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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학 운동에 문인들 적극 나서야"

'사람' 연작만 30여 년. 이미 400여 편이 넘게 썼다."79년 10월 초순인가 동아일보에서 작품 하나만 써달라는 제의가 왔습니다. 시를 탁 털고 나니까, 개엄이 선포되고 모든 출판이 검열됐죠. 이대로 시가 묻히나 싶어 신문사에 전화했습니다. 보내라고 하더군요. 1979년 11월 2일 '사람'이 실렸습니다. 연작은 그때부터 시작됐죠."27일 오후 3시 스타상호저축은행 고하문예관에서 열린 '제18회 시와 소리와의 만남'에 초청된 김제 출신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사람'에 대해 쓰려니 소재가 무궁무진했다"며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고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것을 보면 숙명 같다"고 했다.이날 소개된 모든 시는 '사람' 연작의 연장선. 김 이사장은 아파트 앞 탐스런 목련을 소재로 한 '숙명-사람'을 예로 들면서, 2주일 지나 목련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인 걸 알게 됐다고 했다.'동행-사람'을 통해 세상 만물의 이치는 하나이듯 서로가 제 몫을 다하며 산다는 것의 중요성을 말했다.이어 문인들은 사회적 문학 운동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올해 본격적으로 전개한 '책읽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서가 메말랐습니까. 이는 문학이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도 아름다워지고, 향기로워지게 하는 것은 문학이 아니고서는 힘듭니다."김 이사장은 "내년엔 문경의 한 폐교를 인수해 한국문인협회 연수원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상반기 동안 지속해온 '책읽기 운동'과 함께 연수원에 작고 문인들의 유품이나 육필을 발굴해 문학사를 DB로 구축하고, 각종 세미나를 열어 문학사를 정리하는 작업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09.11.30 23:02

[행사·축제] '인연'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들녘의 나무들도 겨울 채비를 하는 시기. 각자 지나온 시간을 매듭지어야 할 때다.27일 오후 3시 스타상호저축은행 부설 고하문예관에서 열리는 '제18회 시와 소리의 만남'엔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강경호 시인이 초대, 잔잔한 시로 한해를 갈무리한다.김 이사장은 이날 자작시 '숙명-사람','동행-사람', '객석에서-사람'을 낭송한다.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바로 사람. 김 이사장은 시들을 통해 어둡고 구석진 세상에서 만난 인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함께 살아가며 허리띠 풀어놓고 맘껏 웃으라는 시들을 소개한다.김제 출생인 김 이사장은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 1972년 「현대문학」(수필)과 「풀과 별」(시)로 등단해 시집 「장마」,「갈매기」, 「바다와 아이들」 등을 비롯해 수필집「날으는 것이 나는 두렵다」 등을 펴냈다. 「한국문학」 편집장, 「문학사상」 편집인 전무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김동리기념사업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 한국현대시인상, 예총예술문화대상, 윤병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강 시인은 자작시 '비둘기''늙은 색소폰 연주자''석류나무 3' 등을 소개한다. '비둘기'에선 실연의 상처, 슬픔을 먹어치운 새를 통해 희망을 노래했으며, '늙은 색소폰 연주자'에선 깊은 달밤의 묵상으로 안내한다.강 시인은 전남 함평 출생. 조선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 「함부로 성호를 긋다」 외에 문학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미술평론집 「영혼과 형식」 등도 펴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09.11.27 23:02

문인들이 쓴 이 시대 아버지의 초상

문인들이 쓴 아버지 이야기, 또 문인을 아버지로 둔 이들이 쓴 이야기를 묶은 산문집 '아버지, 그리운 당신'(서정시학 펴냄)이 출간됐다. 계간 '대산문화'에 연재된 원고를 중심으로 최동호 시인과 곽효환 시인이 함께 엮은 이 책에서는 황동규, 조정래, 신달자, 정호승, 공지영, 김애란 등 주요 문인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주제지만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문인들로서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인 황동규 시인과 소설가 한승원 씨의 딸인 소설가 한강 씨는 거듭된 설득 끝에 청탁에 응했다. 황 시인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나는 아버님에 관한 얘기를 가능한 한 삼갔다"며 "아버님이 타계하시고 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하며 숨겨뒀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문학에 대해 배운 것은 정말 많을 것이다. 추상명사를 피하라, 불가능할 때까지 추고하라, 지식 자랑을 하지 마라 등등. 그러나 과거를 돌아볼 때 적어도 받은 것만큼은 아버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쓴 흔적이 눈에 띈다."(22-23쪽)"귀밑머리 희어질 때쯤 쓰겠습니다"라는 변명으로 "오랫동안 아버지에 대한 글을 피해 도망다녔다"는 소설가 한강 씨도 지금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아버지 한승원 씨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자식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자식의 운명이다. 인생은 꼭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 없이. 불만도 연민도 없이. 말도 논리도 없이. 글썽거리는 눈물 따위 없이. 단 한순간에."(75쪽)소설가 김애란 씨는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많이 닮은 낭만적인 실제 아버지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보다 좀더 애정 어린 어조로 들려준다. "현실적인 우리 어머니, (쌍둥이 중) 하나 버리자고 했을 때, 낭만적인 우리 아버지, 절대 버릴 수 없다 말씀하신 것-나,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건 '나 김정래란 사람을 한 번 믿어 보시유'라던가 '앞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거다'란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퍽 어울리는 선택이라는 것도."(287쪽) 고인이 된 근대 문인들을 회고하는 자녀들의 글도 있다. 야구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기적의 약'을 먹고 회생해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를 써내려간 김광섭 시인이나 크고 작은 염문설로 끊임없이 아내를 힘들게 했던 유치환, 치밀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답지 않게 엉성하고 비논리적이었던 김내성 등을 문인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으로 접할 수 있다. 288쪽. 1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09.11.25 23:02

[문학] 전북문학상에 형문창·선산곡·송희 씨 선정

전북문인협회(회장 이동희)가 시상하는 '2009 전북문학상'에 형문창(62·소설) 선산곡(60·수필) 송희씨(53·시)가 선정됐다.지난 12일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회(위원장 허소라 시인)는 "전북문학상은 전북문학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의미있는 상"이라며 "작품성과 등단연조, 문단기여와 참여도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1996년 월간 「순수문학」을 통해 등단한 형씨는 최근 '토토들의 변' '대박' '불효자전'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따뜻한 인간미와 휴머니즘 형상화 추구에 성공한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선씨는 1994년 「문예연구」로 등단한 이래 제12대 전북수필문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작품활동 이외에도 적극적인 문단활동을 펼쳐왔다. 송씨는 1996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 보편적 삶의 현장 속에서 대상과 자아와의 합일에 도달하는 시세계를 쌓아왔다.전북문협은 한 해 동안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작가를 찾아 전북문학상을 수여해 왔다. 올해가 21회째. 올해는 부연문학상운영위원회 이사장인 이종희 시인이 1000만원을 쾌척해 옴으로써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창작지원금이 각각 200만원씩으로 올랐다.시상식은 12월 17일 오후 6시 전북대 평생교육원 늘배움아트홀에서 문학강연과 시낭송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09.11.25 23:02

장애인용 도서 2013년까지 5배로 늘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ㆍ음성 도서가 대폭 늘어나고 '책 읽어주는 전화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쉽게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모철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애인도서관서비스 선진화방안'을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점자, 음성 등 대체자료는 현재 연간 출판물의 2% 수준이지만 2013년까지 10%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체자료 제작 보조금을 현재 2억원에서 2013년까지 2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기관마다 베스트셀러 도서 대체자료를 중복으로 제작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기관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아 대체자료를 제작할 때 사전에 제작도서 목록을 협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신청한 자료를 우선 대체자료로 제작해 효율을 높이고 국립중앙도서관은 아동 및 청소년 도서나 비문학도서를, 민간은 학습서 및 문학도서를 중심으로 대체자료를 만드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또 대체자료를 만들 때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은 데이지(DAISY) 포맷을 이용하고 국제데이지컨소시엄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국내 이용자도 외국에서 구축된 데이지 도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울러 장애인용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한 대체자료 열람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고, 공공도서관과 장애인도서관에 독서용 보조기기 구입비를 지원하는 한편 도서 무료택배서비스나 무료 택시 이동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또 출판사 및 저작권자 등이 자발적으로 디지털파일을 기증하도록 유도해 장애인을 위한 지식정보 나눔의 장을 마련하고, 책 읽어주는 장애인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통신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신요금바우처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 모철민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장애인이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대체자료도 지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이용하게 해달라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더 나은 장애인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1.24 23:02

[문학] '내일의 고전'…민음사 모던클래식 출시

민음사가 1980년대 이후 발표된 세계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는 '모던클래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문학전집이 담지 못한 젊고 새로운 화제작들을 한데 묶기위해 모던클래식 시리즈를 기획했다"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류가 흔들림 없는 중심을 지키도록 돕는 작품들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1차분 10권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무크의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 한샤오궁의 '마교 사전' 등 최근 민음사 단행본으로 먼저 소개된 작품들이 들어갔다. 여기에 인간복제를 소재로 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영화로도 재해석된 러셀 뱅크스의 '달콤한 내세', 동성애를 다룬 지넷 윈터슨의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도 새로 번역돼 목록에 추가됐다. 모던클래식 시리즈는 1998년 처음 출시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는 시기, 주제 등에서 차별성을 지니게 된다. 현재 230권까지 출간되고 총 700만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세계문학전집이 1990년대 이후 출간된 작품을 거의 다루지 않은 데 반해 모던클래식 시리즈는 20세기에 태어나 1980년대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인 작가들이 작품이 주를 이룬다. 주제면에서도 세계화 이후 인류가 새로 직면한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세계화라는 주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세계화의 충격 이후 개인의 정체성 문제, 지방과 중앙의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을 차근차근 소개할 것"이라며 "전세계의 문학 팬들이 동시에 읽으면서 중요한 문학상을 통해 검증된 작품 위주로 목록에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강우성 서울대 영문과 교수, 류신 중앙대 독문과 교수, 박성창 서울대 국문과 교수, 박혜경 한림대 노문과 교수, 송병성 울산대 서문과 교수 등 각 지역 문학 전문가들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장 대표는 "인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문학도 자문위원 등의 도움을 받아 출간할 것"이라며 "모던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던클래식 시리즈는 이후 오르한 파무크의 '순수 박물관',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 아디 치에의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등을 추가로 소개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50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09.11.24 23:02

[문학] 출판가 '녹색 사회' 만들기에 주목

에너지 절감, 탄소 배출 절감, 친환경 성장, 친환경 경영…출판가에 '녹색 책'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단편적인 환경 이슈를 다루는 것을 넘어서 사고방식과 일상생활, 경영, 도시 모델 등 사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피터 센게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쓴 '피터 센게의 그린 경영'(비즈니스맵 펴냄)은 지구온난화나 물 부족 문제에 단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임시변통'일 뿐이며 장기적이고 전반적으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세상은 생각을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오늘날 기계가 아닌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더 큰 시스템을 이해하고 상상가능한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협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것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540쪽. 2만3천원. 리카르도 베이온 등이 쓴 '자발적 탄소시장'(모색 펴냄)은 교토의정서를 토대로 형성된 '강제적인 탄소 시장'과 대비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소개한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자신이 배출한 탄소에 대한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는 단체, 기업, 개인들이 이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교통의정서 조인 이전인 1989년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려 나무 5천만 그루를 심는 비용을 냈던 미국 전력업체부터 자신이 출퇴근하면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추산해 개인에게 탄소배출권을 파는 업체에 돈을 내는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례가 다뤄진다. 이정아 옮김. 344쪽. 2만5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09.11.23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지방의 논리 - 정치는 지방에 맡겨라

얼마 전 일본에서 1년간 지내고 온 어느 대학교수에게 일본에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나왔다. "지방이 살아 있다!". 농촌 마을에도 젊은이들이 많은 건 물론이고 그들이 경쟁에서 뒤처져서 남은 게 아니라 꿈과 희망을 갖고 고향을 지키겠다고 의욕을 펼쳐 보이는 이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일본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다.물론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 심각한 편이라 오래전부터 수도 이전이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도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말이다. 최근 세종시 논란의 와중에서 세종시 수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일본 사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한국 수도권 집중도의 절반 밖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에서도 수도 이전이 거론될 정도라면, 일본보다 두배의 집중도를 갖고 있는 한국에선 무언가 크게 느끼는 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그 나름의 문제는 많다곤 하지만 한국에 비해 비교적 지방이 살아 있는 일본의 균형발전은 어떻게 해서 가능했던가? 나는 호소카와 모리히로와 이와쿠니 데쓴도가 쓴 「지방의 논리: 정치는 지방에 맡겨라」(김재환 옮김, 삶과꿈, 1993)라는 책을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싶다. 이 책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아니라, 이 책이 일본 지자체 장들의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미 2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나는 모든 지자체 장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일본에서 1991년에 출간된 이 책 저자들의 당시 직책은 각각 구마모토현 지사, 이즈모시 시장이었다. 일이나 열심히 할 일이지 왜 이따위 책을 쓰는가? 선거를 앞두고 홍보용으로 낸 건 아닌가? 한국 같으면 그런 말이 나올 법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이 책에 담긴 주장들이 도발적이다. 선정주의로 느껴지기보다는 진정성이 강한 걸로 느껴진다. 각 글의 제목이 다 슬로건이다."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정치는 지방에 맡겨라." "중앙에 대한 콤플렉스를 불식하라."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지방이 돼라."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 "지방에야말로 꿈이 있다." "지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지방의 논리'로 무장하라."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이들은 '지방의 반란'만이 경직되고 편중돼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본의 정치·경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지방이 일본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입으로야 누군들 그런 말 못 하나. 그렇게 비아냥대는 사람이 있을까봐, 호소카와는 "나라가 변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변해 보이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나는 지난날 참의원 의원으로서 국정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 나의 꿈이 부풀면 부풀수록 중앙정계의 정체(停滯)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그렇다면 차라리 지방에서 소신껏 에너지를 발산해 보고 싶었고 '장대한 내 소신'을 실천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라가 변화하지 않으면 지방을 바꾸겠다'고 결의하고 고향인 구마모토의 현지사가 된 것은 1983년의 일이었다. 그후 거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구마모토를 목표로, 또한 전국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웅장한 현을 목표로 삼아 노력해왔다."이에 질세라 이와쿠니는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고 외친다. 그는 "최근에 도쿄대학법학부, 교토대학법학부의 학생 2명이 찾아왔다. 호경기를 반영해서 최고로 잘 팔리는 처지의 이 두 학생이 중앙관청에도 대기업에도 취직하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고향에 돌아오고 싶다고 하였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나의 이야기를 신문 잡지에서 읽고 또 TV에서 보고 한번 직접 만나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하는 그 진지한 뜻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 자신을 돌이켜 볼 때 22세 시절에 이런 결심은 없었다. 도쿄의 기업이나 관청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심하고 인생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은 편견과 지방에 돌아가 버리면 시대의 흐름에서 영영 떨어져 나가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었다. 물론 당시와 현재와는 지방의 모습과 행정이 많이 잘라졌지만 그때 나는 이 두 학생에게는 아득히 미치지 못하는 결단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학생이 지역발전 가운데서 인생의 좌표를 찾아 곧장 자기 고향에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대학의 경우엔 한국이 일본의 서너배 되는 집중도를 갖고 있음에도 이와쿠니가 도쿄의 대학 정원 축소를 강력 주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도쿄에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학생이 너무 많다. 일본처럼 학생을 꾸역꾸역 수도에 모으는 나라는 없다. 영국에서도 우수한 대학인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는 런던에 없으며 미국의 프린스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등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인구 10만명 정도의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중략) 도쿄에서 2할 정도 대학을 줄인다면 지방에서 도쿄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중앙은 용단을 갖고 도쿄의 대학감축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이 두 사람의 말을 듣고보니, 착잡하다. 우리는 중앙에 대한 '반란'보다는 '순종'을 잘 해야 지역발전이 잘 이루어지거나 잘 이루어진다고 믿는 체제이고, "청년들이여 고향을 떠나라"가 인재육성정책의 일환으로 부추겨지는 처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의식의 문제가 아닌가. 물론 구조가 그런 의식을 만들었겠지만, 한번 형성된 의식은 구조와 무관하게 습속이나 고정관념으로 지속되는 법이다.사실 최근의 세종시 논란은 지방의 무의식과 무기력을 드라마틱하게 입증해보인 사건이다. 지방은 늘 '을(乙)'이요 '졸(卒)'이기 때문에 중앙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중앙 권력자들이 믿는 '지방의 논리'다. 지방민들이 갖고 있는 '지방의 논리'도 크게 다를 게 없다.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중앙에 한발 또는 두발 들여놓으면 된다는 '각개약진(各個躍進)'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중앙이 아무리 괘씸해도 이제 더 이상 중앙을 탓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지방이 "정치는 지방에 맡겨라"고 외칠 수 없는 지방정치의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지방에 대한 중앙의 불신과 폄하도 그런 현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지금 "내 탓이오, 우리탓이오" 운동을 하자는 거냐고 짜증을 낼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난 반세기의 역사는 지방 내부의 각성과 활력과 야망이 없이는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게 옳으리라.모든 지방민들이 "냅둬, 나 그냥 이대로 살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존중받을 일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방 스스로 새로운 '지방의 논리'를 세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지방민들은 생업 종사에 바쁘니, 그런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지자체 장들이다. 새로운 '지방의 논리'를 세우고 전파할 전도사가 전북지역 지자체 장들 가운데 나오길 기대해본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09.11.20 23:02

성공하고 싶다면 옛 경영개념 잊어라

'리더십'이 아닌 '수퍼리더십', '일류'가 아닌 '초일류', '스타'가 아닌 '슈퍼스타', '스피드'가 아닌 '초스피드'로 전진하는 시대. 종전의 경영개념도 한단계 더 나아가야 된다.촌각을 다투는 21세기 글로벌시대.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53)가 '초경영'과 '문화코드'의 개념을 내세운 「경쟁의 지혜」(어드북스)를 펴냈다. 고전적인 경영 관념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 이대표는 "이제는 전래적인 조직 경영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움직이는 '지휘' 개념의 창조경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한국의 사회문화체계를 변화시키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창의적 경영에 필요한 요소들과 조직 리더십의 핵심들을 정리한 이 책은 '문화감성의 파워' '새로운 시대의 실용체계' '글로벌 경쟁환경의 도전' '조직 경영의 성공전략' '창의적 리더십의 가치' 등 5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 학자들이 정립한 다양한 철학과 신념, 그들이 개진하는 견해들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저자의 주관적 판단과 예측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이대표는 문화예술과 국제교류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과 지역, 영역을 거치면서 폭넓은 경험과 이론을 연마, 글로벌 경쟁마인드세트를 체득한 '스마트파워 멘토형 최고경영자'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예원예술대 겸임교수, (사)전국문예회관연합회 부회장, (사)한국공연예술경연인협회 부회장, 아시아문화진흥연맹 국제이사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08.04.0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