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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담장 너머는 곧 전선과 같습니다. 전장에 비유하자면 참호 속을 기어다니며 24시간 내내 총을 쏴야 하는 현장입니다.매일 전사자가 나오는 현장이지요. 4년 뒤 그런 곳에 투입될 각오가 돼 있습니까?” 본문에 나오는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제너럴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의 기록이다.전작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그가 대학 새내기들에게 권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교양이다.그는 곧 21세기 최전선에 배치될 대학생들의 머릿속에는 19세기의 것들로 가득차 있고, 더군다나 20세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걱정한다.가장 유연한 시기이고 가장 폭넓은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는 20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일찌감치 취업 걱정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대학생활 오리엔테이션이 될 것이다.
홍암 나철(羅喆). 그의 이름은 낯설다. 구한말의 사상가이자, 고려말 단절됐던 단군교의 맥을 살려낸 대종교의 창시자였고, 민족정신을 타오르게 한 독립투쟁의 대부. 역사속 빛나는 인물이면서도 철저하게 묻혀있던 나철은 왜 지금, 우리 앞에 서는가. "그의 존재는 과거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홍암이 꿈꾸었던 신시는 우리 한민족이 가야할 이상향, 오늘 우리 가슴속에 살아 숨쉬며 타올라야 할 궁극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소설가 이병천(48)이 이 이름 낯선 역사속 인물 '나철'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神市의 꿈'(한문화 펴냄)을 내놓았다. 상고사에 주목한지 7년여, '나철'을 만난지 2년여만의 결실이다. 상고사의 기록으로 드러난 신시(神市)는 제천 의식이 이루어지는 신성한 공간, 하늘과 사람이 하나로 이어지는 장소다. 소설은 신시라는 이상향을 배경으로 대종교를 창시한 독립운동가 '홍암 나철'의 일대기를 그렸다. 소설의 배경은 조선말. 부패한 정치로 민란이 끊기지 않고 신문물은 넘쳐났으며 일제의 역사 왜곡에 의해 민족의 자취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그 시대다. 소설은 시대적 상황에 맞서 민족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단군의 나라, 신시를 되찾는 일에 앞장섰던 나철과 조선독립운동가들의 역사관을 추적하면서 상고사의 실체를 조명해낸다. "상고사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은 처음부터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멸실되거나 거세된 역사였지요. 소설이 비록 허구라해도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이 빛나는 역사와 인물이 독자들의 가슴에 살아 숨쉴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용기를 내게 했습니다."작가는 2년전, 출판사의 의뢰로 '나철'을 만났다. 역사소설, 그것도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작업에 별 마음 두지 않았었다는 그가 선뜻 응했다는 사실은 의외다. 허구로 세상을 그려내는 소설가에게 역사속 인물은 운명적 만남이 아니고는 인연 닿기 어렵지 않을까. 1863년 나주에서 태어나 1916년 스스로 호흡을 멈추는 폐식법으로 순절한 나철의 생애. 그의 궤적은 참으로 도도하여서 그 걸출한 생애와 사상을 소설이라는 그릇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작가는 내내 고민스러웠다. 그의 고민은 뜻밖에도 나철이 활동했던 중국 만주일대의 답사 길, 백두산이 감추고 있는 지하삼림에서 풀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두산의 소나무와 박달나무 거목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펼쳐지던 또다른 지하의 숲, 그곳에 마냥 아득할 정도로 '거창하고도 웅혼한' 나철의 일생이 있었다. 집필을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글쓰기는 꼬박 6개월. 작년 1월과 2월, 유난히 눈 많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을때 그는 무주 안국사에 칩거해있었다. 구들목은 쩔쩔 끓지만 머릿맡에 놓아둔 자리끼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던 겨울, 4박 5일 내내 눈이 내리고 또 내려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던 그 절집 방안에서 그는 만주의 혹한을 그렸다. 2개월 일상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소설 쓰기를 위해 칩거한 것은 5월과 6월. '신시의 꿈'은 모악산 월명암에서 완성되었다. 황해도 구월산 삼성사에서 순명 직전 담겨진 나철의 사진 한장은 소설을 집필하는 내내 그와 함께 지냈다. "선생은 꿈에 자주 나타났어요.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형형한 눈빛으로 말걸어오는 선생은 언제나 가슴 뜨겁게 했어요."그의 소설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작가가 오랜동안 섭렵한 상고사의 감추어진 비밀, 소설속 허구의 인물인 어진과 무녀 송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작가가 역사소설에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배려해 놓은 장치다."자기생애에서 신시를 다시 열고자 했던 나철이 정작 그날에 대해 예언하지 않았으니 도무지 헤아릴 길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홍익이화의 세계는 그냥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우리 스스로 불러와야하는 것 아닐까요.” 장고 끝에 완성한 '신시의 꿈'을 반기는 그의 오랜 지기들은 즐거운 일을 벌였다. 6일 오후 5시 전주한옥체험관에서 벌이는 출판기념회.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의 신명난 그 잔치판에서 혹시 '신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교사이면서 아이들을 둔 학부모로서 교육문제를 다루는 것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연재하는 글이 종이 신문과 달리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의견을 곧바로 알 수 있어 더 재미 있었고, 한편으론 힘도 됐습니다.”1982년 군산제일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오송회(五松會)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17년 동안 해직의 아픔을 겪었던 복직교사 강상기씨(59·서울 석관중학교 교사). 그가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모은 교육에세이 '자신을 흔들어라'(문원출판)를 펴냈다. 인터넷 신문 '참말로'(http://www.chammalo.com)에 연재한 글을 네 가지 테마로 엮은 것이다. "교육은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고민해 풀어야 할 사안입니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아이를 바라봐야겠지요.”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지도교사의 훈계'가 아니라 자신의 학창 시절 선생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자신을 반성하며, 학교가 맞닿아 있는 교실 풍경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의 글은 이해하기 쉽고 문장마다 흥미를 일으켜 잘 읽히지만, 곳곳에 곱씹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시험감독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껌을 씹는 학생을 보면서, 도시락을 싸주지 않는 학부모, 자식의 잘못을 혼내기는커녕 선생의 멱살을 잡는 학부모 등 아픈 사연들도 많이 담겨 있다. 강씨도 "글을 쓰면서 교사와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했었는지 오히려 반성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제자 심주연양은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바른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셨다”며 "아름다운 꿈을 심어 준 선생님을 만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소개했다. 임실 출신인 그는 원광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세대' 신인문학상(1966년)과 동아일보 신춘문예(1971년)를 통해 등단한 시인. 1999년 9월 복직, 2년전까지 진안 제일고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2002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소설가 채만식(1902∼1950)이 해방이후 발표한 소설 '흥부전'이 발견됐다.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자료조사연구팀이 찾아낸 채만식의 '흥부전'은 1947년 '협동' 6월호와 '금융조합' 7월호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그동안 채만식의 작가연보에 누락됐을 정도로 묻혀 있었지만 그의 또다른 소설인 '허생전' '심봉사'와 더불어 고전소설을 대중화·현대화하려고 했던 작가의 당시 창작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고전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제비의 보은보다 농부의 현실적인 삶과 노동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 특징. 서울대 국문학과 방민호 교수는 '채만식은 가난과 병마 속에서 순수문예지가 아닌 조선금융조합연합회의 문고나 기관지 등에 호구지책으로 고전소설를 패러디한 작품을 썼다'며 '이들 세 작품은 일제 말기 대일(對日) 협력적인 글쓰기로 위기에 처했던 채만식이 작가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찾은 고전소설을 통한 새로운 글쓰기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문학사상' 3월호와 4월호에 두 차례 연재된다.
"제자들이 논문집을 내려고 하는데 굳이 말렸습니다. 그래도 정 기념하고 싶으면 아름다운 만남과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글모음집을 내자고 제안했습니다.”오는 27일 정년퇴임식을 앞두고 제자와 후배들로부터 퇴임기념 에세이집 '금암동산의 아름다운 만남'을 선물받은 전북대 의과대학 안득수 교수(내과학)는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제자들을 두게 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논문을 통해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용철 교수와 임창열·김대곤 교수등이 그가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는 제자들이다. 안교수는 "제자 기르는데 밑받침이 된다는 생각에서 대학에 남아 있었다”며 퇴임후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의료봉사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연구진이 펴낸 에세이집에는 교수들과 대학병원 직원들이 안교수와의 '아름다운 인연'을 소개한 글이 실렸다.전남 함평 출신인 안교수는 전남대 의대를 졸업, 전북도립의료원 내과 과장을 거쳐 1975년 전북대 조교수에 임용된 후 대학 부속병원 내과과장과 내과학교실 주임교수·대학병원장·보건진료소장을 역임했다.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1987년 가톨릭 로마교황청 그레고리오 교황으로부터 평신도 최고훈장인 기사훈장을 수상했다. 또 대한소화기 내시경학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1999년 사회·교육부문에서 5·16민족상을 받았고 지난달 천주교 전주교구 사랑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학생활과 대학재직 기간 주로 서양의 시대사와 역사이론·지성사를 연구·강의해 왔다. 이 책은 인간과 역사·철학·종교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연구결과물이다. 이상적인 미래건설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전북대 이규하 교수(李揆河·사학과)가 우주와 인간·역사라는 큰 틀에서 30여년에 걸쳐 연구해 온 주요 논문을 결집, '서양사의 심층적 이해'(도서출판 신서원)를 펴냈다.33년여 성상을 학문발전과 후학양성에 노력, 오는 27일 정년퇴임식을 갖는 이교수가 재직기간 내내 연구해 온 학문적 성과물이다.책은 역사관의 변화와 역사주의를 쉽게 서술했으며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과 토인비의 역사관·히틀러의 사상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독일의 분단과정과 통일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후 한국전쟁과 독일의 재무장 문제를 조명했다.서양사학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대작으로 평가 받는 이 책은 동·서양의 만남과 충돌의 역사를 새롭게 이해시켜준다.이교수는 전주고와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뉴욕주립대 객원교수와 전북대 사학과 학과장·전북사학회장·전북대 인문학연구소장·부산사학회 학술이사등을 역임했다.저서로는 '서양사회 분석'과 '서양사 신론'·'봉건제도에서 자본주의에로의 전환'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각 지부들이 알곡같은 1년 노작들을 펴냈다. 10여년이 넘도록 꾸준하게 활동하며 지역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 있는 익산지부(지부장 박금규)와 진안지부(지부장 김예성), 무주지부(지부장 전선자)의 2003년 한해동안의 결실이다. 열네번째 '익산문학'은 지난해 별세한 김용극 시인과 김옥련 수필가를 추모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유작과 함께 후배들의 추모글로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감성적 요소와 지성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사유의 깊이가 있다”는 평을 받은 2003년도 가람시조문학상 수상자 평중 서벌씨의 '뒤늦게 캔 느낌'을 비롯해 일곱편의 대표작도 실렸다.열한번째 '진안문학'은 주천면 무릉리에서 생태농업을 짓고있는 회원 이규홍씨의 '무릉골 편지'가 눈에 띈다. 평론분야에서는 중부대 이운룡 교수가 김성렬의 시세계를 다룬 '삶의 친화와 긍정의 시학'을, 허호석 시인이 권영상의 '밥풀'외 5편으로 '생명력으로 깨어있는 역사의식'을 발표했다. 무주지부 열한번째 작품집 '螢川'은 공동주제 '술' '꿈'으로 만났다. 술을 요물로 취급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흐려진 시야를 '뽀오얀 밤'으로 표현하는 회원들의 독특한 시각이 재밌다. 하룻밤의 별난 '꿈'과 '꿈'을 먹고사는 이야기 등 꿈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문학의 맛을 전한다. 진안문협 회원들의 작품으로 꾸민 인근 문인협회 탐방도 특별하다. 시화전·문학강연·문학답사·문예백일장 개최·문화교류 등 각 지부의 1년 발자취와 함께 시·시조·수필·소설·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회원들의 근작을 소개한다.
브라질 출신으로 TV 극작가이자 대중음악 작곡가, 그리고 1987년 발표한 '연금술사'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파울로 코엘료. 그의 작품 '연금술사'는 세계 120여개국에서 출판되어 20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연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어 내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걸까?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진정한 연금술이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평범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삼임에 문을 열고 진정한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 고단하고 험난한 여정 끝에 '철학자의 돌'을 얻기까지의 매 순간을 신비와 감동으로 꾸며 낸 이 책 속에서 산티아고가 찾아 낸 눈부신 순금이 과연 무엇인지 책장을 넘기면서 확인해 보자./홍지서림전무
"요즘을 서사가 부족한 시대라고 하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다릅니다. 남과 북이 남긴 상처의 실존을 찾아서 그 흔적이 얼마나 깊고 넓게 숨어있었는지를 점검하고, 그 문제에 대해 잔잔한 통증을 안겨줍니다.” 강형철 시인(50·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 양헌석씨의 장편 '오랑캐꽃'(실천문학사·2003)을 권했다.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를 둔 탓에 연좌제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슬픈 가족사가 담긴 새로운 형태의 분단소설. 저자가 13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펴낸 이 책은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반영했다. 강 시인은 80년대 시인과 기자로 만났던 저자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그런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줄곧 아프지만, 하루만에 읽어야 했을 정도로 큰 매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그 당시의 실제 피해자이면서도 그동안 단 한번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기자로 나오는 이 소설에서도 기자의 내면 심리에서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는 특히 눈 여겨 볼만합니다.” 숭실대 철학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 고향인 군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해 온 시인은 시집 '해망동 일기' '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와 평론집 '시인의 길 사람의 길' '발효의 시학' 등이 있다. '5월시' 동인이다. 지난해 문예진흥원 사무총장을 맡으며 더 바빠졌다는 시인은 빠듯한 일정으로 예전만큼 많은 책을 읽거나, 아버지가 계시는 군산 나들이도 자주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군산의 외진 거리 한 곳에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군산에서 열린 '세노야 축제'에서 30년 만에 모교인 군산상고를 찾아 문학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어떤 시는 쉼표가 있어도 쉬지 못하고 숨차게 읽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곰삭은 시어들이 온 몸을 헤집고 다녀 쑤시고 저린다. 긴 호흡이 쉬어지는 것은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다. 그런 시들이 가득 담긴 시집이 나왔다. 1995년 '민족예술'을 통해 문단에 나온 박규리 시인(45)의 첫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펴냄). "이곳에서 비우는 방법을 알았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매일 한 편씩 쓰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스님을 통해서 시를 쓰지 않는 법과 책을 안 보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내 안에 물을 가둔 지 사년째/책 한줄 안 보고 잘 놀았다'('내 안의 물꼬'부분)는 시처럼 시인은 지난 8년동안 고창 석정온천에서 바라보이는 산 위의 작은 절 '미소사'에서 공양주로 지내왔다. 고향은 서울. "잠시 쉬러 왔다가 절에 일 할 사람 없어서 조금씩 돕다 보니” 세월이 갔다. 시집에 담긴 50여편의 시도 대부분 그곳의 일상이 그려졌다. 그러나 별반 다른 것은 없다. 그는 인간의 숨소리가 배어있는 노랫가락을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저, 아찔한 잇꽃 좀 보소' '사과꽃 한송이 떨어졌던가' '그런 일이 어딨노 경(經)' '푸르디푸른 새벽 아욱 한줌 꺾어 들고'등 제목부터 맛나고 찰지다. '글쎄 웬 아리동동한 냄새가 절 집을 진동하여/차마 잠 못 들고 뒤척이다가/어젯밤 산행 온 젊은 여자 둘/(중략)/헛기침으로 짐짓 기별까지 놓았는데/이 환.장.할. 봄날 밤, 버선꽃 가지 뒤로/그예 숨어 사라지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걸/피차 마음 다 흘린 걸'('천리향 사태'부분)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를 가리켜 "새파란 칼날의 매서움과 봄 햇살의 부드러움 그 양면을 함께 지녔다”고 말한다.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다 보고 있다는 건 시인에겐 '최고의 찬사'다. "무리해서 시를 쓰고 싶진 않아요. 비우고 비워도 결국 비워지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때 또 쓸 수 있지 않을까요”절에서 키우는 개, 반달이가 눈보라 혹한에서 '제가 기른 고양이 네 마리 다 들여놓고/저는 겨우 머리만 처박고 떨며 잔다'며 안쓰러워하다가 '오체투지 한껏 웅크린 꼬리 위로 하얀 눈이 이불처럼 소복하다'('성자의 집'부분)며 한 마리 개의 마음에 깃든 불성이 또다른 절집 한 채를 짓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시를 쓰고 싶은 이미지가 눈가에 맴돌아도 꾹 참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그 이미지가 다시 떠오르게 되면 그때 시를 쓰겠다고 말했다. 생명이 있는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운 불성을 찾아낼 줄 아는 눈을 가진 시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젊고 풋풋하다. 시인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다.
전북불교문학회(회장 서정환)가 여섯 번째 작품집 '다르마'를 펴냈다. '봉선화' '꿈 속에서 부르는 노래' '선운사' 등 정안스님의 시 10편과 조계종 원로위원인 일타 큰 스님의 산문 '영가천도 기도법'을 특집으로 다뤘다. '해바라기 해를 그리듯/달맞이꽃 달 그리듯/내 님을 그립니다'('그리는 마음' 전문)라는 3행으로 마무리한 정안스님 시가 유독 눈에 띈다. 회원들의 글은 대부분 현실에 대한 성찰과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희망 없는 세상을 희망 없이 통과하는 것은 문인들에겐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문학의) 맑은 힘을 추동하여 확장된 소유욕으로 가려졌던 한 시대의 단절된 언어를 소통으로 이끌고 물질만능에 밀려 사회 외곽에서 겉돌았던 고귀한 정신을 다시 사회 안쪽으로 들여놓을 일이다”고 쓴 서정환 회장의 권두언부터 큰 가르침이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강동춘 김옥중 김월숙 김종안 송희 신영규 안평옥 이복웅 이목윤 이양근 전재복 주봉구 신해식 전선자씨의 시와 시조, 이택회 박근후 한갑근씨의 수필, 김한창 정기상씨의 단편소설, 박선진씨의 장편소설, 박종수씨의 서평을 볼 수 있다.
매장문화재의 외출. 땅 속 깊은 곳에서 몇 백년 몇 천년동안 발굴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매장문화재는 역사를 품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때문에 매장문화재를 정리하는 작업은 지나간 우리의 역사와 과거를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할 수 있는 기회다. 재단법인 전북문화재연구원(원장 최완규)이 전북의 역사찾기에 나섰다. 첫 사업은 화려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정작 남아있는 문헌자료가 부족한 백제. 익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백제문화의 집대성은 문헌자료로서의 가치를 넘어 이 지역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북문화재연구원이 전라북도 후원으로 '전북지역 백제문화유산'을 발간했다. 1년을 투자해 해방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에서 발굴된 1세기∼7세기 백제문화유산을 정리했다. 마한문화가 밀집된 영산강과 백제문화가 밀집된 공주·부여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북지역은 백제문화 이해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도내 문화유산을 통해 백제 중앙과 마한의 관계, 마한의 소멸문제 등 고대시대 두 문화권의 상호관계도 파악할 수 있다. 성곽·고분·주거지·석등·불상·토기요지 등 발굴유물 사진·도면·설명과 마한· 백제 문화유적의 발굴상황 등을 실어 현장감을 살렸다. '고고학은 일반인들이 수용하는만큼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각 시·군별로 구분하고, 문화유산 현황도 조사했다.최완규 원장은 "전북의 백제문화라면 대개 7세기 미륵사지를 떠올리지만, 타 지역에 비해 발굴조사가 미흡했던 전북이야말로 더 폭넓은 백제의 유물·유적 발굴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마한·백제문화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이 문헌자료를 통해 마한과 백제문화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원장은 "새롭게 발굴되는 문화유산을 위해 5년 정도마다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전북문화재연구원은 지난 18일, 창립 1주년을 맞았다. 각 지자체마다 매장문화재 발굴전담기관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전북지역의 출발은 늦은 편이다. 지난해 전북문화재연구원이 실시한 지표조사와 시·발굴 조사는 모두 40여건. 12월에는 '전북지역 백제문화유산의 성격과 관리방안'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전주 동고산성 발굴조사·익산웅포관광단지 백제고분조사·고창 장성간 고속도로 등 굵직한 발굴조사 15건이 예정돼있다. 지표조사는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문화재연구원은 김종문 학예실장을 비롯해 위촉·선임 연구원 등 모두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원장은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들도 이사로 참여해 전북 문화를 총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선사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내 문화유산을 심층적이고 계획적으로 연구해 전북문화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으로 김제에 출마 예정인 이건식 금만농어촌연구소 이사장은 21일 오후 2시 김제초등학교 강당에서 최근 언론에 게재한 칼럼을 정리한 '금만들녘에 혼을 심고'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이번에 발간하는 책에는 이건식 이사장이 작사한 '내고향 김제'란 노래를 시작으로 농촌문제, 새만금사업, 지방자치, 고향발전 방안 등을 예리하게 분석·정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표지에는 새만금 사업의 조속한 완공을 촉구하며 도청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모습이 실려있다.
염경석 민노당 전주 덕진지구당위원장은 20일 오후 7시 전주 민촌아트센터에서 노동자 염경석의 살아온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일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꿈꾸며' 출판 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자서전격인 이 책에서 염 위원장은 "12년의 노동운동 경험은 직장에서의 노조 활동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줬다”면서 언젠가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되는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어린이와 부모, 스승과 제자간의 편지쓰기 운동을 적극 권장해 온 조강래 질서문화연구회 이사장이 사랑의 편지모음집 제6호 '가슴에 별을 심고 바다를 품고'를 발간했다.이번 편지모음집에는 자녀와 부모·스승과 제자·학부모와 스승·친구간에 주고받은 편지 2백여점이 소개됐다.조이사장은 "가정과 학교에 믿음이 싹트고 신뢰가 쌓였으면 한다”며 "편지는 사랑과 믿음, 신뢰와 존경의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자 수단”이라고 밝혔다.질서문화연구회는 편지모음집을 전주시내 60개 초등학교 교사와 편지를 쓴 어린이및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아동 문학가인 황현택(黃鉉澤) 군산 흥남초등학교 교장이 글모음 2집 '청산(靑山)에 뜨는 그리움 또 그리움'(신아출판사)을 펴냈다.책에는 작가의 진솔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있는 50여편의 시와 함께 각 언론에 게재됐던 30여편의 교육시론과 동화·기행문이 실렸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지독하게 추운날 내복도 없는 홑바지에 삭풍을 맞고 교실에 들어선 나의 귓불에 목도리를 감싸주신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며 "선생님의 편애없는 제자사랑이 교육과 문학의 밑거름이 됐다”고 술회했다.오는 20일 오후 전주교대 소강당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는 이 책에 실린 '우리 선생님'과 '스승'의 실제 주인공이자 작가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전주청소년문화의집(관장 손정희) 문학동아리 '글빛모듬'이 21일 오후 2시부터 4시간동안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2004 문학의 밤'을 연다. 연극 '자살클럽', 모의재판, 시낭송, 수필낭송 등 지난 한 해 동안 가꿔온 다양한 문화활동을 선보이는 행사다. 연극무대는 고교 재학생과 올해 고교를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 등 30여명이 출연해 동아리 구성원들의 끈끈한 정을 자랑한다.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선택해 판사·검사·변호사가 되는 모의재판은 이 시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가치관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참가비는 5백원. 문의 063)273-5501 http://club.damoim.net/wordlight
계간 종합문예지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가 21일 오후 3시 30분 전주관광호텔에서 창간 10주년 기념식 및 신인문학상 시상식을 갖는다. 신인문학상 수상자는 28회 수상자인 시 부문 이봉희(나사렛대 교수)·이승재·이영주씨, 수필 부문 전호춘(전북대 명예교수), 평론 부문 신유은씨와 29회 수상자인 시부문의 추인환·심재숙씨, 수필부문의 이명화씨, 수설부문의 이윤진(초당대 교수)씨, 제30회 수상자인 수필 부문 황점복·권영이씨 등이다. 기념식과 시상식에 이어 축하연과 만찬도 열린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도내 13개 시·군 문화원들이 해당 지역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소개한 '전북문화 제7호-우리 고장의 볼거리 먹거리'(전국문화원연합회 전북지회 펴냄·지회장 김병학)와 전북지역 금빛 평생교육봉사단 역사교실 수강생들이 펴낸 '우리가 찾아야 할 문화유산 길라잡이'(전북평생교육정보센터 펴냄·소장 유상희). 두 책 모두 비슷한 소재를 다뤘고 페이지마다 문화유산들의 사진이 가득 실려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전북문화'는 유적·유물 등 문화재와 유명음식과 식당 등이 백과사전 펼친 듯 보여지고, '우리가∼'는 기행을 떠난 6·70대 필자들이 수필을 쓰듯 편안하게 글을 이끈다. '전북문화' 한 권이면 이 지역을 여행하며 별 문제없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전봉준 고택과 황토현 전적지, 제민당, 보국문, 제세문, 말목정, 무릉 감나무 등 갑오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쫓은 정읍문화원과 '육당 최남선이 올랐던 모악당'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삼기정' '권삼득이가 득음했다는 위봉폭포' 등 역사 인물과 지역문화를 소개한 완주문화원의 글은 읽는 재미가 유별나다. '우리가∼'는 필자들의 흔적을 쫓다 보면 특별한 감흥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늦은 가을 변산을 넘으리라 생각했었다. 혼자도 좋고 둘이라면 더욱 좋고 그렇게 넘어가리라 생각했었다'고 이른 봄나들이를 재촉하는 글도 매력적이다.
화가 김재권씨의 작품으로 표지를 장식한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의 기관지 '전북문단 제42호'와 문예연구사가 펴낸 '문예연구 제39호'가 나왔다. 전북문단은 허소라·송하선·이목윤·류희옥·장욱·안도현 시인의 시를 '다시 감상하고 싶은 시(詩)'로, 박성숙·국명자·김순영씨의 수필을 '다시 감상하고 싶은 수필'로 수록했다. 이풍삼씨가 연재하는 '전북의 독립운동사'와 이명자·김경태·배인숙·임진이·강민경·이재완·한국화·이근영·허지훈·김요단·김민재씨 등 지난해 연 가람 이병기 시조 당선작들도 담겨 있다. '소년소설'이란 낯선 장르로 구별된 김용재씨의 '청명학교'는 먼저 읽어볼만하다. 문예연구는 장수출신 소설가 박상륭에 주목했다. 이보영·신희교·구수경·임금복·백경혜 등 학자들이 삶과 죽음의 미로를 집요하게 천착하고 있는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김건씨의 영화평론 '페미니즘 영화 비평을 위하여'와 허만하씨의 시 '돌미나리의 봄', 김형미씨의 시 '장마', 박정희씨의 단편소설 '물위에 뜬 세상' 등에 특히 관심이 간다.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돋보이는 이경수·신유은·이창수·최현주씨의 서평은 챙겨 읽어야 한다.
제10회 전북불교문학상에 신해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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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설문학상 ‘최영두’ 작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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