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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참 좋아해요. 술을 끊으라는 안식구에게 미안하지만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그래도 시를 쓸 때면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아요. 시는 맑은 정신으로 써야지요.”2∼3년 전부터 말초신경염이라는 불치병을 앓고있는 시인은 발바닥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음이 부자유스럽다. 나이가 들어서 혹은 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시는 건강하다. 이흥규 시인(66)이 두번째 시집 '오두막 詩篇'을 펴냈다. '나는 애벌레로 늙어간다'는 책머리의 글은 쓸쓸함과 허무함이 짙게 배여있지만, "문학을 한다는 생각보다 인생을 젊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그의 시는 청년처럼 젊다. "특히 요즘 시절은 비판적 시각을 안가질 수 없죠. 시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른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부드러운 서정성을 발휘하면서도 때로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는 것은 "무난하면서도 언제는 독특한” 시인의 성격 때문. 미국과 이라크 전쟁, 나아가 문명과 자본을 비판한 '너', 길게 쓴 시를 단 세 줄로 줄이고서도 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귀가'만으로도 시인의 품성을 읽을 수 있다."시집에 표현된 글씨는 모두 시”라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 행 밑에 '군말'을 덧붙였다.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시를 쓰듯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젊은 시절 청마 유치환 시인을 만난 추억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는 '보아도 보아도 보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시'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과학사를 연구하는 저자의 견해는 대부분 신랄하고 명징(明澄) 했습니다. 그의 견해에 공감하는 바가 커서 오랜만에 좋은 글을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하늘을 쳐다봤지요. 쾌청했습니다.” 소설가 한상준씨(50·전남 보성중학교 겸백분교장)는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녹색평론사)를 소개했다. 석유위기와 그 대처방안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하고 있는 책. 그는 책장을 넘기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석유가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짓밟는 주요 물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전쟁입니다. 침략의 본질이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는 9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우루과이라운드를 거론하며 '쌀'을 말했다. '쌀'과 '농민'은 고창출신인 그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화두. 그는 지금, 보성군 득량만 인근 마을 주민들을 취재해 소설을 쓰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작물이죠. 에너지 문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쌀이 부족하다고 우리가 베트남을, 태국을, 인도를, 중국을 침공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가 살고 있는 보성강변은 "거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초암산에 골짝으로 머루나무가 지천이고, 20년쯤 되어 보이는 더덕을 잠깐 만에 몇 뿌리나 캘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책을 덮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인 태양열로 소요 전기의 일부를 충당하는 아름다운 집과 양질의 땅을 마련해 무농약의 먹거리를 자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스스로 자연이 되겠다는 뜻이다.
발음(發音)살아보니지구는몹시도 좁은 고장이더군요.아무리한 억만년 쯤태양을 따라 다녔기로소니이렇게도 호흡이 가쁠 수야 있겠습니까!그래도 낡은 청춘을숨가뻐 하는 지구에게 매달려 가면서오늘은 가슴 속으로 리듬이 없는눈물을 흘려도 보았습니다.그렇지만여보 안심하십시오오는 봄엔나도 저 나무랑 풀과 더불어지즐대는 새같이발음하겠습니다- 전북일보 1953년 1월 1일자에 발표된 신석정 시인의 '발음(發音)'석정의 문학적 유업을 계승·확산하는 일에 주력해온 석정문학회(회장 허소라)와 전북을 대표하는 양대 문학단체인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석정의 추모 30주기를 맞아 한 마음으로 모였다.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전위원회'(공동제전위원장 허소라·김남곤). 오는 9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주와 부안에서 석정의 시혼과 문학정신을 되새기게 될 석정 추모문학제는 석정의 문학을 연구해 온 30년을 결산하며 새로운 연구방향을 모색하는 책자 발간과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문학강연·문학기행, 석정의 유묵(遺墨)과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 도내 서예가·화가들이 새롭게 제작한 신석정 대표 시화 전시, 기념우표 발행 등으로 꾸며진다. 원광대 오하근 교수가 책임을 맡은 추모 문집은 시인의 문학세계와 시정신을 계승 발전키 위해 전국단위의 필진으로 구성된다. 석정의 시세계를 조명할 문학특강(9월 4일 전북예술회관)은 석정의 사위인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와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신동욱씨가 강연한다. 석정의 고향인 부안 일대를 돌아볼 문학기행(9월 5일)은 '촛불' '슬픈목가' 등 시인이 시작활동을 한 부안읍 청구원(도기념물 제84호)과 석정의 시비가 있는 변산 해창 석정공원 등을 둘러보며 시심을 새긴다. 석정의 셋째 아들인 신광연씨와 부안예총 양규태 회장, 원광대 오하근 교수가 안내자로 참가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프로그램은 행사기간 전북예술회관에 마련될 각종 전시. 시인의 친필 시화와 서예작품, 시인의 대표시를 서예가·한국화가 등이 옮겨낼 시화, 시인의 역대 간행 시집의 초판본 및 30∼40년대 주요작품 게재지, 석정이 제자·자녀 등에게 보낸 편지, 유족·제자들이 지니고 있는 미공개 사진, 시인의 대표적 유영(사진) 등이다. 허소라 제전위원장은 "1939년 인문평론사에서 간행한 첫 시집 '촛불'을 비롯한 각 시집의 초판본에는 한국전쟁 이후 가난 때문에 판권을 넘기며 사라진 시들을 찾아볼 수 있어 학문적인 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시인이 1973년 11월 군산교육대에서 문학특강을 했던 당시를 녹음한 테이프를 전시 공간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행사기간 부안문화원(원장 김원철)은 지금까지 7차례 열어온 석정문학제를 확대해 백일장·석정시 낭송회·추모문학강연 등을 연대행사로 마련한다. 제전위는 이후 석정의 시문학사를 가늠할 수 있는 석정시전집 간행과 시인의 고향인 부안에 석정의 삶과 문학을 담을 문학관 건립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석정의 삶과 문학암담했던 1930년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라는 시어로 한반도 삼천만 민중에 희망을 안겨준 현대시단의 거목, 신석정 시인(1907∼1974). 부안이 고향인 시인은 식민지 시대와 광복 이후의 혼란과 갈등,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어려운 세상을 살았지만,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은 그를 '속됨이 없는 난초와 같은 기품을 남기고 간 시인'으로 기억한다. 특히 "일제 하에서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일문(日文)으로 원고를 쓰지 않은 보기 드문 문인이었다”는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의 연구는 시인이 지닌 시정신의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전북의 땅심을 받고 자란 이들에게 석정은 각별하다. 석정은 이병훈·허소라·이기반·이가림·강희안·오홍근·오하근 등 전라도의 많은 시인과 평론가를 길러냈고, 그의 맑은 시정신은 도민에게 예향의 긍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원로작가 홍석영씨는 "석정은 줄곧 시와 더불어 살았고 한시도 시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영원한 현역시인”이라고 말한다. 유기수 시인은 시 '발음'을 거론하며, "평생 자연을 사랑한 목가시인이었고 일제의 저항시인이었던 석정은 끝내 자연을 관조하며 인간구원을 절규했던 시인이었다”고 기억했다. 전주태백신문사(1951년·3년)에서 편집고문을 맡았던 시인은 이후 전주고(1954년·7년)와 김제고(1961년·3년), 전주상업고(1963년·9년)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1955년부터 전북대와 영생대학에서 시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1967년부터 2년간 전북예총 지부장을 역임하며, 전북 문화의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탰다.
김용택 시인의 '김용택의 꿈꾸는 섬진강'(삼성당)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수여하는 제25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지난해 5월 출간된 '김용택의∼'는 섬진강의 마을과 천담분교의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치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정겨운 말투 속에 녹아 있는 책이다. 시상식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린다.
시험 보는 날드디어 1학기 시험이 끝이 나는 날이다. 첫 교시 국어시간, 나는 차분히 풀어 나갔다. 2교시, 3교시, 4교시.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갔다. 지금까지 시험이 끝이 났을 때 이렇게 상쾌한 기분은 없었다. 정말 너무나 기뻤다. 청소 시간이었다. 내 친구 지후는 내 사회점수가 68점이라고 말해 줬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화장실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다. 친구들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나는 계속 울었다. 지후는 점심도 먹지 않고 나를 달래 주었다. 지후는 급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기분을 느껴 보았겠지?시험이란 건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만들었을까? 정말 원망스럽기만 했다. 하교 후, 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다희가 PC방을 가자고 했다. 다희와 화상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3시까지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난 이렇게 생각했다. 시험은 내가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갖기까지의 작은 산이자 문턱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까는 왜 울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커서는 이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다음부터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겠다./최세은(전주효림초등학교 6학년)운동회 연습엄마, 1교시 끝나고 들어갔을까요? 아니에요. 그럼, 2교시 끝나고 들어갔을까요? 아니에요. 하루∼종∼일 운동장에 있었어요. 운동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 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임찬(전주반월초등학교 2학년)◇세은이의 글 =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시험 보는 날 엿을 먹는다. 얼마전 도 학력평가가 끝났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부모들은 또 얼마나 기대치가 높은지 교육과 거리를 두고있는 어른들은 잘 모른다. 한 줄 세우기 교육. 그것도 상부 교육행정기관이 그 동안 앞장서서 조장해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까짓 시험이 뭐라고 날마다 웃어도 모자랄 어린 시절을 이토록 갈등하게 만드는가. 세은아, 지식보다 중요한 게 엄청 많단다. 건강, 친구와의 우정, 성실한 땀방울, 이웃과 나누는 삶...... ◇찬이의 글 = 찬이의 시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다들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겠지만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한 때 굿판이었고 잔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교육과정의 일부일 뿐인데 너무나 그 일에 목을 멘다. 틀림없이 올 가을이면 또 한 달 연습쯤은 기본으로 알고 덤비는 학교가 나올 것이다. 왜 보여주기에 그렇게 목을 메는 지 교단생활 15년이 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이 즐거워야 할 운동회. 그 과정도 즐거우면 얼마나 좋을까? 뜨거운 운동장에서 질서를 강요받으며 한나절을 보낸, 아홉 살짜리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기에 학교는 미안하지 않은가?/김종필(아동문학가)
할머니와의 약속어릴 적, 지구본을 돌리다 보니우리나라가 하도 쪼끄만 하길래"에게-, 여기서 저-까지 걸어서도 가겠네." 했더니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아무리 빠른 비행기라도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호랑이 허리까지밖엔 못 간다 하시대왜? 왜? 하고철부지 하나 매달리니까우리 할머니 하시는 말씀"무-선 아저씨들이 총칼 들고 요놈- 한다." 하시대나는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말씀잘 듣는 착한 어린이라나는 괜찮을 줄 알고"나는 괜찮아-.나중에 내가 가서 사진 많이 찍어 올게-." 했지그저 빙긋 웃으며"오냐-, 할머니도 꼭 보여주."하시던 우리 할머니 눈에 눈물이 차대./이일여고 3학년 권우리봄의 향기반짝거리던 모래사장에서 즐겁게 웃으며 놀던 여름이 지나고 , 살짝 불어대던 가을바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 모두들 순진한 아이들처럼 하얀 눈을 보고 좋아하던 계절이 지나 , 하늘에서 촉촉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창문을 "똑똑" 두드리듯 초록빛깔의 아기새싹들도 땅을 힘차게 두드리며 쑥쑥 자라나는 계절.가끔 귓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살랑 부는 봄바람에서 묻어나는 향긋한 푸른 잔디 냄새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꼬불꼬불 아지랑이는 겨울 내내 차가웠던 내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새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더 없이 행복하게 합니다 .얼어있던 계곡에는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가재 식구 소풍 나와 맑은 웃음 소리를 합창합니다. 따뜻한 날씨 덕에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나가 봄꽃이랑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사람들 마음에도 설레임 넘치는 계절, 봄! 그래서 좋아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어른들은 먼 옛날 아득했던 질경이 풀 뜯기놀이랑 토끼풀로 반지 만들던 추억에 잠겨봅니다. 아이들은 푸른 들판을 뛰놀며 고향의 봄을 간직할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봄.활짝 핀 벚꽃의 향기로움은 때로는 가족들과 함께 , 친구와 함께 , 또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 있는 추억을 저장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에 향기를 전할 수 있고 , 조용한 숲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한없이 재잘대는 새의 노래 소리에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은 그렇게 매년 한결같음과 반가움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 달의 많은 변화와 기다림 끝에 다시 따스한 봄바람과 초록새싹 , 귀엽게 올라오고 있는 어린 나무의 순 , 그리고 화려한 빛깔의 오색찬란한 꽃들이 피어나 우리를 정겨우면서도 반갑게 맞이합니다. 개울가의 조그마한 물고기들은 무언가 신기한 것을 발견 한 듯한 아기처럼 마냥 팔짝팔짝 뛰어올라와 사람들의 맞이하며 재주를 부립니다 . 무언가가 새로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항상 웃음이 뒤따르고 봄을 상징하는 푸른 새싹을 보며 나의 꿈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봄입니다.사랑과 정이 가득 할 것 같은 내년 봄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봄이 있어 제 마음은 언제나 향기롭습니다./송민(전주기전여자중학교 3학년)<글을 읽고>◇우리의 글 = '할머니와의 약속'은 이 땅에 오래된 약속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걸어서도" 갈 만한 국토를 "허리까지밖엔" 못 가던 시절의 약속은 작품 속 할머니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내가 가서 사진 많이 찍어 올게"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오늘날 읽는 이 약속의 시는 우리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일순 막히게, 희망으로 벅차게 하는 시이다.◇민이의 글 = 묘사가 많은 이 여중생의 글에서는 어느 것도 그냥 있지 않다. 모래 반짝거리는 여름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람이 편지를 전해주는 가을이고, 겨울도 그러하다. [봄의 향기]를 읽으면 이 여중생의 반짝이는 눈을 거쳐 비로소 봄의 향기가 쑥쑥 자라남을 알겠다. 아, 이 땅에 봄의 향기처럼 우리의 어린 누이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보면 이 세상은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이겠다./오창렬(시인)
△ 피터 팬의 마음을 가져라피터팬과 같은 호기심 어린 눈빛, 소년의 순수함, 성인의 결단력, 보다 먼 곳을 향한 지향과 이상. 피터는 새로운 리더의 상징이다. 알렉산드로 케로가 '꿈 꾸는 능력'과 '성인의 결단력'으로 리더십을 말한다. 도서출판 홍/8천8백원 △ 좋은 의자 하나맹문재 시인(41)이 펴낸 시가 있는 산문집. 각 산문마다 '엄마 걱정'(기형도) '성탄제'(김종길) '나의 칼 나의 피'(김남주) 등 내용과 어울리는 다른 시인의 시 1편씩을 붙였다. 도서출판B/9천원△ 호랑이와 곶감'곶감'이 아이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하자 호랑이는 그 곶감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녀석인 줄로만 알고 멀리멀리 달아났다는 구전의 마지막까지 제대로 살린 그림책. 위기철 글. 김환영 그림. 국민서관/8천5백원. △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헌법에서 주요 조항 19개를 뽑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예화·비유·동시·제언으로 담은 책. 글과 그림을 같은 비중으로 구성해 정서적으로 먼저 헌법에 다가갈 수 있다. 이향숙 글. 김재홍 그림. 을파소/8천5백원. △ 지붕 밑의 바이올린 198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채원씨의 여덟 번째 창작집.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발표한 열 한 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 중 4박5일간의 북한체류기와 납북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바다의 거울'은 작가의 실화다. 현대문학/9천원 △ 골동품을 알면 역사와 돈이 보인다 골동품 전문가인 이상문씨가 지금까지 작품을 수집하고 감정하며 겪은 얘기를 들려준다. 아울러 진작과 위작을 가려내는 방법, 훼손 문화재를 수리하고 보수하는 방법, 문화적 가치와 가격이 갖고 있는 상호관계 등도 다뤘다. 선/1만5천원.
문화관광부에서 15일까지 독서의 달(9월) 표어를 공모한다. 표어 내용은 21세기 지식정보 시대에 국민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내용 등이다. 응모는 문화관광부 홈페이지(www.mct.go.kr) '독서의 달 표어' 배너를 이용하면 된다. 최우수 1편에 30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수여하는 등 모두 5명을 시상한다. 문의 02)3704-9459
범우출판문화재단(이사장 한승헌)은 다음달 20일까지 출판학 연구자를 대상으로 2004년도 연구비 지원사업과 제14회 범우장학생 선발사업 신청을 받는다. 연구비 지원제도는 범우출판문화재단이 출판분야의 연구활동을 진작시키고 출판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하는 사업. 연구주제는 '남북한 통일 지향적 출판정책'이다. 지원 대상자에게는 1인당 2백5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범우장학생 신청대상자는 전문대학에서 박사과정에 이르는 출판학 전공 학생이다. 문의 02)717-2121 www.bumwoopsa.co.kr(범우사 홈페이지)
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지회(회장 김용택)가 15일 전주우석중학교에서 두 번째 '2004년 찾아가는 문학교실'을 연다. 오후 2시 30분부터 90분간 열리는 이번 문학교실은 안도현·박성우·김형미 시인이 강사로 나서 글쓰기와 청소년기의 독서에 대해 강연한다. 문의 063)275-2266
"저런 멸치 말고도 땅의 푸성귀가 온갖 해물과 만나 우려내는 국물맛의 조화를 설마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요.” "하여튼 국물들 좋아해요. 국에다 밥 말아먹는 민족이 온 세상에 또 있을까.” - 소설 '석류' 부분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말 잔치에 박장대소하다가도, 죽은 여동생을 회고하는 어머니 얘기에 닿으면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소설가 최일남씨(73)의 열 세 번째 소설집 '석류'(현대문학). 2001년 이후에 발표한 7편 등 단편 8편을 묶은 '석류'는 감칠맛 나는 문체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 '속도'가 버리고 간 텁텁하고 맛깔 나는 우리 풍속과 정서를 자분자분 거두고 있는 이 책은 50~60년대가 배경인 단편들이 주를 이루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일상과 과거의 기억도 빼지 않았다. 1997년에 발표한 '아침에 웃다'는 서민 생활 풍속 중 가장 직접적이고 원색적인 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체적으로 작가특유의 해학과 감칠맛 나는 어법이 꿈틀댄다. 표제작인 '석류'는 작은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한 세상 저쪽의 허물을 굽잡아 살짝 구슬리는 족족 밉지 않게 대드는' 입담으로 이뤄진 소설. 가난하고 배고팠을 시절 눈물겨운 정 나누기와 작가가 아름답게 세공해 되살린 구절로 우리말의 소중함과 풍요로움을 깨닫게 한다. 반세기하고도 한 해를 더해도 식지 않는 작가의 열정만으로도 '석류'를 씹을 때처럼 코끝이 알싸해진다.
우리 시대의 장남이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의 표상이다. 제사라는 굴레를아내에게 씌우는 남편으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할 능력 없는 큰형으로서,또 조만간 생계능력을 상실할 부모를 모셔야 할 큰아들로서 이중삼중 책무만을 지닌 존재일 뿐이다. 진정 대한민국의 장남이란 책임만 짊어지는 희생적인 존재일까? 49년차 장남이자 MBC에서 23년째 방송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윤영무는 단언컨대 아니라고 장담한다.이 책은 우선 무척이나 살갑다. 충남 부여에서 오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난 저자가 자신이 '장남'이기에 겪어야 했던 애환과 삶의 아픔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49년차 '장남'으로 살아온 인생 행로를 통해 우리 사회 장남의 모습을 푸근하고 정감어린 필체로 재조명하고 있다."나는 왜 장남으로 태어 났을까...” 저자가 살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라 한다. 그리고 지천명을 앞두고서야 겨우 이 질문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한다.그사이 그의 아내는 고부갈등으로 몇 차례나 집을 나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반백이 되었으며, 아우들도 하나 둘 가정을 꾸려 이제는 제사상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나이까지 이르른 것이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이제 그만 덜 여문 아우의 모습을 버릴 일이다. 아버지가 없는 시대, 이제는 모두가 장남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앞에서 한 마디 내뱉고 뒤로 숨어 궁시렁 거리며 남 탓하기나 좋아하는 아우의식 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앞장서고 책임지며 장남정신을 되새길 때다.” 라고./양계영(홍지서림 전무)
"고2 무렵 한 살 연상의 여인을 짝사랑했지요. 시를 쓰고 전달은 했는데……. 그 땐 연상의 여자가 연하의 남자랑 별로 연애를 안할 때였어요.”어린 시절 그의 가슴을 저리게 했던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 때 씌여진 시는 많은 연인들의 사랑을 대신하고 있다. '즐거운 편지'의 황동규 시인(66·서울대 명예교수)이 지난 6일 1박2일 일정으로 전주로 소풍을 다녀갔다. 지난해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1년만의 전주 나들이다. "대학 1학년 때 혼자서 전주를 처음 왔어요. 한벽당에 가면 집 없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소주를 예닐곱병 사서 내꺼 한병 남겨놓고 그들에게 나눠주고 나갔다 오라고 했어요. 한벽당에 혼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했지요. 지금은 전주가 커졌지만, 그 때는 전주가 내 팔 안으로 들어올 때였어요.”문득 서울이 지겨워서 전주로 소풍왔다는 그는 덕진호 연꽃 자랑을 많이 했다는 소설가 최명희와의 인연도 들려줬다. 심사위원과 작가 지망생으로 처음 만난 안도현 시인과 제자 이종민 교수(전북대)가 있어 전주는 시인에게 더욱 특별했다. 유난히 여행시가 많은 황시인은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여행지 풍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적다. "시는 괴롭고 여행은 즐거운 건데, 시 쓰려고 여행합니까.” 시인은 여행의 감상들은 기억 창고 속에 넣어놨다가 나중에 꺼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다들 벗어던지고 나오는 판에 난 다시 들어갔으니, 순전히 내 허영심이에요. 열심히 하는 젊은 제자들을 보면 나도 기운이 나요. 내가 강의를 다시 나가지 않았으면 토마스만이나 까뮈를 다시 읽을 필요가 없지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옛날엔 완벽해보였는데 이젠 흠이 보이더군요.”1주일에 한번 국민대 강의를 나가는 그는 어린 제자들 덕분에 시를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은퇴 전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문학은 자기와 두어번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요즘 여성문학의 흐름을 걱정했다. 필요없이 불륜을 강조하거나 남성과 여성 중 하나만을 강조하는 것을 우려하는 그는 문학은 인간을 앞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문학은 체험이 중요해요.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체험을 공유하지요. 저의 경우 아버지와는 다르려고 노력했어요. 한번은 아버지도 나도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쯤 목이 말라서 깨보니, 아버지는 그 시간에 글을 쓰고 계시더군요. 다르려고 했지만, 배워야 할 것은 많았지요.”작고한 그의 부친은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이다. 최근 그가 펴낸 시집은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2003)'. 3년만에 발표한 시집은 예수와 불타의 대화로 '풍장'에서 보여줬던 시간과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자신의 시세계를 견지하고 있다. "쓸쓸함도 에너지”라는 시인의 말대로 우울한 내면적 풍경을 펼쳐놓기도 하고, 한가롭고 여유로운 어조를 경쾌하게 담기도 했다. "이젠 시를 쓰면 한 3개월을 묵혀요. 계간지가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3개월이면 서른번은 훑지요. 옛날처럼 탁탁 튕기는 감각이 떨어졌으니까 두고두고 발효시키는 겁니다.”늘 '후배들이 내 시를 읽고 더이상 재미없다고 말할 때 그때가 시의 끝'이라고 말해온 그는 "가능한 책 많이 읽고 글 많이 써야겠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시를 써온 노시인은 일 하다 죽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게 죽는 방법이라고 들려줬다.
작가 조정래는 1943년 시조시인 조종현의 4남 4녀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조종현은 종교의 황국화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시범적 대처승이었다. 조정래는 주로 순천과 벌교에서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여·순사건과 6·25를 겪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겪은 6·25는 환각증상과 야뇨증을 앓게 할 만큼 심한 정신적 충격을 남겼다. 조정래는 {태백산맥} 전10권, {아리랑} 전12권, {한강} 전10권, 도합 32권에 이르는 대하소설을 집필하였다. 그의 대표작인 {태백산맥}이 우리 민족의 이념적 분열과 대립을 그려냈다면, {아리랑}은 우리 민족사의 고통과 그 극복을, {한강}은 민족적 삶의 진정한 모습을 전체적으로 구현해내려는 의욕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아리랑}은 1990년 12월 11일 <한국일보>에 연재를 시작하여 1995년 8월 총 2만 매의 대장정을 끝내고 해방 50주년을 맞이하며 제12권을 출간함으로써 완간되었다. 작년에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데다가, 최근에는 프랑스어 희곡으로 각색되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아리랑}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에서부터 1945년 해방까지의 역사를, 군산과 김제를 중심으로 한 호남지방, 하와이, 간도지방, 연해주, 동남아, 일본 등에 이르는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의 도처에서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하는 조선인들을 생생하게 형상화하였다. 그런데도 작품의 결말은 해방을 맞이한 환희가 아니라 조선사람과 중국사람들의 피가 튀는 난투극으로 끝맺고 있다. 그 이유는 작가의 역사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분단 50년이 지나도록 남북 어디에도 분단 극복을 위한 전민족적인 움직임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가 {아리랑}에서 그치지 않고, 또다른 대하소설 {한강}으로 나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깜짝 놀랄 짓을 한 거야! 시험이 지났다. 다른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공부를 했지만 나는 시험이라는 단어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아! 시험이란 왜 있는 걸까? 누가 나대신 시험 봤으면 좋겠다. 이럴 때 신비한 뿌리가 필요한데…'생각했다.신비한 뿌리는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나의 할 일을 알아서 해주는 우렁이 각시 같은 소년이다.이 책에서 어떤 소년이 뿌리에게 자기 할 일을 시키고 놀러가고 시험까지도 뿌리에게 시키는데 나도 그 뿌리가 갖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뿌리를 갖고 싶을 것이다.내 눈앞에 있다면 나는 어떤 일을 먼저 시킬지 궁금했다. 아마 숙제를 하라고 하거나 학원에 가라고 시킬 것 같다.하지만 유용하게 쓰이는 뿌리가 이 세상에 정말 있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 뿌리를 갖으려고 싸울 뿐만 아니라 뿌리로 인해 사람들이 게을러 질 것이다.'그렇게 안 좋은 점을 생기게 하는 뿌리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그 뿌리로 인해 지금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뿌리를 쓰면서 내적인 마음은 조금씩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자기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자기 일에 충성하자! 라는 교훈을 주는 책을 친구들한테도 권해주고 싶다. 자기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자기 일에 충성하자! 라는 교훈을 나는 커서 사회인이 되었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상철(장수초등 5학년)--------------------◇상철이의 글='신비한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마침내 자기를 돌아보게 되는 성숙한 자아 의식이 돋보인 글이었다. "자기 일에 충성하자!" 라는 표현도 이 글에서는 오히려 신선하다. /임대섭(시인)꿈"영웅이는 커서 뭐가 될래?""축구 선수""영웅이는 커서 뭐가 될래?""음… 로봇트""아니 그런 거 말고 사람 같은 거...""그니까 로봇트!""……""영웅이는 커서 뭐가 될래?""음… 경찰!""영웅이는 커서 뭐가 될래?""응, 경찰인데… 로봇트로 변신하는 거""…" /김영웅(무주중앙초병설유치원)---------------◇영웅이의글=이야기의 한 부분을 갈무리하여 재치 있게 옮겨 놓은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시는 생활 속의 '이야기 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웅이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에 대한 영웅이의 대답이 매우 진지했으며 로봇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영웅이 파이팅!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엄마랑 아빠 모심으러 논에 가니까 할머니 밥도 챙겨드리고 방 청소도 하고 ...""응. 알았어 알았어∼"나는 엄마의 당부가 끝나기도 전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기계음에 귀를 틀어막고, 방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이불을 뒤집어 써봐도 다시 잠을 청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주말을 보내겠거니 했던 기대는 아침부터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이미 황금 같은 주말을 부모님을 위해 내놓은 터라 나는 서둘러 집안 구석구석 일거리를 찾아서 했다. 비록 자질구레한 일이었지만 힘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방청소를 마치고 나는 녹초가 되어 방 한가운데 누워버렸다. 그때 엄마가 오셨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엄마는 새참 준비로 분주하셨다. 그리고 서둘러 새참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국이 들어있는 냄비를 엄마에게서 뺏다시피 하여 들고 엄마와 나란히 논으로 향했다. 논은 집에서 꽤 멀다. 가는 도중에 엄마께선 괜찮으니까 집에 가라고 말리셨지만 그런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논에 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론 엄마 혼자서 무거운 새참을 들고 논에 가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진짜 속셈은 새참에 있었다. 논에서 먹는 새참 맛은 ! 어떤 맛있는 반찬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그 새참 맛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행여 국물이 흐를까 노심초사하며 냄비를 보물단지 모시듯 논까지 가지고 갔다. 아빠는 배고픔도 잊은 채 모심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이앙기와 일체가 되어 넓다란 논을 연둣빛으로 소중히 물들이는 것이다. 나는 새삼스레 가슴이 찡 해졌다. 그리고 이앙기를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앙기야. 너는 우리 아빠 슬프게 하지마. 알았지?'3년 전 이맘때 토요일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놀다가 해질 무렵에서야 귀가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려는데 어디선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어디 불이라도 났나?'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 가는데, 집이 가까워질수록 검은 연기는 또렷해지기만 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심장은 100m달리기를 한 것보다 세차게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우리 집은 아니겠지. 아닐꺼야.'하며,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지만 다리는 점점 힘이 풀려 비틀거리고 있었다. 집이 보였다. 집은 아무렇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집 앞에 있는 하우스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집까지 단숨에 달렸다. 마을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여럿 모여있었고, 아빠는 불길에 휩싸인 하우스 바로 옆 하우스 위로 올라가 열심히 부직포를 걷어내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구부러진 몸으로 부지런히 물을 날랐고, 동네 사람들도 불길 속에 물을 던졌다. 나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거기에 동참했다. 그 하우스는 기계를 보관하는 곳이다. 한쪽에는 트랙터와 이앙기. 다른 한쪽에는 콤바인, 경운기, 자동차까지 있었다. 겉을 부직포로 씌웠기 때문에 불은 쉽게 번졌다. 다행히도 아빠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옆 하우스까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앙기가 새카맣게 타버렸다. 곧 모를 심는다고 그 날 아침 아빠는 그렇게도 정성스럽게 이앙기를 씻었는데.뼈대만 앙상히 남은 하우스와 타버린 이앙기를 보며 아빠는 씁쓸함과 허탈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아빠의 손과 다리에 약을 발라 드렸다. 화상이 꽤 심했다. 나는 병원에 가봐야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빠는 손을 휘휘 내저으시며 괜찮다고만 하셨다. 아빠는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셨지만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앙기를 다시 사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서 아빠는 이앙기 사기를 망설이시다가,"어쩌면 숨을 거두기 전까지 농사꾼으로 살아야 하는데 기계는 있어야지…."하시며 올해 마음먹고 이앙기를 사셨다. 나는 이앙기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3년 전 그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젠 아빠의 몸과 마음의 상처도 거의 아물었으니 새 이앙기가 아빠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아빠~ 새참드시고 하세요!" 아빠는 알았다는 듯 밝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오늘따라 아빠의 검게 탄 얼굴에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가 더욱 눈부시다./백산고 3학년 오보람◇글을 읽고'하우스, 부직포,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농촌을 말하는 단어들이다.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자식 만큼 귀한 것들이다. 보람이는 농사 짓는 아버지와 농기구, 농작물, 땅 사이에서 살아간다. 불길에 휩싸인 하우스에 애타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보는 보람이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아버지의 외상 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리라는 것을 아는 보람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다. 마음과 글이 나무랄 데가 없다. 할머니와 더불어 불 끄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처절한 감동이다./이용범(시인)
△ 교실 안에 갇힌 아이, 자연 속에 커가는 아이익산 리라자연유치원 원장인 김용님씨의 책.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생태교육,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이야기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돕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미디어/9천5백원. △ 삼의당 김부인 유고여성이 문필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조선조 말, 몰락한 양반가 여성 김삼의당 시문집을 전북대 이월영 교수가 번역했다. 2권 1책인 이 문집은 99편의 시와 19편의 문이 수록, 여성으로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신아출판사 펴냄/1만3천원△ 빨간 바이러스'시대의 논객' 진중권씨가 바라본 지난 1년 동안의 한국 사회. 2004년 총선을 기점으로 탄핵까지 한국 정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폭력과 상스러움' 이후 2년만에 펴낸 책이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전투적이며 통찰도 예리하다. 아웃사이더/9천8백원△ 이공계 살리기일본의 이공계 기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 우리 사회의 이공계 위기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시사할 점이 많다. 이공계 관련 인사들과의 인터뷰 등 이공계 사람들의 삶과 연구, 보상과 미래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사이언스북스/1만5천원.△ 국왕은 커브를 틀지 않는다아나운서 성세정씨가 펴낸 두 번째 역사기행문. 남원과 경북 안동, 충남 공주와 부여, 강원도 철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 등 역사적 상상력을 통한 발상의 전환 뿐 아니라 문화재를 미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영진닷컴/1만3천원.△ 족보현대 중국 문학계의 거장인 조선족 출신 소설가, 림원춘씨의 장편소설.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 조선족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을 통해 조선족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잘 담겨 있다. 하이비전/8천5백원
오늘날 전라북도가 근대화 시대에서 선행하지 못하고 여전히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된 결정적 계기는 풍요로운 옥토와 수량 때문이다. 풍요의 땅에 가해진 수탈, 특히 식민지 지주와 소작지 수탈은 전북의 부와 잉여를 빼앗아 가버렸다. 전북대 원용찬 교수(47·경제학과)가 일제시대 전북의 농업 수탈 상처를 통해 전북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보는 '日帝下 전북의 농업수탈사'를 펴냈다."오직 쌀에서만 전북의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쌀은 포기할 수 없는 민족적 재화이고 쌀을 이해하기 못하면 전북의 방향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희생을 보상해 주는 것이지요. 이젠 농촌의 희생도 보상해줘야 합니다.”원교수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호남지역은 저미가 식량과 저임금 노동자를 배출하는 공급기지로 규정됐다고 말했다. 값싼 식량은 도시 노동자의 저임금을 유지하는 토대였으며 농촌의 피폐화를 통한 농업 인구의 상대적 과잉과 외부 방출은 결과적으로 공업과 농업의 불균등, 즉 전북의 후진성을 초래했다는 것. 수탈에 맞선 항일농민운동을 통해 근대사의 원동력과 전북의 희망을 읽어낸 원교수는 '개항기 일본인의 진출과 전북의 토지수탈' '토지조사 사업과 전북의 식민지 농업' '식민지 농업과 전북의 대지주제' '일제하 전북의 농업생산과 산미증식 계획' '대지주제와 소작농, 그리고 소작쟁의와 항일농민 운동' 등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마음으로 식민지 시절 고통을 느끼기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는 원교수는 가능한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쓰고, 당시 신문기사와 통계자료 등을 실어 경제사적 접근을 위해 노력했다.'전라문화 총서 14'로, 2001년 연구책임자로 작업했던 전북학 연구논문집(농업경제 분야) 중 전북의 식민지 농업사를 묶은 것이다.
중국에 살고있는 조선족은 누구인가. 그들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 협력과 경쟁속에, 때로는 북핵관련 6자회담을 중재하는가 하면 때로는 고구려를 자신들의 지방정부라 주장한다.이러한 흐름속에 조선족은 중국과 한국의 완충지대 역할이 기대된다. 같은 핏줄이면서도 중국 국적을 갖는 조선족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연구과제다.이같은 작업에 커다란 디딤돌이 되는 책이 선보였다.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인 김경식 박사(연변대 객좌교수·전 군장대 교수)가 펴낸 '재중한민족교육전개사(在中 韓民族敎育展開史)'가 그것. 이 책은 김박사가 8년에 걸쳐 자료를 찾고 직접 발로 확인한 역작이다. 분량만도 상권과 하권 2권을 합쳐 1천4백80쪽에 이를만큼 방대하다. 특히 조선족이 어떻게 교육을 받아왔고 어떻게 교육하는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미 2001년 '조선족생활사'를 펴내 각광을 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1860년대의 초기 이민사에서 부터 1995년 까지를 소상히 다루고 있다.이 책은 크게 7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장은 몇가지 예비적 인식으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에 대한 개괄에 해당한다. 이어 2장(정착·시련기)은 이주 초에서 1930년까지, 3장(수난기)은 1945년 광복까지, 4장(광복기)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 5장(발전기)은 1966년 문화대혁명까지, 6장(좌절기)은 1976년까지, 7장(재발전기)은 1995년까지를 다루고 있다.이 책은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동북3성을 중심으로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자료를 일일이 챙기고, 20회 가까운 중국방문을 통해 관련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었다. 그만큼 현장감이 묻어난다. 독립기념관 이문원 관장은 이 책을 ”교육사의 주된 관심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 풍토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역작"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냥 우스개지요. 비결은 무슨 비결이 있겠습니까. 아직은 유머가 면세니까 마음놓고 합니다. 앞으로 혹시 유머에 '희희낙락세'라도 붙는 날이면 그만두어야지요.”해학적인 표현은 타고난 여유와 언어구사의 순발력이 있어야겠지만, 품격있는 유머는 따로 있다. 산민(山民) 한승헌 변호사(70)가 객담(客談)을 묶어 세상에 냈다. 잡지 '다리'와 '책과 인생'에 연재됐거나 일간지와 잡지에 실었던 1백3편의 글을 모은 유머 에세이집 '산민객담'(범우사). 그의 일상에서 '우연히 순간적으로 떠오르고, 기억해낸 해학'의 파편들이다. 험난한 시대, 독재권력에 의해 핍박받았던 양심수와 정치범들의 변호를 도맡으며 녹록치 않은 삶을 꾸려온 한변호사의 일상은 그 자체로 한국사의 한 단면이 된다. 그래서 그의 '객담'은 특별하다. "즐거움과 통쾌함을 동반하는 해학이 때론 정직하고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정론에 얽매이는 경직과 피곤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까요.” 객담은 말 그대로 군소리지만 한변호사의 객담은 결코 가볍거나 경박하지 않다. 사람의 가슴을 더불어 열어주는 푸근한 해학과 촌철살인의 멋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그와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한변호사와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으로 알려진 군법회의 군사재판 피고석에서 인연을 맺은 고은 시인은 "그저 웃음부터 베풀고 보는 것이 그의 천성”이라며 "감옥 안에서도, 법정에서도, 수사본부의 지하 2층 조사실에서도 그의 천부적인 웃음은 중단될 줄 몰랐다”고 소개한다. '오적'필화사건으로 만난 김지하 시인과의 일화도 그렇다. 변호사의 반대 신문. 한변호사는 사건의 실체를 한 두 마디 물음으로 요약해 간단히 밝혔다. "피고인은 공산주의 잡니까?” "아닙니다.” "그럼 왜 이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김지하는 이 순간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유명한 꼭지 따기'라고 표현했다.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항변의 꼭지를 약속이나 한 듯 똑똑 따내주었기 때문이다. 60년대의 풍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의 끝에는 중앙대 임헌영 교수가 '폐쇄사회의 캐리커처'란 제목으로 작품해설을 곁들였다. '쉽게 읽히고 알아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에 굳이 무슨 해설'이란 생각도 들지만, '판소리나 육자배기에 스며들었던 정한의 정서를 이룬 골계와 해학'이나 '1960년대 이후 독재체제의 권위주의에 대한 경쾌하고 통쾌한 반란의 소산'을 거론하는 임교수의 글을 접하면 책장을 처음부터 다시 넘기게 된다. 한변호사는 유머를 "비정한 현실과 화해·공존할 수 있는 '햇볕정책'”이라고 소개했다. 답답한 세상에서 삶을 관조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유머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유머나 해학도 익숙해야 합니다. 그래야 금방 함께 웃지요. 그러지 못한 건 내 표현능력이 모자라거나 상대의 유머 감각이 개발 안 된 경우이겠지요.” '산민객담'(범우사)과 같은 책이 나오게 된 한국사회의 현실, 그 자체도 아이러니한 해학의 단편이라고 말하는 한변호사는 "책을 엮으며 보존이 안 돼 찾지 못했거나, 책의 분량을 고려해 넣지 못한 글이 적지 않다”고 들려줬다. 싣지 못한 글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그의 해학은 특별한 재미이고, 특별한 감동이다. 우연히 알게 된 일 하나. 꽤 인상적인 이 책의 표지그림은 저자의 손자인 초등학생 승진이가 여섯살때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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