 몰리면서 장거리 송전망 확충과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고 반복될 여지를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미 확정된 사업은 유지하되, 향후 확장·후속 시설의 입지는 에너지와 용수 여건을 고려해 재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산업계 판단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지방 주도 성장’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부권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최근 “전력이 많은 지역으로 산업 입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도 후속 단지에 대한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지사는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사 용인 공장 이전이 어렵더라도, 앞으로 계획된 대규모 반도체 관련 시설은 지방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강하게 주장하겠다”며 전북이 후속·연관 시설의 대안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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